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자고 있다. 물론 낮잠을 많이 자기는 했지만 분명히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거지… 아마 청소를 제대로 안 한게 걸리는 것 같다. 내 집은 이제 청소 정도로 깔끔함을 회복하기 조금 어려운 상황이다. 정리를 해야된다. 언젠가 정말 제대로 정리하겠어! 라는 마음으로 못 입는 옷가지들 다 꺼내서 기증하게 분류도 하고 이것도 하고 또 저것도…하다가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글도 써야 되는데. 어제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던 Hellboy II를 아주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봤고(Selma Blair만세!), 꼭 글을 써보려고 Sigur Ros의 Heima DVD를 다시 봤는데 글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언제나 용두사미가 되어버리는 여행기 쓰기, 안 쓰려는 것 아닌데 자꾸 못 쓰고 있다. 기억은 그대로 있다. 바랠만한 기억이 아니지.

집에 개미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지난준가 치솔이랑 베개를 햇볕에 말리다가 뒷마당을 내려다봤더니 문간에 엄청나게 큰 개미소굴이 생긴 걸 보고 기겁해서 약을 사다가 치사량의 백 배로 뿌려 박멸을 했건만 이놈들이 어느새 집 안에서 거닐고 있다. 아, 벌레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지난주에 펜이 터져서 엉망이 되어버린 건조기를 여태까지도 안 닦고 있다가 빨래하기 직전에 닦았다. 알콜로 문질러 닦는데 아주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고 한 번에 1분 이상 건조기통에 머리통을 집어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알콜이 기화되면서 독한 가스가 그 안에 꽉차니까. 구글을 찾아보니 나처럼 이런 짓을 한 사람이 백만명인지 펜 얼룩을 지우는 각종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더라. 어느 정도 닦다가 지쳐서 버려도 되는 빨래들을 말려보니 더 이상 묻어나오지 않길래 그냥 만족했다. 대신 티셔츠들은 그냥 공기에 말리기로 했다. 어제 요즘 자주가는 갭에서 긴바지랑 반바지 등등을 샀는데 계산대에 있던 여자가 ‘너! 그 세탁기에서 펜 터진애지!’ 라고 기억을 해버려서 난감했다. 지난번에 뭔가 사면서 얘기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여름휴가. 가야된다. 노느라 계획짜는 것도 버겁다, 라고 말하고는 천벌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한다. 요즘은 이제 이렇게 떠돌이처럼 사는 삶을 받아들여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어쩌면 난 정착해서 사는 사람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 배워왔던 것 뿐.

 by bluexmas | 2008/07/14 15:42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zizi at 2008/07/14 15:46 

치사량의 백배…아, 웃었답니다.

요즘 저희집에도 조그만 붉은 개미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오래된 주택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이 녀석들이 저희보다 먼저 이 집에서 터잡고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어요. 녀석들은 생각했겠죠. ‘잘 살고 있는데 와서 남의 터에 훼방을 놓다니 인간들은 정말 지긋지긋해.'(…) 조만간 시내 나가면 약국가서 좋은 걸로 사려고 해요.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8/07/15 09:53  

잘 지내셨쎄요~? 그동안 뭔가 빠졌다 싶었더니 여길 못들렀단 생각이 나서 -_-;;; 들어와야지들어와야지 하다가 오늘 아침에야.. ^^;

마음의 여유가 없으신 약간 강팍한 상황이신 건가요?

앞으로 거슬러거슬러 가서 내용들을 좀 집어봐야 겠군요.. 흠..

전 도보 5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생활이다가 왕복 2시간 출퇴근이 힘들어 이사 준비 중이지용. 어제도 일부의 짐을 싸고 일부를 버리고 정리했어요.

켜켜이 쌓인 먼지들을 보며 많이 부끄러운 밤을 보냈답니다.

벌레랑 벌레 시체는 또 왜 그리 기어나오는지.. ㅠ.ㅠ

이사하려니 엄두도 안나고 날도 더운데 귀찮고.. 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기회에 청소하고 정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또 들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7/15 12:53 

zizi님: 가끔 개미들이 많아지면 집을 날려버릴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든답니다 -_-;;; 벌레 없는 세상은 너무 무리일까요?

도로시님: 새 회사에는 잘 적응하고 계신거죠? 그렇지 않아도 소식이 궁금했어요. 저는 아주 옛날에 어떤 원룸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좁은 방에 여학생 둘이 살면서 강아지마저 키웠는데 그 강아지가 방 전체를 화장실로 써서…-_-;;;

여름이라 이사하기 힘드실텐데 삼계탕이라도 드시고 기운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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