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번째 손님 / 미완성 인터뷰

며칠 전에 올린 글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얼마 전에 들러주신 분들의 수가 오만을 넘어섰어요. 사실은 꽤 됐죠, 지금은 오만 이천 정도라고 알고 있으니까. 사실 이 글은 작년 여름인가 초가을쯤 손님의 수가 삼만을 넘어섰을 때 올리려고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한 금요일에 썼던 건데, 쓰다가 지쳤기도 하고 또 일찍 퇴근했는데 시간을 이런데 쓰지말고 청소라도 해야하지 않나, 라는 압박감에 시달려 대청소를 하느라 결국은 끝을 못 맺은채 지금까지 노트북에 버려져 있었던거에요. 몇 달 동안 이어써서 완성해야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고 나니까 그것도 못하겠더라구요. 결국은 미완성이 된 건데, 이걸 올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또 한참 망설이다가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까워서 올리는 셈이죠. 꽤 많은 시간이 지나다보니 생각도 그때와는 조금 달라진 구석이 있고 뭐 이런 글을 올려도 되나, 라는 망설임은 블로그질을 계속해서 해도 마음 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지라 여전히 힘이 들기는 하지만, 아무렴 어떻겠어요. 어차피 버려질 글이라면 쓴 사람인 저 빼고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읽는게 나을지도 모르죠, 재미로라도, 뭐 그것도 아니면 읽고 비웃기 위해서라도.

이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 그리하여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에 대한 갈등은 시간이 지나도 잦아들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계속 뭔가 쓰고 있으니, 저라는 사람도 정말 쓰는 걸 어지간히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뭐 앞으로 얼마나 재미있는 뭔가를 쓰게 될지는 몰라도 계속 쓰게는 될 것 같아요. 여기가 아니라면 그 어디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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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만인가…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하자고 말한 것이. “그러게요.”  그는 고작 그렇게 짤막하게만 대답했다. 너무나 오랜만의 조우에 나도 모르는 사이 격앙된  ‘오랜만이에요’ 가 부끄러움에 목구멍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릴 만큼 짤막하고, 또 건조하게. 전화 통화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계획대로 인터뷰가 이루어졌더라면 그 시기는 7월 말, 늦어도 8월 초가 되었어야 했지만, 그 즈음 그에게 벌어진 여러가지 골치 아픈 일들은 그로 하여금 넘치는 내압을 애써 무시할 만큼의 긴박함을 자아내었던 듯, 그는 계속해서 정해진 약속을 미루는데 바빴었다. 그렇게 몇 번의 약속을 넘기다 못해 절반쯤은 포기해버린 토요일 오후, 그가 시간을 낼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챙겨두었던 노트며 사전에 수집된 자료 등등을 가방에 급하게 쑤셔 넣고는 집을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멀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는 바로 나니까. 

혼자 살기에는 관리가 조금 어려워 보일 정도로 큰 집에서 그는 거의 일 년째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완전히 본인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둥근 유리 식탁에 앉아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사실은”,  그가 운을 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국물이 많으니까, 아예 유리로 된 식탁이 좋을거라고 해서 이걸 샀는데, 국물은 커녕 저 여기에서 아직 밥도 한 번 먹어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알듯 모를듯 웃음을 흘리는 그의 입가에 언제나 기억되던 특유의 그늘이 살짝 내려앉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드디어 그를 만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그늘은 지난번에 그를 만났을 때 보았던 것보다는 조금 짧아져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문: 정말 오랜만이죠? 대체 어떻게 지내셨는지…

답: (웃음) 그러게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오늘의 이 자리는 제 개인사를 읊어대기 위한 자리가 아니니까  그쪽에 관련된 화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죠.

문: 뭐 원하신다면… 그렇다면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할까요?

