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 오는 금요일

.그리하여 차가 막히기 전에 고속도로를 타야 되는데, 라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절뚝거리며 사무실을 빠져 나온게 네 시 십 오분, 이번주에도 세 번 다 채워서 운동 못 하고야 마는구나, 라는 안타까움이 머릿속에 가득하지만, 다리가 절뚝거리면서 더듬거리기까지 하더라구요. 야야야, 이, 이 꼴로 우우우, 운동해서 부부,러지는게 나지 너,너냐? 라구요.

그그그,그래, 미미미안하다…

그러나, 금요일 오후의 고속도로는 벌써 주차장, 자욱한 안개와 내린다기보다 날리는 듯한 비에 교통사고는 사방에 널려있고, 오늘따라 퇴근길은 왜 이리 더딘지…의자를 끝까지 뒤로 빼고 다리를 뻗고 있어도 관절은 어딘가 맞지 않는 듯 삐걱거리는 느낌에 곧 들어오는 빨간 경고등… 기름도 떨어져가는데 막힌 건 뚫릴 기색이 없더라구요. 하여간 그렇게 다리가 계속해서 아팠지만(정말 이유도 없이…), 운동 못 할 정도라고 장도 못 볼 것 같지는 않아서 절뚝거리면서 두 군데에 들러 장을 보고 돌아왔죠. 그래도 밥은 해 먹어야 되니까.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짬뽕이나 해 먹어볼까, 라는 생각에 오징어를 사는데, 아주머니가 어떻게 먹을거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짬뽕 해 먹으려구요’ 라는 대답을 했다가는 귀찮게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볶아 먹을거라고 했더니, 계속 물어보시던데요? 어떻게 하는지 아냐고…

아주머니도 참 친절하시죠? 제가 음식 만들 줄 모르는건 또 어찌 아시고…제가 너무 귀하게 자란 아들이라서 어머니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가스불마저 못 켜게 하시는 바람에, 저 군대에 가서야 라면 끓이는 법 배웠잖아요. 대체 어떤 새끼가 라면도 하나 못 끓이느냐고 맨날 맞아가면서…

하여간, 아이팟의 Playlist를 Top 25 Played에 맞춰놓고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늘따라 두 달동안 계속해서 들었던 그 노래들,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피곤하게 들리더군요. 한 번도 그렇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 사람의 금요일도 저의 이번 금요일처럼 더디 와서 목소리가 이렇게 피곤하게 들리는 건지, 아니면 제가 너무 피곤해서 다 피곤하게 들리는 건지 뭐 그건 모르겠지만.

 by bluexmas | 2008/02/23 11:59 | Lif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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