Phyllo Wrapped Heart

 마음은 황무지, 라고 유명한 분이 부르신 노래도 있는데, 내 마음이 차라리 황무지라면 낫겠다. 그건 적어도 마음이 그냥 날로 드러나있음을 의미할테니까. 나의 마음은, phyllo로 둘러싸여 있다. 아주 얇은 밀가루 반죽이 녹인 버터를 풀 삼아 켜켜이 붙어 있어서, 그렇게 여러 켜가 쌓이게 되면 반죽이 열을 받아 터지기 전까지는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알 수 없는, 한 켜로는 투명하지만 쌓이게 되면 불투명해지는 그런 막으로 싸인 마음… 누군가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판단 착오였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에 한 켜씩 쌓여,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그 안에 정말 실시간으로 뛰고 있는 심장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막들. 안에서 심장이 반죽을 익힐만큼 뜨거워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밖에서 누군가 그만큼 뜨거운 열을 나눠주면 반죽이 바삭바삭하게 구워져 부스러지면서 안에 들어있을거라고 믿고 있는 심장이 드러나겠지만, 안에서 배어나오는 열은 간신히 한 두 켜 사이의 버터를 녹일 정도로만 미지근하고, 또 밖에는 그냥 찬바람만 휑하니, 바로 오늘처럼… 그렇게 심장이나, 그 안에 흐르는 피에 녹아 있을거라고 믿겨지는 진심은 버터냄새나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언젠가부터인지 모르는 시간부터 또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시간까지. 그 모르는 시간에서 모르는 시간사이로 향하는 동안, 흐르는 피는 서서히 식어가고 또 심장 역시 그만큼 발걸음을 늦춘다. 한때 절대 진심이라고 믿을 수 없었던 것들이 진심의 자리를 차지했음을 확인하는 그 순간, 나는 나이지만 내가 아닌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렇게 나는 모두의 사랑을 받겠지만 진심이 아닌 것이 진심의 자리를 차지하고 난 뒤의 삶에 사랑은, 원래는 사랑이 아니었을텐데. 

 by bluexmas | 2008/12/23 14:19 |  | 트랙백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