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구리한 얘기 몇 가지

bluexmas, party animal

처음 입사해서 매니저로 ‘모셨던’ R은 언제나 나를 Party Animal이라 불렀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주말마다 귀걸이, 가죽바지 차림에 담배를 꼬나물고 시내 어느 클럽에서 디제잉을 해야 될 것 같았다(“I think he does DJing every weekend, wearing earrings and leather pants with dangling cigarette around his lips”). 사실 가죽바지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귀는 뚫었으니까 그렇고, 담배 꼬나물고 주말에 디제이하는 정도라면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에 나는 그의 그런 농담에 별 다른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 전후마다 그의 그런 농담을 들은지 15개월 만에 나는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그의 농담은 계속되었다. 나와 마주칠때마다 그는 언제나 “Y, how’s your love life these days?” 라고 물었고 언제나 한결같은 나의 대답 “Nothing” 에 “Come on, I know you are a party animal and woman magnet “이라고 딴지를 걸곤 했다. 그리고 지난 주와 이번 주, 오랫만에 그의 팀을 돕게 되었는데 조금도 변함없이 그는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Do you guys know Y is party animal? Last time I saw him Saturday night and he was with 20 girls in the club blah blah…” 라고 농담을 늘어놓았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두가 믿는 듯한 눈치(?)였다. 심지어 인도애 하나는 나에게 인도 신문에 실린 옥#리, 박$ 부부(검색할까봐 이름을 다 쓰지 못하겠다)의 간통관련기사 메일을 보내서 내가 여기에 관여되어 있는지를 물었다. 물론 농담이니까 나도 별 반응을 안 하거나 어쩔 때에는 아예 맞장구마저 쳐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나의 어떤 부분이 저런 농담을 하게 만드는 걸까 궁금할 때도 있다. 아니면 아예 사람들의 그런 농담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제 삶의 방향을 바꾸기라도 해야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해보니 유흥비로 쓸 돈이 없어서 안 될 것 같다 T_T 참, 웃기는게 대체 인도라는 나라는 얼마나 오지랖이 넓길래 다른 나라 배우-지금은 별로 활발하게 활동도 안 하는-들 간통관련 기사까지 친절하게 영어로 써서 내보내는지… 그리고 더 웃긴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간통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는 사실. 물론, 불륜은 나쁘지만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무슬림처럼 종교의 계율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것도 아닌데 이걸 법으로 금해서 사람을 감옥에 보낸다? 참…

2.G의 퇴사

같은 층 다른 팀에서 일하는 G가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살기 위해 오늘부로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며칠 전에 점심을 샀다. 그 전까지 한 번도 같이 어울려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오다가다 마주치면 꽤나 열심히 농담을 주고받던 사이였기 때문에 그의 퇴사는 아쉬웠다. 점심을 먹으면서 같이 수다를 떨었는데, 돌아와서는 대체 왜 이런 자리는 회사 그만 둘때나 만들게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는, 회사 안에 있을 때에는 사람들과 얘기도 잘 하고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점심을 같이 먹거나 일이 끝나고 어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그건 내가 개인적으로 고수하는 작은 방침과도 같은 것인데, 주된 이유는 내 사생활을 드러내기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또한 회사 사람들이 만나면 어쩔 수 없이 화제가 회사나 일에 관련된 것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게 싫기 때문이다. 10월달인가는 졸업한 학교의 미식축구 경기를 셋이서 보러 갔는데, 일행 가운데 중국 아이가 계속해서 회사 인사 고과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아서 나중엔 짜증이 나려고 했다. 그런 얘기는 근무시간에 듣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세상에 해서 재미있는 얘기가 차고 넘치는데 토요일에 무슨 인사고과 얘기냐.

3. 놀러 다니는 회사

어째 제목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기분이 든다. 회사를 놀러다니다니… 요즘 일이 계속해서 없다. 물론 일이 있을 때에도 12월 이맘때는 슬렁슬렁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그 슬렁슬렁이 타의에 의한 것이면 놀아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문제는 노는게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안이라는게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크게 보아서 이런 일이 내 삶에서 마지막으로 벌어지는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으려고는 하지만, 분위기라는 건 정말 무시할 수가 없다. 시험공부나 할 생각이다. 참고로 요즘 경기가 얼마나 나쁘냐하면, 매년 이맘때면 선물로 들어와서 스튜디오에 넘쳐나던 카라멜 팝콘이 올해는 단 한 깡통도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안 먹는게 좋으니까 아예 없는 게 낫긴 하지만…

4.G’의 은퇴

Timesheet을 오랫동안 맡아서 관리하던 할머니 직원 G’의 은퇴를 축하하는 자리가 어제 있었는데, 옛날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사장님의 눈가가 젖는 걸 보고는 나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면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친구나 인생의 동반자처럼 느껴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사생활과 관련해서 좀 짜증나는 상황이 있었는데, 내가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던 사람한테 ‘I don’t share my private like with the people working together’ 라고 얘기하고 난 다음이라서 그런 생각이 더더욱…

5. 파워 블로거와 싸구려 파스타

어딘가 굴러다니다가 싸구려 파스타를 시식하는 자리에 ‘파워 블로거’ 가 초대받았다는 글을 보고 혼자 웃었다. 미국 선전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다가 쓴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 음식이라는게 다른 것도 아니고 이 동네에서 마치 개밥처럼 은박그릇에 아무렇게나 담아 팔리는 초싸구려 파스타라는 게 더 웃겼고, ‘파워 블로거’ 님들께서 가서 꼭 드시고 의견을 피력하셔야 된다는 사실에 가장 웃겼다. 파워 블로거님들 초대받아 피자도 공짜로 드시고 정말 너무 부러워서… 난 가끔 너무 피자가 먹고 싶을때 집에서 구워먹다가 서러움에 눈물 흘리기 바쁜데. 아, 가장 웃기는 건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라면 뭐든지 좀 있어보이는 것처럼 포장되는 현실이구나. 꼭 가져와도 나쁘거나 싸구려인 것만 가져다가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서는… 정말이지 그런 개밥을 일인당 오천원씩 주고 먹는다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사람들 돈도 많은지… 참,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는 피자를 누가 빵 맛으로 먹느냐고 정색하면서 얘기하던데, 토핑으로 사람 잡는 피자가 피잔가?

아, 여기에서 입 닥쳐야겠다. 계속해서 비아냥거리는 얘기만 늘어놓을 것 같은 기분이…

 by bluexmas | 2008/12/20 12:32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at 2008/12/20 13: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2/22 16:16 

흐흐, 제가 이런 인간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본색이 막 드러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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