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보았던 DVD 영화 몇 편

요즘 이상하게 내키는 영화도 없고, 또 극장에 가기도 귀찮아서 DVD로 영화를 여러 편 보아왔습니다. 보통 야구철이 다가오면 DVD는 안 빌려보게 되는데, 올해는 가끔이나마 보려고 Netflix 회원에 가입을 했습니다. 동네에 Blockbuster Video가 있지만, 영화 한 편 빌리러 가기도 오히려 귀찮고, Pride and Prejuidice나 Gangs of New York 같은 영화도 없는 마당에 제한개봉으로 걸렸다가 사라지는 영화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겠죠.

1. Indiana Jones 3부작

딱히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지만, 5월에 4편이 나온다고 해서 예습 삼아 다시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1편은 제대로 본 기억이 없고, 2,3편 역시 마지막으로 나온게 근 20년 전이라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더군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기는 했는데, 세 편 가운데 1편이 가장 재미있고, 예전에는 가장 재미있었다고 기억하는 2편을 재미없게 받아들이는 제 자신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3편의 절정부분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1편의 소재(성궤)와 그에 연결된 절정부분이 다른 두 편에 비해서 훨씬 더 충격적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는 있지만, 배우 해리슨 포드에 대해서는 이제 별 기대가 없는데, 그건 최근작 Firewall에서 이젠 그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모습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엄청나게 조악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편 마지막에서 성궤를 열었을 때 쏟아져 나오는 영혼(유령이라고 하기는 좀…)들은 여전히 무섭습니다.

2. The Lookout

전도 유망했던 고등학교 아이스하키 선수 Chris Pratt은 친구들과 차를 몰고 반딧불을 만끽하러 갔다가 객기에 헤드라이트를 끄고 운전해 사고를 내고, 그 사고로 같이 타고 있던 두 친구를 죽게 만들고 여친은 다리를, 또 그 자신은 단기 기억능력을 잃게 만듭니다. 촉망되는 선수생활을 눈 앞에 두고 자신의 객기로 벌인 사고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는 은행의 밤 청소부를 하며 근근히 먹고 살고, 가족과도 거리를 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나갑니다. 이런 와중에 자기의 누나와 고교시절 데이트를 몇 번 했다며 접근하는 남자와 그의 친구라는 여자에게 가까워지는데, 그건 그가 은행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노려 금고를 털기 위한 의도적인 접근이었고, 그는 곧 그 은행털이에 짱(그래서 lookout이죠)을 봐줘야만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단기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손쉽게 Memento에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메멘토와 달리 이 영화는 있다면 있다고도 쳐 줄 수 있는 반전이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 또한 영화 자체가 메멘토처럼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뉴욕같은 도심이 아닌,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캔사스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전개는 그렇게 사람이 별로 등장하지 않아서 그런지 묘한 긴장감과 흡인력이 있고, 오히려 그러한 긴장감은 배경으로 보았을때 Fargo랑 비슷할랑말랑한 느낌도 줍니다(눈오는 겨울철이 배경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작년 초엔가 제한 개봉으로 풀려서 결국 DVD로나마 보게 되었는데, 이런저런 매체에서 주워 들은 정도의 값어치는 하는,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는 주인공 역의 Joseph Gordon-Levitt(아역배우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의 연기도 좋지만, 그와 같이 사는 장님 텔레마케터로 나오는 Jeff Daniels(Dumb & Dumber)의 존재는 영화에서 너무나 돋보입니다. 그 밖에 제가 좋아하는 Isla Fisher와 Match Point에서 부잣집 아들로 나오는 Matthew Goode등이 출연합니다. DVD로 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

3. The Ballad of Jack & Rose

형님 Daniel Day-Lewis가 아내 Rebecca Miller의 각본, 감독인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그가 출연한 이유는 단지 그것 때문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분한 Jack Slavin이라는 인물은 근 20여년 전에 환경 친화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살려다가 표면적으로 실패하고, 아내를 포함한 모두가 떠난 섬에서 딸만을 데리고 이상을 실천하는 삶을 살려고 하지만, 그 많은 부분에서 모순이 엿보입니다(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부자라는 점이…). 또한 영화의 끝부분에서 자기분열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을 빼놓고는 연기도 그렇게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해서, 아내의 영화에 몸도 풀겸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들게금 합니다. 루이스의 딸로 나오는, 진한 눈썹이 인상적인 Camilla Belle은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10,000 B.C.에 출연했고, 루이스의 연인으로 나오는 Katherine Keener는 각기 다른 남자들로부터 가진 이복형제를 키우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예전에 보았던 40 year old Virgin의 설정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 가운데 하나로 나오는 배우가 Paul Dano인데, 매가리가 없어 보이면서도 뒤로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연기는 There will be Blood의 Eli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루이스가 이 영화에서 같이 연기해보고 추천했다는 얘기도 어디에선가 들은 것 같습니다만…

4. 괴물

넷플릭스를 통해 드디어 보았습니다. 워낙 다운로드는 안 받는 주의라서 이제껏 보지 못했는데, 보는 와중에 계속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그것은 영화 자체 때문이 아니라 영화에서 벌어지는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알고보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괴물이라는게 결국은 그 괴물이 아니고 괴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었을까… 영화가 늘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맹목적인 기독교 코드를 같이 엮었으면 더 짜증나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늘 미국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물영화만 보다보니, 정겨운 조국 산하에서 괴물이 날뛰는 모습이 오히려 은근히 낯설더군요.

 by bluexmas | 2008/03/31 12:25 | Movi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세온 at 2008/03/31 13:17 

The Ballad of Jack & Rose는 약간 밍맹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던게 사실인것 같습니다. 여기서 폴 다노는 정말 뭔가 독특한 매력을 풍기기도 했구요. 그래도 잭이 섬의 여러 지역을 개발하려는, 그토록 적대적으로 대하던 마티 랜스의 집에서 궁상맞을 정도로 우루루 무너지며 우는 모습은 ‘아 저기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표 절정’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것 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4/01 12:18 

네, 그냥 루이스 형님께서 몸이나 한 판 풀어보시자고 가볍게 나와주신, 그런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물론 마지막의 자아붕괴 장면은 역시 형님께서만 보여주실 수 있는 내공이겠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아이디 본 것도 같은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들러주세요^^

 Commented by zizi at 2008/04/01 12:40 

인디아나 존스 3편은 쭈욱 다시 보고 싶네요.

꽤 커서도 가끔 빌려보며 참 좋아했던 영화거든요..

해리슨 포드가 아니었으면 그리 잘 어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개성없는 마스크같지만, 그 웃음이 참 구수(?)한 사람..

 Commented at 2008/04/04 12: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4/04 13:39 

저도 그 영화 한 번 빌려봐야겠네요. 넷플릭스에 저장해두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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