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자락에 바친 토요일 저녁

막상 한여름일때는 날씨가 버거워서 제대로 음식 해 먹을 엄두도 못 냈었는데, 이렇게 여름이 다 가고 나니 여름에 어울리는 포도주를 한 병 사서 그에 맞는 저녁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이 녀석을 한 병 사고 거기에 맞는 메뉴를 생각해보았다.

1. Heiroom Tomato- Upgraded Caprese Salad

처음 토마토를 살 때는 토마토-바질 파스타만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는데 막상 홀푸드에 가서 색색가지 토마토를 보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Caprese Salad를 해 먹고 싶어졌다. Michael Ruhlman의 블로그에서 본 레시피를 따라해봤는데, 별건 아니고 토마토를 썰어서 소금과 바질 잎에 미리 버무려놓았다가 올리브 기름에 볶은 마늘편을 함께 섞어서 치즈위에 얹는 방법.

2. 새우냉채

최근에 어떤 요리책 아닌 요리책을 샀는데 그 책에 나온 음식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서 일하다 심심한 틈을 타 사진은 아니지만 뭔가를 스케치북에 끄적거렸고 과연 그걸 닮은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자주 그래왔듯이 절반의 성공. 언제나 새우가 필요할때면 생새우 아닌 생새우(얼렸다 녹인)를 사서 머리떼고 껍데기를 벗겨서 써 왔는데, 최소한 30-40마리는 사야 되는게 싫어서 미리 손질되어 얼린 새우를 사서 써봤더니 맛이 별 볼일 없었다. 미리 생강을 달인 물에 살짝 쪘는데 아주 잠깐 쪘음에도 새우살이 너무 딱딱했다.

보통 냉채를 만들때는 바닥에 야채를 깔았던 것 같아서 오이를 국수처럼 얆게 썰어 깔려고 했으나 집에 있는 채칼로는 내가 원하는 정도로 가늘게 오이를 채 썰 수 없었다. 빨간 양파도 마찬가지… 그래서 스케치도 별 볼일 없었지만 실제 만든 음식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드레싱은 라임즙에 생강, 마늘, 와사비, 설탕, 소금 등등을 넣고 간, 간단한 종류.

3. Tomato-Basil Pasta

오랫만에 파스타를 뽑아봤다. 처음 시도했던 파스타의 면이 너무 두꺼웠던 기억이 나서 백밀가루와 세몰리나를 반반씩 섞어서 파스타 제조기가 허락하는 가장 얇은 두께까지 파스타를 늘렸다. 결국은 너무 늘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라면과 같은 맛이 났다. 역시나 만드는 절차는 간단해서, 1에서 소금과 바질 잎에 버무려둔 토마토의 일부를 팬에 볶다가 삶은 파스타를 넣고 버무린 다음 모든 별 볼일 없는 맛의 파스타를 구원해주는 파마잔 치즈로 마무리하면 된다. 그리하여 또 한 번 과식했던 토요일 저녁.

마지막으로 이 사진은 토요일 밤 과식의 여세를 일요일 아침까지 몰 계획으로 만들어 먹은 프렌치 토스트.

 by bluexmas | 2008/10/06 08:47 | Tast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Eiren at 2008/10/06 09:20 

프렌치 토스트 저도 먹었어요! bluexmas님이 드신 것보다는 훨씬 단촐한, 그냥 프렌치 토스트였지만요. 새우 요리 스케치는 나름대로 귀여운걸요^^;; 모든 별 볼일 없는 파스타의 맛을 구원해주는 팔마산 치즈에 한 표도 던지고 갑니다.

 Commented by 모조 at 2008/10/06 12:35  

숙제는 제끼고 맛있는거 잔뜩 해드셨네요 ^^

뭐 그게 인생의 해답 아닌가 싶습니다.

(새우요리도면 귀여워요 특히 새우꼬리랑 명암처리가 인상적!)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0/07 13:12 

Eiren님: 제 프렌치 토스트도 별 거 아니었어요. 그냥 계란에 생크림, 우유, 바닐라 추출액 약간… 하얗고 빨간건 크림치즈하고 딸기잼이었죠. 파마잔 치즈는 짜서 그런지 굉장히 오래가더라구요.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덩어리가 아직도 냉장고에 멀쩡하게 살아있거든요.

모조님: 일상생활로 돌아가는게 숙제여서 열심히 만들어 먹었답니다. 반복되는 육체노동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지요… 사실 새우 밑에 깔린 건 명암이라기보다 양파쪼가린데, 제가 봐도 명암처럼 보이네요^^

 Commented by 산만 at 2008/10/07 15:18 

저는 “명암”때문인지 보라색 때문인지, “은하수를 건너는 새우떼” 같은 제목이 떠오르는…(라고 어제 답글을 남긴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없군요. 언제나 “덧글올리기”대신에 “다음페이지”를 누르는 이상한 습성때문에 자주 일어나는…)

스케치북 종이질감과 보라색 펜 잉크 느낌이 참 잘 맞아보여요.

 Commented at 2008/10/07 18: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나녹 at 2008/10/07 22:19 

흐아 맛있겠다-ㅠ- 아틀란타 꼭 갈겁니다

 Commented by zizi at 2008/10/08 00:03 

우와.. 할 말을 잃게 하시는군요.

저 오늘 바질잎을 대량 수확했어요. 여름, 가을 손질 못해주는 동안 마당을 다 차지할 듯 가지를 뻗던 민트들과 바질을 가지치기 해버렸거든요. (동네 할머니께서 바질향이 너무 좋아 욕심이 났다며 가지친 것을 가져가서 키워보시겠다고 다 가져가셨어요.) 씻어서 일단 말리고 있는 중인데, 말린 바질잎으로 뭘하면 좋을까 고민중이랍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0/08 13:46 

산만님: “은하수 담배를 피우는 새우떼”는 어떨까요?^^ 새우가 아니라 벌레같이 그려졌죠? 맨날 그림 못 그려서 비싼 스케치북은 안 사겠다고 마음 먹고 살다가 처음 사본 돈지랄 스케치북이에요. 그림이 낫게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는 느낌은 참 좋더라구요. 파란색 펜을 쓰는 건 버릇이랍니다. 검정색은 잘 안 써요.

비공개님: 과찬 감사합니다^^ 전 그림은 정말 젬병이에요. 두려워서 안 그리고 그래서 더 못 그린다고나 할까요… 두려움을 좀 없애고 싶어요.

나녹님: 마리오 바탈리가 하는 이탈리아 포도주 전문점에서 저렴한 걸로 몇 병 골라오세요^^

zizi님: 텔레비젼에서 본 건데, 바질이랑 박하잎 다진 걸 복숭아에다 섞고 설탕에 몇 시간 재워두면 어떨까요? 원래는 보드카도 좀 섞었지만… 바질이나 타임, 로즈마리 모두 느낌이 다르지만 어느 정도는 호환이 가능한 것 같더라구요. 로스트 치킨 같은데 말려서 다진 바질 잎이랑 버터를 버무려서 껍데기에 바른 다음에 화씨 400도로 한 시간 반이었나? 한 번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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