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km

오늘이 16일이니까 반쪽 마라톤을 뛰는 날까지는 11일 남은 셈, 계획했던 것처럼 오늘은 18km에 도전했다. 추운 날씨에 장거리를 뛰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아직도 여러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뛰면서 계속 실험을 한다. 과연 이런 조건에서 나의 몸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해보지 않고는 모르기 때문에 일단 저질러본다. 그리고 거기에서 답을 구한다.

오늘의 답을 얻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과연 달리기 당일에 어떤 옷차림으로 뛸 것인가였다. 날씨가 계속 추워지고 있고, 27일 아침에는 거의 영하로 떨어질 확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그에 맞는 옷차림을 준비해야된다. 일단 면으로 된 옷은 절대 안 된다. 땀의 배출이 안 돼서 옷이 점점 무거워지니까. 그래서 평상시에도 운동할때는 합성섬유로 된 운동복을 입는데, 웃도리는 긴팔셔츠 하나만 입고 뛴다고 정하더라도 바지는 어떻게 해야될지 아직도 결정을 할 수가 없다. 사실 긴바지는 가지고 있지도 않다. 보통 운동은 학교 체육관 같은 실내에서만 해왔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일단 반바지를 입고 뛰었다. 한 시쯤 달리기를 시작했으니까 가장 따뜻한 시간에 뛰었을텐데 오늘도 제법 날씨가 추워서 5km를 뛸 때까지도 몸이 풀리지 않았다. 숲을 뛸때는 나무가 바람을 막아줬으니 괜찮았지만 길거리에서는 달리는 와중에도 제법 추웠다. 그래서 일단 긴바지를 한 벌 사서 다음 주말에 20km를 뛸 때 입고 뛰어보기로 했다.

그 다음으로 실험해봤던 건 대체 물 마시는 횟수와 시기였다. 여름이라면 땀을 워낙 많이 흘리니까 물을 양동이로 마시면서 달려도 배는 부를지언정 화장실은 가지 않게 되는데, 겨울엔 상황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한 시간 반 이상을 뛰게 되면 땀을 흘려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게다가 장거리 달리기에는 에너지원 보충이 필요하므로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전해질과 탄수화물이 든 젤 따위를 중간에 먹게 되는데, 이걸 먹으면 반드시 물을 마셔줘야만 한다. 참고로 저 에너지 젤의 섭취 방법은 운동 시작 전 15분 쯤에 하나를 먹고 물을 마신 다음 운동을 계속 하면서 매 45분 정도마다 하나씩 먹어주는 것이라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에너지원으로 하나를 먹고 물을 마시면 45분쯤 후에 반드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저걸 먹지 않고 시작한 다음 중간부터 먹는 것과 느끼는 지구력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실험을 해 봤는데, 느끼는 바로는 처음 절반 정도의 달리기가 먹을 때보다 쉽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기록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오늘의 기록은 01:29:26으로  4:57/km의, 딱 목표로 삼는 정도였다). 결국 한 가지의 답은 얻은 셈.

예전에 읽었던 달리기 관련 잡지에서 미국 50개주를 50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쉬지않고 매일 마라톤 42.195km를 뛰는 사람의 얘기를 읽었었는데, 그는 달리면서 피자를 한 판씩 먹는다고 했다. 배고프면 막말로 후달려서 달릴 수가 없다. 오늘도 들어와서 바로 점심을 먹었으나 그래도 배가 고프다. 소비된 칼로리가 1,400에 가까우니 그럴 수 밖에. 아직도 생각중이다. 다음 주에는 반쪽 마라톤 거리를 전부 소화할지, 아니면 20km만 뛰고 나머지는 좀 남겨놓을지… 계속해서 거리를 늘리는 건 사실 그 거리를 달릴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정도 달리면 어떤 고통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감을 미리 잡기 위해서다. 오늘은 마지막 2km쯤에서 숨쉬기는 하나도 힘들지 않은데 다리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마지막 1km쯤에서 어떤 고통이 깜짝선물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나 그냥 놓아두면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by bluexmas | 2008/11/17 06:25 | Lif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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