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French Cuff 셔츠를 입고 출근했어요. 언젠가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제가 다니는 회사는 금요일만 빼놓고 셔츠에 타이를 입으라고 정해놓았는데(언제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좋은 인상을 주어야만 한다- 라는 참으로 순진한 생각으로), 사실 그렇게 입고 일을 하기는 정말 얼마나 불편한지… 만약 타이를 맨다고 해도 일의 특성상, 그리고 답답하고 불편한 옷차림을 싫어하는 성격상 팔은 걷고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힘든 프렌치 커프는 요즘 들어 거의 입은 적이 없던거죠. 그러니까 이럴 때마다, 이 회사는 저한테 맞는 옷이 아닐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구요. 회사라는 옷 자체가 정말 맞는 것인지도 절대 모르겠지만.

2주 동안 첫 주는 40시간, 두 번째 주는 25시간인가 (혼자서)야근을 하는 사이에 그렇지 않아도 별 책임감 없는 디자이너님 한 분께서 회사를 그만둔답시고 태업을 선언하셨고, 또 다른 예술가 지향의 디자이너님께서는 주변의 상황이나 의뢰한 사람들의 요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늘상 그려왔던 자기 취향의 유선형 로켓 아니면 자동차 따위를 그려내시고야 말았죠. 그리고는 자기 스타일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여건을 탓하시고(역시나 너무나도 디자이너 아니면 예술가스러운 생각이라서 우러러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거기에 저는 평범한 아파트보다 조금은 디자인에 신경 쓴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그러나 돈은 거의 추가로 들지 않는 아이디어로 디자인을 했는데, 그게 심심하다는 이유로 다른 디자이너 분들께서 창조하신 물고기나 자동차, 로켓 따위에 홀랑 먹힐뻔한 위기에도 처했었어요. 한 반쯤 꿀꺽 삼켜졌다가 완강한 저항으로 뱉어내어진 꼴이라고나 할까요? 하여간…

언제나 그렇듯, 야근을 끝낸다고 해서 평화나 안식이 찾아오지는 않아요. 학교를 다닐 때에는 그런 기간도 있었지만 어차피 회사라는데에서는 그게 안 되니까, 주말이면 주말, 뭐 아니면 그냥 하룻밤에라도 어떻게든 억지로 덕지덕지 쌓인 스트레스를 벗겨내려고 하죠. 그러나 사실 이번에는 그게 잘 되지 않네요.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 마치 한 0.1초 내에 각성을 하듯 지난 몇 년간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한꺼번에 보게 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정말 뭐가 잘못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아요. 애초에 이 길은 그 어느 누구도 행복의 나라로 이끌어주는 길이 아니었던 것 같네요. 아니, 그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얘기하는게 아니에요. 지금 이건 명백한 불행으로의 길이에요. 떡장수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병든 사람을 돌보든… 그 어떤 일을 하든지 그것에 상관없이 갈 수 밖에 없는 불행의 길, 그리고 그 뒤에는 __이 있죠. 네,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라는 걸 저도 너무 잘 아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게 용서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 모든 전제조건은 생명체가 생명체답게 살아야만 충족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뭐 진화를 해서 단계적으로 생겨났든,  그분께서 흙으로 빚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생겨났든.

뭐 원하시는 분들은 밑줄에 두 음절 단어를 넣어보셔도 좋구요.

뭐 그것도 아니면 ‘이 인간 또 투덜거리는 군’ 하셔도. 

 by bluexmas | 2008/02/13 11:50 | Lif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흥잰 at 2008/02/13 12:08 

하핫.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커프스는 멋져요.;

 Commented by starla at 2008/02/13 12:14 

회사 밖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면 위로일지, hard blow일지…

어쨌든 살아가니까요, 가끔 그게 징그러울 때가 있어요.

손이 아주 예쁘세요.

 Commented by 쏘리 at 2008/02/13 12:28 

뭐..뭔가 조금 어렵지만…^^;

운전하면서 사진 무지 잘찍으셨네요~ㅎㅎ 한손으로 찍었을텐데…+ㅁ+

저런 깔끔한 셔츠의 운전하는 남자의 손이라니…두근두근~꺅!

 Commented by turtle at 2008/02/13 12:41 

싯다르타가 그 옛날 옛적에 말하기를 사는 게 곧 고통의 바다라고요…옛날이나 지금이나 뭐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게 요령인 거 같아요. (아이고, 참 도움 안 되는 말만 던져 놓고 가네요.)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2/13 13:01 

하악하악. 프렌치 커프 너무 좋아요. 그런데 모두 커프스 풀고 잠그기 귀찮아서 안입던데요. 개인적으로 몸에 착 감기는 잘 재단된 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참 멋지고 섹시한거 같아요.

 Commented at 2008/02/13 19: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2/13 22: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모조 at 2008/02/14 21:21  

덥썩 잡고 싶은 손을 가지셨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2/15 13:16 

흥잰님: 하핫, 힘들어요^^ 뭐 사는게 다 그렇죠. 커프스는 5불짜리였나? 저거랑 또 다른 하나, 그렇게 두 쌍 있어요.

starla님: 네, 뭐 다 그렇고 그런거죠. 그렇다고 죽고 싶은 생각은 안 하고 살아요. 여태껏 산 게 아까워서요. 그리고 손은… 사진이 그런데 실제로는 참으로 거칠거든요. 예쁜 손과는 거리가 아주 멀답니다.

쏘리님: 차가 막히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아침도 먹고, 양치질도 하고, 고국의 가족들에게 전화(엄마! 차 또 막혀요 젠장!)도 하고…

turtle님: 사는 건 고통의 바단데 죽으면 불지옥에 가는 것 아닐까요? 참…

blackout님: 전 이런 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든 셔츠를 다 프렌치 커프로 만들어서 입고 다녔을 것 같아요. 저도 좋아하거든요.

비공개 1님: 아니에요! 별로 안 멋져요 실제로는!

비공개 2님: 사진만요, 사진만…

모조님: 아무도 덥석, 잡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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