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야기

사실은 어제가 아버지 생신이었는데, 도저히 그런 기분으로 전화를 할 수가 없어서(목소리가 뻔할테니-) 아침 출근길에 할 생각이었는데 오늘 아침 늦잠 자는 동안 전화를 하셨다고(결국 그 전화에 잠이 깼다)… 두 배로 죄송해지는 불효자의 마음이랄까.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 심각하게 저 징징거리는 듯한 하소연조의 글을 내려버릴까 생각했다. 뭐 가능하다면 어제 블로그를 찾은 손님 55명에게 연락이라도 해서 ‘자꾸 징징거려서 죄송해요. 요즘 먹고 사는게 좀 힘들어서 그러니 이해해주세요. 자제하도록 노력할께요’ 라는 심심한 사과의 인사라도 전하고 싶었으나 뭐 방법이 있나… 게다가 날씨도 더워지고 이러한 생활에 지친 것만은 사실인 걸 뭐.

하여간, 너무 어이없어서 만나는 사람들을 붙들고 수만번을 얘기했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어제의 사고는 바로 이런 종류의 것이었다. 여느때와 같은 아침 출근 길, 생각보다 차가 안 막혀서 비교적 쉽게쉽게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집에서 회사까지의 2/3쯤 내려온 지점에서 차들이 갑자기 멈추기 시작했다. 뭐 아침 출근길에는 그런 일이 워낙 자주 벌어지는터라 약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서 앞차와 30센티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차를 완전히 세우다시피 했는데 뒷차는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나를 받은 것이다. 차가 다들 거의 멈춰서 있던 상태라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놀라기에는 충분했고, 나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일단 차를 세우고 뒷차에게 가서 경찰을 부르라고 했는데 전화가 없다는 대답이 나오는게 아닌가. 공교롭게도 나 역시 전화기 충전시키는 걸 까먹어서 전화를 걸 수 없는 상태라 일단 차를 갓길로 빼자고 말하고 차를 움직였다. 그러나 한참동안 갓길이 없는 황당한 사태가…결국 고속도로 출구 앞의 갓길에 차를 세웠는데, 세우자마자 받은 차에서 여자가 나오더니 나를 향해 소리치기를 “We cannot stay here forever, do something! We have new born baby in the car! You have to show some courtesy in America!” 라고… 한 마디로 네 차 멀쩡해보이는데 그냥 가게 해달라, 뭐 이런 얘기겠지. 쿨하게 문신-문신이 질 나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잘 된 문신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그 여자의 문신은 정말 싼티나는 것들이었다고- 으로 온 몸을 치장한 행색이나, 사고 났을때 보니 열심히 담배들을 피우던 것으로 보다 애들-세 명이나 있었다-을 뒷좌석에 태우고 담배들 피면서 노가리까는데 정신팔려서 제대로 속도를 줄이지 못해서 나를 받은게 뻔했다. 아니, 뒤에서 받은 주제에 와서 소리를 지르다니 이런 어이없는 일이… 그래서 일단 늘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로 상대방 차의 번호판과 손상을 입은 앞 부분을 찍고서 고속로도 출구 언덕 위의 주유소까지 뛰어가 경찰을 부르고, 또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고를 당했으니 늦겠다고 알리고는 기다렸다. 그리고 15분 쯤 있다가 경찰이 왔는데, 어차피 뒤에서 받았으니 그쪽 잘못인게 뻔하니까 더 이상 따질 건 없으니 보고서 쓰고 딱지 끊어서 보내면 그만일텐데, 이 경찰은 또 웃기는게 딱지도 안 끊고 보고서도 안 썼다는 사실… 종이 한 장씩 주면서 보험 정보 교환하게 시키고는 그냥 가던 길 가라고 얘기하고는 사라졌다. 거기에다가 어디 다친데는 없냐고 묻길래 목이랑 등이 아픈데 하루쯤 기다렸다가 병원에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갈 생각이라고 얘기했더니 상대차 운전하던 여자가 말하기를 “He walked all the way to call you, so he should be fine.” 이라고…더 웃겼던 건 경찰조차 거기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하여간, 어차피 지난 사고에서 손상입은 부분도 안 고칠 생각이었는데다가 이 사고로도 별로 손상입은 부분이 없어서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늘 운전을 해보니 차 엔진소리가 이상한게 느껴져서 운전하는데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후에 현장에 나갔는데 상대방 보험회사에서 찾는다는 전화가 내 보험회사에서 와서, 통화를 해서 일어났던 일을 얘기해줬더니 오히려 나를 도와주는 분위기라 다음 주에 일단 차를 점검하기로 약속을 잡아놨다.