답: 제가 7월 중순에 전화드렸을때 살짝 귀띔해드렸던 것처럼, 오늘은 블로그에 관한 얘기를 하면 어떨까 싶어요. 어찌어찌해서 버려두었던 블로그를 2월인가에 다시 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손님들이 오시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니 수자는 불어날때마다 무엇인가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래서 만 번째 손님이 오신 다음에는 원하시는 분들께 허접하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을 액자에 넣어 보내드렸죠.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만 번째 손님이 오셨는데, 생각해보니 만 명의 손님이 오실때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드리는 것도 좀 잦은 것 같고, 또 제 별 볼일 없는 재정상태도 고려해야 하고(웃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렇게 물질적인 뭔가에 관련된 것도 좋지만 그것은 가끔, 조금 더 의미 있는 상황에서 써 먹기로 하고, 이번에는 블로그에 블로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올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된거죠. 이를테면 약간의 이벤트성을 띤 특별 기획 연재, 뭐 그렇게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런 식으로…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이번엔 뭐가 좋을까 생각을 해보니 막상 블로그를 꾸려 나가면서 제 블로그를 제가 어떤 생각으로 꾸려 나가는지에 대한 정보는 한 번도 손님들께 드린 적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더라구요. 게다가 저도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에 이 블로그를 다시 열었을때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인터뷰를 하면서 블로깅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거라는 마지막 결론에 이르게 된거죠. 그래서, 이렇게 오랜만에 오시라고 한거에요. 얘기라도 같이 해보시자고(웃음).

문: 그렇군요… 그런데 왜 하필 인터뷰를 하시기로 한 걸까요? 그렇다면 그냥 글을 올리셔도 되었을 것 같은데…

답: 아… (웃음)거기에는 또 사연이 있어요. 첫 번째 인터뷰 기억나시죠?

문: 그럼요. 그 Architectural Programming 수업 웹페이지에 자기 소개를 위해 올렸던 인터뷰.

답: 맞아요. 그게 2003년 가을학기 였잖아요. 그 때 심심풀이로 그 인터뷰를 올리고 같이 수업 듣던 몇몇 친구들이 재미있었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5월이었나, 친구녀석이랑 술을 마시는데 그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제가 블로깅을 하고 있다고 했거든요. 친구 왈, 그인터뷰 재미있었는데  영어로 블로깅은 하지 않냐고… 그래서 그 때 생각을 하게 된거죠. 이번에는 인터뷰를 올려야겠구나(웃음)… 문: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블로깅에 대한 얘기를 해 보죠. 다시 블로깅을 시작하신게 2월이라고 하셨나요? 그때 무슨 계기라도 있었던 건지…

답:물론 계기가 있었죠. 아시겠지만 2005년 언젠가 블로그의 문을 열었지만 그 당시에는 싸이에도 또 블로그에도 정착을 하지 못했잖아요. 무엇인가 계속 쓰기는 했지만 싸이는 답답했고, 또 블로그에는 적응을 못했고… 그러다가 뭐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서 둘 다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하다가 아시는 것처럼 2006년 하반기에 또 어이없는 일들이 터졌고, 그 연말에 쓸쓸하게 서부를 떠돌아다니고 아틀란타로 돌아오면서 마음을 먹었죠. 당분간 사람을 믿는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구요. 그러니까 말하자면그 에너지를 뭔가 생산적인데, 굳이 돈이 생기지 않는 것에라도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거에요. 그리고 그제서야 저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거에요. 그게 뭐에 관련된 글이든, 또 어디에 쓰든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구요. 그것은 ‘글을 쓰겠다’, 라는 결심보다는 ‘글을 쓰는 내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라는 결심이라고 말하는게 더 정확할거에요. 무슨 말이냐 하면, 저는 컴퓨터/인터넷의 미디어를 손에 넣고 나서는 늘 언제나 무엇인가에 대해 쓰곤 했지만, 그런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저 스스로를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아했어요.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방법이 마치 패배자의 그것은 아닐까, 라는 이상한 자격지심 따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게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서 오랜 시간동안 그걸 좋아하는 제 자신을 부정만 하다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가운데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그 길의 끝에서 좀 과장 섞어 말하자면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을 얻게 된 것이죠. 나에게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나를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구나…라구요. 그건 무슨 다른 사람들 내지는 세상에 대한 분노나, 끝도 없어 보이는 자신감의 아우라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재무장하는 그런 절차가 아니었어요. 뭐랄까, 그저 제가 저 자신을 저자신이라는 사람으로 정확하게 인정하는 과정…’인식’ 이 아니죠. 그건 이미 오래전에 했으니까. 문제는 그런 자신, 제가 찾아낸 저 자신을 제가 인정하냐 못하냐의 문제였던 것인데 그 멀고 먼 길을 돌아 와서야 저는 드디어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쓰자고… 무엇이라도, 또 어디에라도…  그러던 와중에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버려둔 블로그에도 하루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어느날 무심코 들여다 봤을 때 천 명을 기록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 주인도 버려둔 블로그에 천 명이나 손님이 오시다니 누가 오시는지…’ 라고 글을 남겨 두었는데, 어떤 분이 비공개로 답글을 남겨 주셨죠. 가끔이라도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구요. 그때, 그런 기분이 들었죠. ‘아,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내 글을 즐겨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래서 그 때, 다시 시작하기로 한 거죠. 바로 이곳에.

