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요일

한참동안 조금 미친 주말을 보내서, 어제와 오늘은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도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은 나를 보고 있노라니, 요즘 정말 심심한가보네, 라는 혼잣말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냥 집에 머물렀다.

퇴근하는 길, 어두운 고속도로를 120킬로미터로 달리면서 언제나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아주 가끔은, 이렇게 빨리 달리면서도 내 옆에 달리는 차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틀어놓는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라고 궁금해질때가 있다. 운전하면서 대화를 나누는거지 야, 너 지금 틀어놓은 노래 정말 좋은데 뭐니? 아, 이건 지난 번에 일본 여행갔다가 기차역 지하상가에서 자켓그림만 보고 산건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대박난거야. 좋으면 메일로 보내줄테니까  주소 알려줘. 아냐, 저기 다음 출구로 나와서 좌회전 한 다음에 1마일 더 가면 주유소 있거든, 거기 커피가 주유소 커피치고는 맛있는데 거기로 와…

물론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다. 그런 인연으로까지 사람을 만나려면 참…

어쨌거나 그렇게 맨날 정해진 길을 달려 집으로 향하면서, 이 늦은 시간에도 생각보다 차가 많은데 이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생각을 정말 자주하는데, 어느 날인가 생전 듣지 않는 라디오헤드를 들으면 정말 그런 생각을 진하게 했다. 뭐 이렇게 차를 몰고 북쪽으로 가면 어딘가 이렇게 미친 듯이 달려 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도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뭐 소원을 빌거나 뭐 그것도 아니면 자살하러 가는 절벽-내세 100% 보장 따위의-이 있다거나… 그래서 이 늦은 시간에 다들 이렇게 열심히 달려 어딘가 가는걸까…  사실 나는 단 1%도 라디오헤드의 팬이 아니다. 공연도 가 봤고 앨범도 거의 다 있는데 잘 안 듣게 된다. 그러나 그날은 퇴근길에 No Surprise를 참 열심히도 들었다. 써야되겠네, 라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못 쓰게 되는 것들은 그냥 날아가도록 놓아두는데, 어떻게 이게 다시 살아돌아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요즘 계속 다들 날아가고만 있는데, 이런 뭐랄까 기억의 수렁에서 건진 내 글, 뭐 이런 것 같잖아.

이번 주 일요일도 빨래개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너무 귀찮아.

 by bluexmas | 2008/07/21 14:01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08/07/21 14: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8/07/23 08:38  

빨래 개는 거 별로 안좋아하시는군요. 전 빨래 삼총사(빨래하는 거-물론 세탁기가 합니다만- 너는 거, 개는 거)를 좋아한답니다. 깨끗해지는, 톡톡한 기분이 좋아서요. 은은한 세제향도 나쁘지 않고 말이죠. 햇빛에 쫙- 말린 흰수건 이런 거 좋은데 어릴 적 외엔 햇빛에 뭘 말린 기억이 없네요. 맨날 방에나..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7/24 13:42 

비공개님: 고생좀 하셨겠네요^^ 저는 개기 싫은 유혹을 억지로 뿌리치고 개느라 짜증이 정말….^^

도로시님: 빨래를 개는 걸 싫어한다기 보다는, 예쁘게 개어놔도 아무도 보지 않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있는 것이겠죠. 저는 건조기로 말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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