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했던 새벽 설교

아이 키우느라 힘들어서 나는 짜증을 틈만 나면 윗집인 저희 집에 풀곤 했던 흑인 부부가 떠나고 새로 이사온 사람들은 동포였습니다. 아버지는 없고, 60대로 보이는 어머니와 아들, 덜렁 둘 뿐인 가족… 나중에야 알았지만 하던 일이 잘 안 되어(막말로 ‘사업이 망해서’), 여기로 이사왔고, 남편은 타지로 돈을 벌러 갔던 것입니다. 여자는 (듣기로)곱게 자란 집안 딸이어서 평생 집안 일이라곤 해보지도 않았고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데 미국까지 왔고 거기에 남편의 사업이 망해서 아무 것도 못하는 채로 살고 있었고, 아들은 교통사곤가를 당해 뇌에 손상을 입었다고 들었죠.

하여간 이 여자분이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는지, 어쩌다 저와 마주치면 교회를 다니라고 늘 말씀하시더군요. 저야 원래 성당에 다니는 사람인지라 그냥 대꾸없이 흘려보내고 말았지만, 이분은 의사소통이 넉넉치 않은 영어로도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미국 사람들에게 교회를 다닐 것을 권유하셨다고 합니다.

좀 조용하게 살까 싶었던 어느 날 새벽, 저는 아마 그 날도 새벽 두어시까지 과제를 하다가 겨우 침대에 몸을 누였을텐데, 네 시쯤인가 아랫집에서 설교테입을 트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한인 수퍼마켓 어디를 가나 널린게 설교테입이니까, 그거 하나 가져다가 트는 것 정도가 나쁠 이유는 없겠죠, 성령 충만한 생활을 위해서라면… 그러나 시간은 새벽 네 시, 그 날은 처음이니까 어떻게든 참았지만 설교테입은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끊임없이 아파트를 울려댔고, 참다 못한 어느 날 새벽, 저는 아파트 보안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설교 테입의 소음은 잦아들기는 했지만, 결국 그 분은 아파트 세가 밀려 강제로 쫓겨났다더군요. 제가 학교를 간 사이 보안관이 와서 딱지를 붙이고 짐을 그냥 내어 놓았다고…

블로그 자주 오시는 손님들 가운데 한 분이 옆 집의 소음 때문에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기억을 더듬어 썼습니다.

 by bluexmas | 2007/12/05 12:57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at 2007/12/05 13: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12/05 17: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2/06 13:09 

비공개 1님: 제 생각에는 강경책 밖엔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상황 워낙 많이 겪어봐서, 괴로움 잘 알거든요. 얼른 좀 마음의 평화를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비공개 2님: 아, 개가 낑낑거리다니 정말 개같은 경우가 아닐 수 없네요. 성당 의자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이지 그러셨어요. 아니면 개를 그냥 개 패듯…

 Commented at 2007/12/06 13: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2/08 13:50 

사실 그게 제가 뉴욕같은 도시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에요. 너무 재미있는 구석이 많지만, 또 그것과 맞바꿔야만 하는게 있잖아요. 전 손바닥만한 아틀란타 시내도 싫어서 시골에 사는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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