문: 그랬군요… 그럼 블로그 재 개장에 관련된 얘기는 여기에서 접고, 블로그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하죠. 일단 블로그의 이름부터… 대체 무슨 의미로 그 이름을 지은건지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답: 아, 거기에는 대략 세 가지의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이 블로그에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이미지를 부여하기 싫었어요. 무엇인가 더 있어 보이는 미사여구로  쿨해보이는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지만, 그건 제 스타일이 아닌걸요. 그리고 두 번째는, 제가 미리 이 블로그가 어떤 것이라고 정의하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면,  오시는 분들이 저의 글을 읽기도 전에 ‘이 블로그는 이런 것이겠지’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더 자세하고 친절한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어요. 이를테면 ‘###의 영화리뷰’ 라는 블로그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 블로그에 가 보기도 전에 ‘아, 이 블로그는 영화에 관련된 블로그겠군’ 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게다가 어차피 제 블로그는 한 가지 주제에 관련된 글을 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자세한 설명을 이름에 달기도 뭐했구요.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블로그는 보관을 위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글쓰기를 즐겨한 지난 15년의 기록 가운데 초반부 3년 정도의 것은 사실 지금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보관을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았으니, 이 블로그는 그런, 글을 보관하는 공책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거기에다가 제가 30대이기 때문에 ‘Thirty Something’을 붙인거구요.전체적으로는, 굳이 정의해야 한다면, 30대를 사는 제 삶의 기록이 되는 것이죠, 이 블로그가.

문: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던 것이군요(웃음). 그렇다면 블로그 이름에 대한 의미를 알았으니까, 꾸려 나가시는 카테고리들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을까요?