뭐 재수없어서 사고 당할 수도 있고, 사람이 병원에 갈 정도 이상으로 다치지만 않았다면야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들이 피해를 입히고 되려 화를 내는 이 어이없는 분위기에 내 얘기를 안 듣는 경찰, 그리고 차를 운전하던 여자들은 행색이 정말 총을 가지고 다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 이런 일을 혼자서 당하고 나면 이런 종류의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생기는게 삶에 아주 어이없는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게 된다. 거기에다가 야근까지 하고 나면 정말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최고~ 결국 천국이 바로 이 지상에 있다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잠들게 되는 것이다.

 by bluexmas | 2008/06/27 11:44 | Lif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Eiren at 2008/06/27 12:25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네요.. 멀쩡히 잘 가다가 뒤에서 받히는 것도 밤잠 못 이루게 만드는 상황이련만, 사고 낸 후 가해자의 반응이 정말 걸작입니다. 차에 큰 이상 없기를 빌께요. 며칠 후라도 불편하시면 병원 꼭 가시고요..고생하셨어요…

 Commented by 笑兒 at 2008/06/27 12:48 

어우, 정말 저렇게 뻔뻔한 사람들 싫어요!! 거기다 무려 애들이 있으면서 담배 뻑뻑피워대는 여자들이라니!!!!!!!!!!!!!!!!!!! 아 -_- 정말 치사하고 아나꼽고 더러운 북미국가들 =ㅅ=!!!!!

교통사고는 몇달이 지난 후에도 후유증이 오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Commented by basic at 2008/06/27 13:18  

정말 황당한 white trash들이군요. 몸이 아프지 않으시길 바랄께요. 힘내세요!!!

 Commented by 보리 at 2008/06/27 13:23 

경찰의 태도가 더욱 화나게 만드네요. … 대체 이 웃긴 세상은 어케 살아야 하는 걸까요?

 Commented by hotcha at 2008/06/27 13:33 

힘든 일을 당했군요. 토닥토닥~

작년에 전 음주운전자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U턴을 하면서 사정없이 제 차를 박더라구요. 박은 것도 모자라 비틀거리면서 내려 욕을 해대더군요. 다행히 경찰이 와서 데려갔지만 내 차는 폐차되고 다행히 그 정도 사고에도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심신이 고생을 했죠. 물론 음주운전자는 보험으로 다 처리하고 사과 한마디 없었죠. 보험에서 시세대로 차 값은 받았지만 결국 아끼던 내 차만 사라졌다는….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8/06/27 13:53 

우워….정말 어이없는 일을 당하셨군요!!

교통사고는 (아시겠지만) 꼭 병원가셔서 체크해보셔야해요.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디 많이 아프시지 말아야할텐데 말이예요..

 Commented at 2008/06/27 15: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6/27 16:06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나봐요~ 혼자서 이것저것 처리하시려면 힘드셨겠어요…그래도 주말이니까, 맛난거 해드시고 마음 푸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6/28 17:46 

Eiren님: 차는 뭐 이제 거의 걸레수준이 되어서요… 병원은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笑兒님: 정말 그 뻔뻔함에 치가 떨리더라구요-_-;;;

basic님: 정말 그 단어는 쓰고 싶지 않지만, White Trash던데요.

보리님: 차별받는 느낌 들었다니까요… 경찰들 별로더라구요 이 동네는.

hotcha님: 호주에서는 어느나라 차를 타나요? 영국? 일본?

intermezzo님: 사고 당한날 야근해도 쓰러져 죽지 않은 것 보면 어디 아프지는 않은 것 같아요^^

비공개님: 총이라도 있었다면 정말…-_-;;;

blackout님: 목소리는 제가 더 클텐데^^ 누가 음식 해 주면 안 될까요-_-;;;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