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tortion (2008) + Magnetic Fields ‘Recital’, Atlanta Symphony Hall 10/17/08

정말 좋아하는 밴드라고 생각하는데도 막상 뒤져보면 판 한 장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웬만한 앨범은 다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Magnetic Fields는 후자에 속한다. 옛날 옛날 냅스터가 잘 나가던 시절에 아무 생각없이 받아놓았던 노래들도 꽤 있는데다가, 최근에 큰 맘 먹고 69 Love Songs도 샀고 그 다음 두 장의 앨범도 가지고 있으니까. 또 곰곰히 생각해보면 꽤 즐겨듣는 것도 같고.

최근에 나온 새 앨범 Distortion이 나왔다는 걸 알았고 또 Paste에서 주는 씨디를 통해 California Girls를 듣고 좋다고 생각했음에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에 누군가 Papa was A Rodeo의 비디오를 메일로 보내주고 나서야 새 앨범을 냈으니 공연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공연이 바로 열흘 앞이었다. 장소는 회사 바로 앞의 Atlanta Symphony Hall, 내가 다니는 회사가 신축인지 개축인지에서 디자인도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 Woodruff Art Center 안의 공간이다. 그야말로 30초 거리라서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있겠지만 표는 공연장에서 팔지 않아서 차를 몰고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가서 샀다는 것이 좀 모순이지만.

공연을 보는데 예습은 필수. 그래서 Distortion 앨범을 샀는데, Magnetic Fields의 열성 팬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들의 전형적인 어쿠스틱 악기들의 편곡들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베이스가 맨 앞에서 들리고 그 뒤에 드럼, 그리고 디스토션을 많이 걸어서 피드백이 마구 일어나는 리듬기타가 저 멀리에서 상당히 빈 느낌의 배경을 만들고, 그 바로 앞에 리드기타가 있으며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기타 사이의 공간에 역시나 허무한 울림을 가진 Stephin Merritt의 보컬이 비집고 들어가는데 워낙 개인적으로 디스토션을 좋아하는지라 이런 편곡이 이들의 곡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거기에다가 곡들 자체도 지난 앨범 I 의 것들보다 훨씬 좋았다. Stephin Merritt의 목소리도 좋아는 하지만 두 여자보컬의 목소리가 곡들에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언제나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여자보컬이 부르는 노래가 전작에 비해 많은 것도 이 앨범을 더 좋아할만한 이유가 되었다고나 할까.

하여간 공연이 관현악을 위한 공간에서 벌어진다고 해서 이번 앨범의 그 피드백 철철 넘치는 기타소리를 들을 가능성은 적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공연장에 발을 들여놓으니 가장 Magnetic Fields스럽게 단촐한 악기들이 무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른쪽부터 Stephin Merritt, Sam Davol, John Woo, Claudia Gonson, Shirley Simms의 순이었다. 나는 뭐 워낙 이들의 광팬은 아니니까 잘 몰랐는데, 위키피디아를 뒤져본 결과 Stephin Merritt에게는 Hyperacusis라는 병이 있어서 박수소리가 귀에 피드백처럼 들리고 따라서 그런 분위기를 마구 조성하는 일반 클럽에서의 일반 밴드 차림의 공연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해서 박수소리를 싫어하고 공연에서도 곡의 끝에서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 귀를 막는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곡이 끝나고 거의 박수를 치지 않았다. 나 하나 박수 안 치는게 무슨 큰 차이를 만들었겠냐만…). 그래서 공연은 concert라기 보다는 recital에 가깝다고. 그러한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 공연장은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공연장보다는 소리에 대한 고려가 훨씬 더 잘 되어 있는데다가 어차피 어쿠스틱 악기를 위한 공간이니까.

가수라기 보다는 코미디언에 가까운 남자의 오프닝이 끝다고 얼마 안 있다가 본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새 앨범의 곡들이 열 곡 가까이 연주되었고, 69 Love Songs에서 상당수, 그리고 나는 잘 몰랐지만 The Golden Archies의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 by Lemony Snicket Audiobook 수록곡-Walking My Gargoyle-을 비롯한 여러 다른 프로젝트에서의 곡들도 연주되었다. 전작 I 에서의 곡들은 별로 기억나는게 없었고, Papa was a Rodeo가 1부의 마지막을 장식했으며 내가 좋아하는 Take Ecstacy With Me는 들을 수 있었지만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100,000 Fireflies는 연주되지 않았다.

공연장과 공연 형식의 특성상 이 공연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은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고 또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으며 다들 분위기 파악을 잘 해서 박수도 그다지 치지 않았다. 소리는 공연장을 가득 메우기 보다는 무대의 중심에서 양쪽 벽까지의 거리까지에서 절반 정도를 메꾼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는 이렇겠지, 라고 생각했던 정도에서 약간 작은 소리가 아쉬웠던 그런 공연이었다. 유투브에 올린 비디오에 사람들이 달아놓은 덧글들을 보면 공연 중간중간에 얘기도 많이 하고 그게 정말 재미있었다는데 어제의 공연에서는 별로 얘기가 없었다. Stephin Merritt의 목소리가 그런지라 입만 열면 그 분위기 자체로 웃겼지만. 뭐랄까, Claudia Gonson이 얘기를 이끌어 가다가 Stephin Merritt에 한 마디씩 중간에 툭툭 던지는, 꽤 호흡이 잘 맞는 만담조 같은 분위기였다.

노래는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Please Stop Dancing.

 by bluexmas | 2008/10/19 08:57 | Music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무명 at 2008/10/19 21:42  

카피라이터하셨어도 잘하셨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0/20 12:12 

그… 그런가요? 어릴때 잠시 카피라이터를 꿈꿨더랬죠.

그나저나 무명님 누구신지 궁금하군요.

 Commented by Raye at 2010/04/27 23:12 

마그네틱필즈 공연을 보신적 있으신가보네요. 저도 한때 마그네틱 필즈, sixths를 즐겨들었던 적이 있지요.8년 전쯤요. 저도 스테레오랩 등등 몇개 공연을 본적 있지만, 마그네틱 필즈 공연은 본적 없어서 약간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7 23:17

네, 운좋게 보게 되었어요. 회사 바로 앞에서 공연을 해서요. 그것도 지나가다가 만난 학교 동창한데 얘기를 들었지요. Sixth는 사실 잘 모르구요, 마그네틱 필즈도 다 좋아하는 건 아닌데 디스토션 앨범은참 제 취향이더라구요. 그러나 정작 공연은 막말로 언플러그드였어요.

혹시 90년대 중후반 학번이시라면 저랑 비슷한 음악을 들으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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