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다들 별 볼일 없다고 그랬는데, 그래도 보고 싶어서 해가 지고 나서야 극장으로 차를 몰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사람들이 말한 것만큼 나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왜들 아니라고 말했는지 이해 못 할 정도로 좋지도 않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고민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헐리우드 대작에 고민을 말하다니 무슨 개 풀 뜯어 쳐먹는 소리냐고 난리들 칠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몸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만들어진 것보다는 백 만배쯤은 나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몸으로 고민하는 대신, 영화는 두 남녀 주연배우에게만 고민의 부담을 넘겨버리고, 시종일관 닳아빠진 그 헐리우드 대작의 비키니를 입고 흔들어대기 바쁘다. 그러므로 적어도 기대만큼은 보여준 두 남녀배우의 연기는 물위에 뜬 기름처럼 어색하게 겉돌고 결국 영화는 아무 것도 아닌 것과 같은 느낌을 남길 뿐이다.

개인적으로 문제는 작가나 감독의 지나치게 naive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 이 동네에서 살다보면 가끔은 구역질나게 단순하고 또 무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 그게 철철 넘쳐,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 흙탕물을 열심히 뿌려대는 듯한 느낌이다. 여느 때 같은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이리저리 뒤져서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도 다시 훑어보고 집에 와서 영화를 재구성해보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별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말하자면 작가나 감독에게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너무나 뻔한, 전형적인 미국인들의 고민도 없는 naive함이 영화를 온통 무채색으로 칠해놓았다. 뭐 그런 영화가 한 두편이 아니어왔으니 이런 영화를 봐도 대부분 그러려니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러기에 키아누 리브스와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가 너무나 아깝다. 1951년 영화를 50년도 더 지나서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한 50년 뒤에 누군가 좀 제대로 다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여든 몇 살까지 살아있다면 꼭 보러갈테니.

 by bluexmas | 2008/12/16 13:55 | Movi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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