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5분 블로깅

정말이지 이제는 노는 것도 체력과 의지가 없으면 힘들다. 여행 갔다오자마자 바로 야근모드, 또 그 야근모드가 끝나니 두 달 전에 사 놓았던 공연표가 바로 어제일 위한 것일줄이야… 그래서 여섯시 반까지 나도 잘 기억 못하는 서로 다른 여러가지의 일을 미친 듯이 해서 끝내고 또 바다 건너 지사로 보낼 것들을 챙기고 난 뒤 지하철을 타고 시내에 나가서 시체처럼 앉아 공연을 보고 새벽 한 시에 귀가, 두 시에 취침… 덕분에 회사엔 지각했고 이제 마감 끝났으니 좀 한가해질 줄 알고 오후에 의자 점검하러 나갔다가 바로 퇴근해야지, 장도 보고… 라고 마음을 놓고 있었더니(사실은 여행기 이번엔 꼭 써보려고 생각나는대로 공책에 적고 있었다-) 또 쏟아지는 일… 월요일까지 끝내야 된다니 결국 오늘과 내일 밖에는 시간이 없는데 이틀 모두 오후엔 의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되어 있으니 까딱 잘못하다가는 오늘 내일도 야근해야될 운명에다가 주말까지 출근? 이것이 바로 오른쪽 발은 얼음지옥, 왼쪽 발은 불지옥에 담근 형국일세… 찬 기운과 뜨거운 기운 모두 등뼈 중심을 경계선 삼아 팽팽히 대치하고 있으니, 어떤 기운이 득세를 해서 나머지 반쪽을 차지하거나 말거나 나는 벌써 죽은 목숨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죽는 방법을 고르라면 뜨거운 건 싫으니 그냥 얼어죽는 쪽으로, 대신 아주 빠르게… 냉장고에 마지막 남은 계란 세 개로 말도 안 되는 도시락을 싸서 무슨 맛인지도 모른채 먹고 나니 산책하러 나갈 기운도 없는 것 같아 일이나 하다가 나가야지, 라고 생각하고 책상에 앉아는 있으나 선을 그리기보다는 글자를 쓰고 싶은, 아니 말을 하고 싶은 마음, 듣는 사람이 있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없어도 어쩔 수 없는…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는 점심시간의 5분 블로깅, 아무래도 약간 제 정신이 아닌 것만 같은 이 기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내가  남처럼 나를 밖에서 쳐다보고 있으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약간 궁금한걸.

 by bluexmas | 2008/05/30 01:22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nippang at 2008/05/30 01:35 

“선을 그리기보다는 글자를 쓰고 싶은, 아니 말을 하고 싶은 마음” 저도 요즘 이렇게 느낄때가 많아요. 그림을 그리다말고 놓고, 썼다 지웠다,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뒤숭숭.

 Commented by Josée at 2008/05/30 01:44 

그곳은 점심시간이시군요. hectic하기 그지없으신 시기로군요.

말을 하고 싶을 땐, 저도 블로그에 뭘쓸까 궁리한답니다 🙂

 Commented at 2008/05/30 02: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보리 at 2008/05/30 10:48 

“정말이지 이제는 노는 것도 체력과 의지가 없으면 힘들다.”

welcome to 서른중반… ㅠ.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6/02 12:53 

nippang님: 제가 그리는 선은 전부다 대부분 곧은 선들, 그리고 컴퓨터로 만들어지는 선들이죠. 딱딱한 것들.

Josée님: 요즘은 정말 hectic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나날들이에요.

비공개님: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블로그 가서 그간의 상황을 보니… 잘 마무리하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네요.

보리님: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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