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uve Clicqout의 비애

방금 친구네 집에서 돌아오는 길이에요. 제일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6주 동안 서부 건축 여행을 갔다와서, 자료도 좀 얻고 술도 먹고 같이 미식축구도 보다 왔죠. 친구 많냐구요? 미국인 친구 사귀기가 쉽지는 않죠. 거의 유일한 친구라고나 할까요? 하여간, 친구 생일에다가 얼마전에 약혼도 했는데 그냥 지나쳐서 오전에 brownie 만들고 costco에서 Veuve Clicqout를 한 병 사가지고 갔죠. 종종 선물할 일이 생기면 Moet & Chandon White Star나 저걸 사는데, 왜 그게 비애냐면, 저는 마셔본 적이 없어서… 비싸서 안 마시냐구요? 뭐 한 병에 $35면 못 마시는 건 아니죠. 단지 따서 혼자 다 마실 수 없어서 안 살 뿐이죠.”

*      *      *      *      *

그렇게 늘 선물은 해댔어도 단 한 번도 나를 위해 사 보지는 못했던 Veuve Clicquot를 마시고 방금 집에 들어왔어요. 서울 가기 전에 얼굴 보자고 친구랑 같이 밥 먹고 술 한 잔씩 마셨는데, 좀 싼 걸 마시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뭐 그러나 친구놈이 저 파스타 하나 시킬때 파스타에 샐러드에 음료수까지 시켜 먹었으니 한 잔 정도는…)… 마시고 있노라니 언젠가 누구한테 메일을 써서 저런 얘기를 했던 생각이 나더라구요.

사실 서울에 갈 때마다 미친 듯이 사람을 많이 만나거나 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이번엔 한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좀 만나볼까 해서 그저껜가 메일을 여러 통 돌렸는데, 단 하나의 응답도 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혹시 메일 보낸 사람들끼리 메일 돌려서 짜고 응답 안 하는거 아냐’ 라는 정신병자 같은 생각을 했죠. 이를테면,

A: ### 교수님, 혹시 이철수(가명)라고 아세요? 예전에 잠깐 알고 지냈었는데, 자기가 밥 산다고 만나자네요.

B: 아니, 그 녀석은 6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어서, 내가 계속 디자인에 소질 없다고 그래서 낙심한 나머지 세상을 뜬 줄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메일을 보내서는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많아서 연락을 못했다나? 젊은 놈이 무슨 일은…

C: 저 한테는 이번에 다시 돌아가면 다시는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만나자는데 이거 믿어도 되는 걸까요? 뭐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는 인간은 아니었지만 뭐 아마존 탐사 가는 것도 아니고 다시 못 볼 것 까지는…

하여간 그렇게 자기들끼리 메일을 통한 대책회의를 한 끝에 다 같이 응답을 안 하기로 하고 마치 메일 따위는 바다를 건너는 동안 증발해서 사라진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게 아닐까요… 엄청 나이 많은 사람들한테 빼고는 내가 대부분 밥 살 텐데… 이러다가 들어가서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팍팍 드는데, 그러면 그냥 집에서 부모님 밥이나 차려 드리는 수 밖에 없겠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by bluexmas | 2007/12/06 13:06 | Lif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12/06 13:52 

앗…한국에 가셔서 다른 분들을 만나실때 bluexmas님이 밥을 사시나요? 다른 분들이 사주시지 않구요?

….전 한국가서 밥먹을때 한번도 지갑을 연 적이 없는데…;;; 갑자기 제가 엄청난 빈대(…)로 느껴지는군요 ㅠ.ㅠ

저보다 나이적은 후배들하고만 밥먹은 적은 없는데(있던가..가물가물;;) 그래도 한두살 많은 선배들 만날때도 사주던걸요;;; 작년 겨울에 (출국 전) 일주일동안 하루에 5,6끼를 먹으면서도 거의 지갑을 열어본 적이 없어요. 초반엔 밥 얻어먹고 후식을 사긴 했지만 나중엔 후식 먹을 시간도 없이 바로 다음 약속장소로 가야 했기에 정말 한번도 지갑을 못열었어요.

….네, 저 빈대 맞군요 T.T

 Commented by 소냐 at 2007/12/06 13:54 

어쩌다 메일 회신 속도가 좀 떨어지는 사람들이었던 것 아닐까요? ^^ 옛날 기억을 잘 살려보세요. 그때도 그랬던 분들이 아니었을까요?

 Commented by conpanna at 2007/12/06 15:42 

행여 저 시나리오가 지금 한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해도,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아직 bluexmas님을 함께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거니…(헉..이게 무슨 헛소리)

농담이구요;^^ 혹시 메일이 스팸처리 된 건 아닐까요? 요샌 스팸 필터링 기능이 강화되서 가끔 기다리던 메일이 안와서 스팸메일을 뒤져보면 섞여있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어쩌면 지금쯤은 이미 답신을 받으셔서 bluexmas님의 시나리오가 기우였음을 느끼고 계실지도~

 Commented by eunky at 2007/12/06 15:51 

와;; 저는 집에 콕 박혀서 고구마 까먹으면서 이불속에서 있다 오는게 목표에요 *_*

 Commented by 笑兒 at 2007/12/06 17:59 

Gmail에 수신확인 기능만 추가되면 더 바라지도 않을텐데요 ㅠ_ㅠ << 진짜??;;

(여기 사람들 기준으론; 사생활침해-_-;로 볼 수도 있겠군요;; )

 Commented at 2007/12/07 09: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12/08 01: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2/08 13:49 

intermezzo님: 워낙 얻어먹는거 불편해하는 종족이라서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소냐님: 에, 아직도 응답률이 50%에 못 미친답니다. 뭐 높으신 분들이 대부분 그렇기는 하지만서도…왜, 가끔은 의무심에 못이겨 연락하는 사람들에게 회신이 바로바로 안 오면 참 짜증나죠. 저도 그다지 내켜서 연락하는게 아닌데 답은 또 없고…

conpanna님: 다 같이 모여서 저 뒷다마 깠다고 네이버에 떴던데요? 그렇지 않아도 제 메일은 스팸처리가 많이 된대요. 게다가 요즘같은 크리스마스철에는 더더더욱…

eunky님: 우유도 꼭 같이 드실거죠? 반드시 찬 우유로다가… 물론 동치미도 좋구요.

笑兒님: 메일 주소 뒤에 confirm.to 붙이면 확인 되지 않나요? 잘 모르겠네요…

비공개 1님: 그렇게 깨가 쏟아지게 사시니 제가 두려워서 블로그에 가질 못합니다요… 누구는 옆구리 시려 죽겠는데… 그게 말이죠, 먹고 싶은건 먹자마자 살 쪄서 다 못 먹구요, 안경은 하나면 충분하고… 그, 그건 시켜주지도 않으실거면서…

그리고 감기는 예방주사 맞았구요, ‘숍핑’은 우리나라 물가가 너무 비싸서…

흐흑, 그러고보니 전 왜 가는 걸까요? T_T

비공개 2님: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Commented at 2007/12/08 18: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12/08 18: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2/10 12:23 

비공개님: 그러게 낯이 익죠? 뭐 그런 사람들도 있답니다. 그리고 어디에 덧글 달렸는지 알려주는 메뉴가 있긴 하죠. 저는 오래된 글들도 다 찾아서 답글을 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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