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 one stone down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제가 꺼낸 첫 마디는, 3년이라는 시간동안 가슴 속에 품고 살아왔던 돌 하나를 이제는 내려놓고 싶다는 것이었죠. “You know I have more than this one, but this has been the heaviest for a while and I cannot carry it anymore. I am exhausted.”

새해의 시작에 그렇게 얘기했었던가요(귀찮아서 다시 뒤적여보지 않았어요), 그동안 구부러진 것들, 올해는 다 펴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고… 그 과정의 가장 큰 걸음을 오늘 디뎠어요. 생각해온지 여러달, 또 무슨 말을 할지 그 뼈대를 잡는데 근 한 달, 또 그걸 입에 담을 수 있는 말로 옮기는데 일주일… 그런 얘기를 했죠.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이 조직에서 열등한 인간으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몇몇 사람의 행태를 참을 수 없다고.

다행스럽게도, 저의 얘기를 듣는 사람도 그걸 알고 있더군요. 이 사람도 솔직하지 않다면, 그래서 저의 얘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희망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솔직한 사람이었고, 저는 이 곳에 몸담은지 3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오랜 시간동안 가장 무거웠던 돌 하나를 내려 놓을 수 있었구요. 근 한 시간 가까이 속에 담은 말들을 다 쏟아내고 나서, 타들어가는 입으로 누군가에게 빼앗아 아주 오랜만에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고 나니, 참 조용히 살기조차도 이렇게 힘들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바래본 적도 없었던 것 같고, 누군가 가진 것 빼았거나 밟고 올라서겠다는 생각도 한 적 없었는데, 그저 내 능력 닿는대로 일하고 그만큼 인정받을 수만 있으면 삶이 행복할 것이라고 믿어왔었는데, 왜 사람들은 계속해서 찔러대는 걸까… 자기가 가진 세계관에 드러나는 모순조차 인정할 용기도 없으면서.

어쨌든, 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으니 이제 어떤 상황이 찾아오는지 두고 봐야죠. 전에도 계속 입에 담아왔지만, 설사 불이익이 찾아와도 저는 상관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되는지, 드디어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또한 진심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고…

 by bluexmas | 2008/02/20 17:03 | Lif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starla at 2008/02/20 17:50 

잘 내려놓으셨습니다.

말은 해야 맛이라듯, 발걸음도 떼어놓아야 맛이죠.

 Commented at 2008/02/20 18: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8/02/20 19:24  

정말 큰 일 하셨네요.

필요하고 절실한 얘기를 말하는 거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그 상황을 똑바로 보는 것도 마찬가진 거 같구요.

대처방법을 아셨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으셨으니

새해의 시작이 무척 희망찬 느낌이네요.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2/20 22:34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미련없이 버리는것도 한 방법이구요.

 Commented by 샤인 at 2008/02/21 00:20 

지나고보면 모든건 생각하기 나름이였더라구요.

한없이 거대하고 두렵고 너무 힘들것같았던일이

생각하기나름에 따라 ‘흥. 내가 내맘대로 살겠다는데. 편하게 살겠다는데. 그럼 그게 최고아니야. 인생은짧다구.’ 라고 생각하고나면 참 허무하기도하고.. 실제로 또 말한대로이기도하고 그렇더라구요.

여기 미국이란 땅에 사는애들은 대부분 후자로 너무쉽게 생각하고 사는애들이 참 많은듯. 저희한텐 때론 그게 어려운데말이죠. 다른건몰라도 자기를 위해 편한사상을 가지고 사는 태도는 가끔 배우고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ㅎㅎ.

화이팅이예요.

 Commented by 쏘리 at 2008/02/21 03:03 

뭔가 저질러보는게 최고라니깐요-!ㅎㅎ (무슨 근거로?;)

화이팅팅팅!! 입니다.^^

 Commented by j at 2008/02/21 10:52  

뭐라 쉽게 말해줄 순 없지만…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토닥토닥~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2/21 13:40 

starla님: 때로 남의 나라 말은 할 수록 피맛이 느껴져요. 고통의 맛이죠…

비공개님: 네, 될대로 되라죠 뭐… 오늘 이래저래 생각하다가 최악의 경우에까지 생각이 미쳤는데 뭐… 그나저나 왜 블로그 닫으셨어요? 별일 없으셔야 되는데…

도로시님: 네 그러게요… 올해는 좀 더 잘 살 수 있으려나요? 그나저나 네이버 블로그, 너무 느리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 거기에 블로그 뒀었어요.

blackout님: 그렇죠! 버릴 수도 있는거죠 뭐…

샤인님: 너무 잘난 미국애들은 클라이언트마저도 무시해요. 그나저나 샤인님은 그곳 생활 잘 꾸려 나가고 계세요? 한국사람도 별로 없을텐데…

쏘리님: 화이팅팅팅!! 하다가 총이라도 탕탕!! 맞을까봐 좀 걱정이에요-_-;;;

j님: 그래서 어제 오늘 날씨가 추웠는데도 땀을 많이 흘린걸까요…-_-;;;

 Commented by j at 2008/02/21 17:24  

어머 ‘뜨거운’이 아니라 ‘따뜻한 눈이었다고요~ㅋ

용기 잃지 마셔용!

 Commented by 샤인 at 2008/02/22 02:13 

이제 슬슬 익숙해졌는지 나름대로 즐기고있어요. ㅎㅎ

저도 이제 ‘내잘난맛에산다’ 식의 여기애들 사고방식에 물들고있는듯한;;

그냥 편하게 살기로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2/22 13:00 

샤인님: 그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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