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lica / Death Magnetic(2008)- 어쨌거나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공교롭게도 지난 앨범 St.Anger가 막 나왔을 때에도 난 유럽에 있었다. 그때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었는데 씨디 플레이어가 없어서 듣지도 못할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앨범을 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기대는 컸지만 딱히 음질 아니면 소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 앨범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고 그렇게 메탈리카는 기억 저편 어딘가로 다시 한 번 사라졌다. Load랑 Reload는 아예 사지도 않았으니 잠깐 기대가 컸다고 해도 실망이 그렇게 오래 갈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 새 앨범이 나왔을 때, 나는 더 공교롭게도 덴마크에 있었다. 그렇다, 라스 울리히가 드럼 셋에 달고 있는 그 작은 국기가 바로 덴마크 국기… 길거리를 오가다가 여러 종류의 잡지 및 신문 1면에서 그의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우리나라로 치면 홍익회에서 찍어내는 기차 객실용 월간지 표지에 라스 울리히의 사진이 나오고 인터뷰가 실린 것이었다. 물론 덴마크어라 무슨 말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신기해서 한 부 집어들고는 왔다. 사진을 보시라.

사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The Day That Never Comes의 싱글을 듣고 과거 무슨 앨범의 곡들을 닮았냐 말하기 이전에 들을만한 곡이라는데 약간의 기대를 했고 또 위키피디아 같은 곳들을 굴러다니면서 이런저런 인터뷰나 기사의 발췌를 보고 주워들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번 앨범은 사서 한 번도 제대로 안 듣고 쳐박아 둘만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를 다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앨범 발매 후 며칠 뒤 집에 돌아오자마자 판을 샀고 그 뒤로 지금까지 정말 의무적으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들어봤고 이왕 생각난김에 그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Some Kind of Monster도 다시 한 번 보자(막 나왔을 때 극장에서 봤었다)는 생각에 DVD를 빌려 처음 보았을 때 놓쳤던 부분이 뭔가 궁금해서 자막을 켜 놓고 보았다. 정말 오랫만에 뭔가 음악을 그냥 듣기 보다는 이해해보려고 들인 노력이었다. 그래도 메탈리칸데, 라는 생각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가 너무 시끄러워 잠도 잘 수 없고 해서 새 앨범을 위한 예습 삼아 St. Anger를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들어보았다. 이 앨범은 참으로 이상한 종류다. 처음 Frantic부터 St. Anger, 그리고 Some Kind of Monster까지, 들으면 그럭저럭 듣고 또 곡들을 하나씩 떼어놓고 듣거나 생각을 해보면 각각 들어줄만한 곡들인데, 이들 세 곡을 넘기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 끝까지는 한 번에 다 듣기 굉장히 버거운 앨범이다. 그래도 오랫만에 듣는지라 칠십 몇 분동안 겨우 한 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나서 그래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빠른 시일내에 또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고 그것은 비단 사람들이 말하는 ‘깡통드럼’ 때문은 아니었다(그리고 새 앨범을 들으면서 가지고 있는 메탈리카 곡들을 거의 매일 조금씩 들었는데 이 앨범은 역시나 저 세 곡 뒤로는 더 나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집에서 Some Kind of Monster(이하 ‘영화’)를 보면서, 결국 St.Anger 앨범이 별로인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 이 당시 멤버들의 창작력이 바닥이어서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앨범은 뭐랄까,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Kill’em All 처럼 무지막지하게 달려주지도 않고, 그 뒤에 나온 세 장처럼 서정과 서사가 손을 잡고 극한으로 치달은 그런 앨범도 더더욱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가고 싶은 마음에 Black Album이나 그 이후의 소위 말하는 ‘라디오 친화적’ 인 앨범들처럼 단순한 리프 서너개를 만들어서는 그걸 Justice 앨범에서처럼 7분씩, 8분씩 계속해서 돌린다. 중간에 지친 귀를 쉬라고 Kirk Hammett이 들려주었던 Pentatonic Masterbation도 없다(영화를 보면 잘 알려진 것처럼 그가 ‘이제 통상적인 솔로는 하기 싫다’ 라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게 나오는데 그것의 결과물이 뭔가 자기의 기존 틀을 깨는 솔로가 아닌 아예 ‘솔로 없음’ 이라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기만 하다). 나는 꼭 기타솔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거의 언제나 똑같은 손버릇을 보여주는 Kirk Hammett의 솔로를 그렇게 좋아해 본 적도 없지만 그것도 없는 7,8분짜리 곡은 깡통 드럼의 소음과 더불어 고문이나 다를바가 없었다.

