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오후에 서점에서 마신 커피 탓인지 여느 일요일보다 더 잠을 잘 못 자 비실거리는 월요일 아침, 자리를 옮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팀에 합류한지 23개월만에, 팀은 해체되고 나는 마을의 테두리 안에 머무르면서 옆 골목으로 이사하게 된 것이다. 이것으로 작년 말 부터 반 년도 넘게 끌어오던 각종 짜증나는 상황들의 처리를 일단 마무리짓게 되었다.

피곤한 몇 달이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지난 서른 몇 개월동안 내내 피곤했지. 어차피 직장생활이라는게 피곤한 것이니까… 그러나 언제나 그것말고 또 다른 것들이 있어왔다. 물론 여기에 쓰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잠을 못 잔 탓에 일을 매끄럽게 한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자리 옮긴다고 일하던 걸 끊고 왔다갔다하면서 시간을 쓰기 싫어서 퇴근시간을 삼십 분 남겨 놓고 이사를 시작해서 여섯시 반이나 되어서 끝낼 수 있었다. 누군가 붙잡고 여기에 쓸 수 없는 얘기를 구구절절이 늘어놓고 싶었지만 당연히 그럴 수 없으므로 나는 언제나처럼 간단히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오늘같은 날에도 현실은 일상을 목줄에 단단히 묶어 원래의 영역에서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게 붙잡아 두고 있었으니, 나는 그 현실의 매정함에 목이 메었다, 아주 살짝, 왜 그렇게 감상적이냐고 스스로를 엄하게 나무라지 않을 정도로만. 

 by bluexmas | 2008/06/17 12:55 | Lif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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