답: 아시겠지만, 블로그의 이름을 지었던 같은 논리가 카테고리들에도 적용될 수 있어요. 모든 카테고리들이 하나의 영단어로만 지어진 이유는(‘–‘를 빼고), 그 단어 자체들이 불필요한 과정 없이 최소한의 설명을 해준다고 믿기 때문이죠. 일단 블로그에 발을 들여놓을때에는 중립적인 상태일지 몰라도, 그 안에 들어오고 나서는 무엇인가 정리정돈을 위한 매개체가 필요하잖아요? 카테고리의 이름은 그런 역할을 하는거에요. 누군가 가고 싶은 방이 있을때, 그 방이 어디 있는가를 알려주는 이름표나, 간단한 배치도와 같은 것… 그래서 제 블로그의 카테고리 이름은 모두가 다 자체 설명적이기는 하지만, 기회가 기회인만큼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보죠(웃음). 일단 Architecture는 말 그대로 건축에 관련된 카테고린데, 원래의 계획은 이것과 music카테고리가 제가 블로그를  꾸려나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였거든요. 바꿔 말하자면 가장 글을 쓰고 싶은 분야가 건축과 음악인데, 하나는 업이라서, 또 다른 하나는 너무 좋아해서 글을 쓰려다 보면 잘 쓰려는, 그러니까 완벽하려는 마음에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라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현재 저의 여건상 시간이 많이 걸리는 글 쓰기는 할 수가 없어서 이 카테고리들이 주인의 사랑을 잘 못 받고 있는거죠. 특히나 건축 같은 경우에는, 사진 몇 장 올리고 ‘가봤는데 열라 멋져요’ 따위의 짧은 생각의 배설물로 제 업을 더럽히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계속 자제하고 있답니다. 그 다음에 book 카테고리는, 책을 읽고 쓰는 건데, 사실 도서 밸리에는 글을 잘 안 보내고 관련 분야의 밸리로 직접 보내게 되더라구요. 예를 들어서 음식에 관련된 책을 읽고 나면 꼭 음식 밸리에 보내게 되는 것처럼요. 이 카테고리에는 책의 기억에 관련된 글을 쓰고 싶은 계획이 죽 있어왔는데, 계속해서 생산을 못하고 있어서 답답한 마음이 많은 요즘이에요. 거기에다가, 별로 update가 없는 Media 카테고리는 영화나 책 외의 미디어, 한마디도 말하면 텔레비젼이 되겠죠. 야구 경기가 없는 늦가을부터 초봄 까지는 본의 아니게 텔레비젼도 많이 보게 되니까 관련된 글을 쓰려고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입니다.  그리고 Movie 카테고리는, 웬만한 사정이 없다면 매주 토요일 아침에 보는 막 개봉한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는 곳이에요. 아시겠지만, 저는 영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자칭 ‘영화 무식쟁이’고 앞으로도 더 지식을 쌓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해요. 왜냐면, 그 지식을 쌓는 만큼 저의 삶의 복잡해질텐데, 저는 더 이상의 복잡함을 삶에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저에게 영화적인 지식이 없다는 것은 곧 영화 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그것은 결국 제가 쓰는 영화에 대한 글이 결코 영화 비평 따위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제 영화 글에는 영화의 계보에 관련된 글이나, 오랜동안 축적되어야만 써먹을 수 있는 영화사 전반에 대한 지식 따위가 전혀 드러나지 않아요. 알고 계셨나요?

문:(갑작스런 질문에 뜨끔해하며) 그러고보니 그렇군요…

답: 네, 그리고 보면 기술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아요. 왜? 그게 영화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읽을 만큼의 지식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 영화에 대한 글의 의미는 가장 첫 번째가 정보 전달, 말하자면 ‘미국에서 갓 개봉한 ###를 봤는데, 재미있어요, 없어요’ 정도, 그리고 다른 매체, 특히나 책을 읽을 때처럼 전체적인 서사구조 의미를 다루는 것이 그 두 번째 의미가 될 거에요.  그 다음에 Taste 카테고리는, 원래 개인 취향에 관련된 글을 올리려고 만든건데, 본의 아니게 음식에 관련된 글만 계속 올라오고 있죠(웃음). 아시겠지만, 애초에  음식에 관련된 글이나 사진을 올릴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사실 음식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계속해서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각종 식도락 열풍을 저 자신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뭐랄까, 요즘은 사먹는 음식이나 음식업계의 서비스 같은 것들에 대한 이유도 없는 반감이 극에 달해 있는지라(웃음), 이 카테고리를 꾸며 나가고 음식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것이 그런 경향에 본의 아니게 발 맞추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보면 아시겠지만, 음식에 대한 글이 올라와도 밖에서 사 먹은 음식에 대한 글은 거의 없어요. 사실 밖에서 사 먹을 일이 별로 없으니까… 여행을 가면 사 먹을 일이 생기니까 미리 정보도 수집하고 먹은 것에 대한 기록도 정리하지만, 그것들은 ‘아마도’ 여행 기록의 일부로서 다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이 카테고리에 올라올 일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이야기의 초점이 좀 엇나갔는데, 가뭄에 콩 나듯 이 카테고리에 옷이나 뭐 화장품 따위에 관련된 글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으실거에요. 사실은 그런 것들도

