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끼 몇 벌

‘제발 조끼 따위는 좀 입지 말란 말이야!’ 라고 화를 버럭 내던 사람이 생각나서 조끼를 사거나 입게될 때면 피식, 웃게 되는데 미안하지만 나는 조끼를 정말 좋아한다. 평생 셔츠를 바지 속으로 넣어서 입었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런 차림을 지켜야만 하는 회사에 다니면 언제나 불안한 마음이 있는데 조끼를 입으면 어째 그런 불안함이 덜하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져도 소매까지 껴입어야 하는 스웨터는 일하는데 불편하기 때문에 조끼가 이래저래 편하다. 정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네… 어차피 남남이라 상관도 없기는 하지만.

언제나 제이크루의 조끼, 그것도 아가일 무늬를 즐겨 입었는데 비단이랑 캐시미어를 섞어서 만든 바나나 리퍼블릭의 조끼가 훨씬 얇고 또 조금 더 이른 계절에도 입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이크루는 바나나보다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이라서 같은 아가일이라도 조금 어린 느낌이 나고 따라서 면바지와 훨씬 더 잘 어울리지만 두툼한 울이라 실내에서는 조금 버거운 느낌이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분위기 처럼 바나나의 조끼는 면바지보다는 울로 된 정장바지 쪽에 더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항상 짙은 색의 바지와 옅은 색 셔츠의 조합을 좋아하는데, 거기에다가 조끼는 그 중간 정도의 색깔로 입어 주면 무난하다.

재정상태를 생각해볼 때 여러벌씩 사면 절대 안 되는데 세일에 쿠폰에…하다보니 결국 뭔가 사치를 부린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거기에다가 지난 주에는 150불짜리를 50불에 깎아 파는 로퍼를 진열품이라고 10불 더 싸게 팔아서 40불에 집어왔다. 결국 반찬 살 돈이 없어져서 다음 주에는 밥에다 소금만 먹어야 될 것 같다. 그래도 냉장고를 뒤져보니 바닥에 깔릴 정도로 남은 참기름병이 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던지…

 by bluexmas | 2008/11/14 13:22 | Tast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유 리 at 2008/11/14 14:09 

아… 잘 모르겠지만(?) 취향 좋으시네요. (사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조끼 입는 게 뭐가 나쁠까요. 전 보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at 2008/11/15 02: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asic at 2008/11/15 06:42 

엄. 저도 조끼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유는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왜소하고 키가 작은 상사분이 자주 입으셨고 + 고딩때 깐깐한 선생님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걸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잘 어울리기만 한다면 괜찮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1/16 15:12 

유 리님: 와, 오랫만에 뵙네요^^ 언제나 덧글 쓸 때 두 글자 사이를 몇 칸 띄워야 할지 고민했었는데… 조끼는 잘못 입으면 완전히 아저씨가 되기 때문에 저 같은 아저씨는 조심해야 되는 옷이죠. 그나저나 잘 지내셨는지요?

비공개님: 그랬을 것 같아요.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카디건과 조끼는 대박 아니면 쪽박은 뭐 그런 품목아닐까요. 중국의 힘을 입어 비단과 캐시미어의 혼방이 3,4만원대라니 뭐 그냥 감사한거죠^^ 얇지만 꽤 따뜻하답니다.

basic님: 아, 학창 시절은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어떤 사람들은 뭘 입어도 다 이상한…특히 선생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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