그리하여 따지고 보면 1991년의 Black Album이후 근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창작물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메탈리카의 현주소인 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는 그들이 새 앨범을 위한 창작활동을 시작했을 때 과거의 영광에 주의를 안 기울였을리 없다는게 나의 생각인데, 그렇다고 한 번 국물을 우려낸 뼈를 계속 재탕, 삼탕 해봐야 나오는 건 맹물보다도 못한 멀건 국물일 뿐이니, 이들도 어떻게 하면 그 옛날 잘 나가던 시절의 느낌을 현재와 자연스럽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고민했을테고 그 결과물은 그냥 노골적으로 새 앨범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말하자면 5집의 뼈대에 2,3,4집의 요소를 얹었다고나 할까. 5집이 뼈대를 이룬다는 얘기는 다른 의미가 아니라, 앨범의 수록곡들이 비교적 긴 편에 속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그 전의 앨범들에서 5집으로 넘어오면서 지향했던 단순함이나 간결함을 유지하는 선에서 더 이상의 확장이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 음악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닌데, 그냥 단순하게 예를 들어보면 첫 곡 ‘That Was Your Life’만 해도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치고 들어오는 주 리프, 그 위에 얹히는 전형적인 James Hetfield 스타일의 보컬, 적당하게 섞어주는 변박,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펜타토닉 자위 수준의 전형적인 솔로… 듣자마자 좋은데! 라는 느낌이 바로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Justice Album의 Blackened와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그런 느낌이다. 리프나 뭐 이런 것들을 빌려오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가장 잘 나가던 때의 그것, 그리고 그 요소들이 너무 울창하게 가지를 키우기 전에 5집이라는 전지가위 아니면 조경의 기준으로 적당히 가지치기를 해서 균형감각을 유지한, 그런 열 곡…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앨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걸 부정적인 의미로 얘기하고 있느냐면, 그건 사실 아니다. 만약 메탈리카가 정말 옛날로 돌아간 듯한 음악을 만들 계획이었다면, 아예 Master of Puppets와 같은 앨범을 한 장 더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냥 주워들은 얘기들로만 짐작했을때는 정말 그런 앨범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St. Anger와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도 신나게 들어줄수는 있어서 기분이 좋은데 어딘가 모르게 이가 빠지거나 뭉툭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약간 아쉬울 뿐이다. 사실 그래도 메탈리카니까 요즘과 같은 시대에서도 이렇게 큰 기대를 가져본게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앞으로도 나올 앨범들이 이런 정도의 선을 지켜 만들어진 곡을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만하면 만족한다. 그래도 이번 앨범은 들으면서 옛날 생각이 나서라도 예전 앨범들을 뒤져서 듣게 만들기라도 했으니까. 지난 앨범때에는 옛날 노래들을 들으면 더 짜증날 것 같아서 아예 듣지도 않았다. 그리고보니 St. Anger 투어 당시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그 앨범에서는 두 곡인가 밖에 연주 안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으로는 2005년 새해 맞이 쇼 같은 걸 하는데 나와서 Unnamed Feeling을 연주해서 분위기를 새해벽두부터 완전 무겁게…

*위에서 말한 그 뭉툭한 느낌이라는게 어쩌면 이 앨범의 음질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다. 뭐 씨디를 사도 아이팟에 mp3를 추출해서 싸구려 이어폰으로 듣는지라 음질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게 요즘 현실이었는데, 이 앨범의 기타가 정말 이상하게도 너무 게인이 약하게 걸린 듯한 느낌이 나길래, 소리를 좀 키우면 나을까 싶었더니 3/4 이상 올리면 찢어지는 소리 때문에 도저히 들을 수가 없는 정도였다. 아무래도 기타의 게인이 약하게 걸린게 아니라 전체적인 마스터링이 그렇게 된 듯. 언제나 성음 레코드의 크롬 테이프에 찍힌 날카로운 소리를 즐겨 듣던 추억이 있던 사람으로써는 이 앨범의 소리가 좀 아쉽다.

 by bluexmas | 2008/10/07 14:41 | Music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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