음식과 비슷한 비율로 다루어지면서 정말 개인의 취향(taste)에 관련된 카테고리를 꾸미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건데 뭐 아시다시피요즘은 소비생활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웃음), 잦은 업데이트는 좀 요원한 상황이에요. 하여간 음식에 관련된 글만 넘쳐나면서 카테고리를 분리시킬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하는데, 그래봐야 쓸데없이 복잡해지기만 할 것 같아서 그냥 놔두고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fashion 카테고리 같은 걸 만들 것도 아니잖아요. 뭐 그렇게 유행에 민감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옷 입고 다녀봐야 볼 사람이 있는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웃음)…

문:그렇군요. 그러면 life와 — 카테고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두 카테고리는 얼핏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주는데, 저로서는 그 느낌을 뭐라고 말로 묘사할 수 있을지 감이 잘 안 잡히더라구요.

답: 그런가요? 사실은 의외로 간단한데(웃음)… life 카테고리는 제 블로그에서 저 자신이 가장 편하고 가볍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냥 일상에 관련된 이야기를 생각나는대로 쓰는 곳이죠. 하지만 –카테고리는 일상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일상이 자극하는 기억에 관련된 글을 쓰는 공간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좀 애매한가요… 예를 들어, 제가 가장 최근에 올린 글 ‘시리도록 그리운 눈’의 주제랄까,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글을 쓰게 된 동기 같은 건, 고속도로에 생긴 페인트 얼룩이잖아요. 제가 만약 그걸 보고, ‘오늘 아침에 출근하다가 고속도로에 생긴 페인트 얼룩을 봤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페인트 트럭이 자빠졌었나봐요. 알고보면 이 아틀란타라는 동네가 미친 트럭 운전사들로 가득차서 다들 대마초를 피우면서 운전을 하다가 트럭 점프 따위를 시도하기도 한다고…’ 라는 글을 쓴다면 그 글은 뭐 그냥 일상에 대한 기록이고, life 카테고리에 자리를 잡게 되겠죠. 하지만, 그 페인트 얼룩을 보면서, 또 그 도로 위를 지나가면서 저는 오랫동안 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눈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 오랜만에 환기되는 것을 느꼈고, 그 느낌을 며칠동안 가지고 있다가 글을 쓰게 된거죠. 그러므로 그 글은 더 이상 일상에 대한 기록이 아니에요. 그 일상이 자극하는 기억에 관련된 것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카테고리의 글은 의식의 움직임을 담고 있죠. life 카테고리가 육체의 움직임을 담고 있는 반면에… 결국 같은 얘기군요. 일상과, 일상이 자극하는 기억과…

 

 by bluexmas | 2008/04/14 09:25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Eiren at 2008/04/14 10:29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고속도로에 생긴 페인트 얼룩 포스팅을 가장 최근에 하셨다는 부분을 보니 이 글이 작성된 지 어느 정도 되었는지 감이 오는군요. 그 만큼의 시간이 흘렀으니 이젠 유리 식탁에서 국물 있는 한식을 드셔보셨나요?

 Commented at 2008/04/14 13: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4/15 13:13 

Eiren님: 네! 몇 번 먹어본 것 같아요^^ 더 맛있었다고 기억이 될까 말까 하네요^^

비공개님: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야 감사드릴 뿐이죠. 이사도 시간 없어서 못 가니까 걱정마세요, 그리고 비공개님께는 꼭 알려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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