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minous Valentine

뭐 이거 아니고도 발렌타인 데이만 되면 떠오르는 달콤 또는 씁쓸한 기억들이 만만치 않게 있지만, 그 가운데 단연 으뜸인 것은 2002년의 그것일거에요. 여기에다가 그게 뭔지 떠벌이기에는 너무나도 개인적인 일인데다가 상대역에 대한 몇 방울 남은 예의 때문에라도 입닥치고 있어야 되는게 맞다고도 생각하므로 줄거리는 공개할 수 없지만(죄송합니다, 뭔가 자극적인 것을 기대하셨다면 -_-;;;;), 그때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이 계속해서 말하려는 무엇인가를 저는 끊임없이 그리고 애써 무시했었고, 몇 년이 지난 후에 그때 그 사건을 무시함으로써 생긴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아주 살짝 후회를 했죠. 뭐 아주 살짝 보다는 더 많이 후회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어쨌거나 무시했던 것도 저였으니 대가를 치뤄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죠. 그래서 많이 노력했죠. 정말 아주 살짝만 후회하려고, 아니면 스스로를 남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이 미워할 것만 같아서. 스스로를 미워하는 노력은 20대에서 끝내야만 된다고 생각하니까 이젠 사양하고 싶거든요, 설사 그게 무슨 유행이라고 해도. 하여간, 말로 아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비밀 얘기 나눠 가지는 듯한 분위기에서 얘기를 들었던 극소수의 사람들은, 사실 저의 그러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었죠. 그래서 저도 더는 얘기 안 하기로 했고…

뭐 그러나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어김없이 생각이 나거든요. 아주 또렷하게, 장면도 그리고 감정도… 회상도 아닌 현재 진행형처럼 사건과 감정은 시간의 축을 타고 느릿느릿 흘러가기 마련이에요. 언제 그런 얘기를 여기에서 한 적이 있던가요? 어떤 필름은 가장자리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날카로와서 자꾸 되돌려보면 상처도 입을 수 있다고. 뭐, 요즘은 그냥 씩- 한 번 웃고 말죠. 재미있어, 내 삶에 이런 일도 있었다니, 라고 제 삼자의 시늉을 애써 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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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홀푸드에 토마토랑 요거트, 빵을 사러 갔었는데, 아예 가게 밖에 따로 계산대까지 내어놓고 장미를 팔고 있더라구요. 사실은 여기에 몇 년 살면서도 그런 장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계속 이랬던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어릴 때야 뭐 받으면 좋겠다, 내지는 받아야지, 뭐 이런 생각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나이도 먹고 또 사는 상황도 그렇고 해서 무덤덤내지는 불필요한 것처럼 생각하고 살기 때문에(좀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 주면 고마워하면서 받고 기분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대를 하지 않는, 그래서 실망도 없는 상황), 그런 장면을 보고 그냥 ‘귀엽다’ 정도의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꽃을 별로 사본적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줄을 지어 꽃을 사는 그 광경을. 뭐 누군가, 꼭 여자친구에게 꽃을 사주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말하면 그 정도는 사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한 사람은 너무 야박하니까, 두 사람정도?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런 생각이었지만, 마음만 있다면 굳이 들고 다니기도 민망한 군함크기의 바구니에 다 먹기도 버거운 초코렛들을 가득 담아서 들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요? 엎드려 받는 절이 상당히 민망하던데, 기억에… 그냥 뭐, 잡을 손이라도 있으면 추운 2월에 족한거죠. 뭐 그것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그 누구, 내지는 무엇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그럴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환상이라도 품어야죠. 라이트 노벨 껍데기라도 바라보면서.

아, 사진은, 팀의 누군가가 여자직원들에게만 선물한 풍선이에요. 아침에 출근했는데 풍선들이 있는 걸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장 찍었죠. 농담으로 ‘내 껀 없어?’ 라고 물어봤다가 ‘게이야?’ 라는 대답을 풍선 대신 받았다고나 할까요-_-;;;

 by bluexmas | 2008/02/15 13:09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8/02/15 15:54  

천장에 동동 떠있는 풍선이 무지 귀엽네요.

꽤 오랜동안 훔쳐만 보다가 어제 잠을 못자선지 객기로 몇 자 남겨봅니다.

평소 요리는 삶에 대한 열정 내지 애정과 부지런이라 생각하는데요.

전 요리할 짬도 못만들고 그러다보니 요리도 요리가 아닌 상황이라

대단하시다 감탄하며 바라보곤 한답니다.

촘촘한 문단보다 더 촘촘한 의미가 담긴 글을 보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하며 자주 놀라기도 하고요.

멀리서 고생하시네요. 하고자 하는 곳에서 (맞나요?)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 같습니다.

거긴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인가 보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이젠 스치러 들르는 게 아니라 종종 아는척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2/15 23:02 

회사식당에서 발렌타인 기념으로 하트랑 입술모양 사탕을 줬는데…이게 제대로 대박이었어요..-_-;;;…딱딱하기는 자갈과 같으며, 입안에 넣어도 녹지를 않고, 단맛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었다는….차라리 미니스니커즈같은거라도 돌리지..ㅠㅠ

 Commented at 2008/02/16 10: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2/16 14:50 

도로시님: 앗! 저, 아니 제 블로그를 스토킹하셨던 분이 여기 또 계셨군요. 가끔 그런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뭐 저는 사람 만날일이 없어서 그냥 집에 맹숭맹숭있다가 밥이나 해 먹어야겠네, 그러면서 만들어 먹는 거라서요… 하여간 반갑고 종종 들러주세요^^

blackout님: 누가 미니스니커즈 줬는데 안 먹었고 그냥 책상 위에 뒀어요. 초코렛을 좋아는 하지만 참 잘 먹을 수 없는 체질이다보니…

비공개님: 부러워요! 그러나 광대뼈가 지방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를 들으니 충격인데요?^^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8/02/17 13:19 

회사에 아직도 산처럼 쌓여있는 초콜렛을 생각하니 잠시 아득(;;;)해졌습니다. 당일은 그래도 맛있게 먹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 그래도 요즘 단게 무지 땡겨서 다행(?!?!)이예요 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2/19 13:53 

그럼 저도 좀 나눠주세요!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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