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Country for Old Men (2007)

아주 드물게 영화 자체에 대한 만족도보다 제 자신이 가지는 영화의 이해에 대한 만족도에 불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그게 부족한 영어 때문인지, 영화 자체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인지, 또 그것도 아니면 모자란 제 영화감상력 때문인지 정확히 분간할 수는 없지만,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 극장문을 나서고 집에 돌아와서 하루 이틀이 지나도록 영화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아도 닿지 않는 무엇인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황량한 서부 텍사스의 벌판, 용접공 Llewelyn Moss(Josh Brolin 분)는 사냥을 나갔다가 난장판이 되어 시체 투성이인 마약거래현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돈과 마약 모두가 그대로 있는 현장에서 그는 돈(2백만 불)을 집어들고 집에 돌아오지만 현장에서 살아남아있던 멕시코 남자가 눈에 밟혀 한밤중에 현장으로 돌아가고, 그 덕에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노출시키고 맙니다. 그렇게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침묵의 사이코 살인청부업자 Anton Chigur(Javier Bardem 분)에게 Moss를 맡깁니다. 자신을 고용한 사람들마저 아무런 동요 없이 죽여버리는 살인마 Chigur는 돈다발속에 숨겨진 추적장치의 힘을 입어 Moss를 추적하고, 이 둘의 ‘상투적으로’ 숨막히는 숨바꼭질 속에서 왜 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늙은 경관 Ed Tom Bell(Tommy Lee Jones분)은 언제나 한발짝 늦게 사건에 접근하며 영화의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쓰기는 이렇게 썼지만, 사실 Jones의 역할은 영화의 전개가 나머지 두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생기는 지루함을 막아주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늘어놓는 알쏭달쏭한 꿈 이야기가 뭔가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감을 잡지 못해서 답답했습니다).

줄거리만으로는 굉장히 상투적일 수 있는 이 영화가 소름끼치도록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들의 집중력을 영화 내내 빨아먹을 수 이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침묵입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갈겨대는 산탄총, 줄줄 흐르는 피… 이 모든 잔혹한 살인의 요소들이 넘쳐나는 영화에서 소리는 단지 인간의 움직임에 비롯되는 것들에 기댈 뿐, 그 어느 쓸데없는 음악이나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음향효과는 영화 시작전에 살인마 Chigur가 다 죽여버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마당에도 음악이 나오지 않는데, 1분 정도가 흐르고 나오는 음산한 기타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자막에 음악 관련 스탭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저 스탭은 분명 이 마지막 음악 하나만을 만들기 위해 고용된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하여간 이렇게 침묵이 영화 내내 흐르는 덕분에 영화는 소름끼치는 현실감을 뿜어내는데, 궁극적으로 그 현실감은 영화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으로마저 바뀌는 듯한 착각을 선사합니다. 어째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사실 살인장면을 현실의 삶에서 보다는 영화에서 더 많이 접하게 되는 바, 상투적인 살인 장면에서의 온갖 과장된 음향효과와 배경음악들이 철저히 배제되어 오히려 극단적으로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 영화속에서의 살인장면들은 오히려 비현실 내지는 초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역시 영화를 보고 난 뒤 지금까지 드는 느낌처럼, 글을 쓰면서도 대체 뭘 쓰는지 모르는 기분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영화는 영화 자체의 디테일을 이해하기 보다는, 이렇게 어떤 덩어리처럼 다가오는 느낌을 맛보라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아직도 의식이 진공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돌아온 것과 같은 멍한 느낌입니다.

 by bluexmas | 2007/11/25 17:59 | Movi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at 2007/11/26 01: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1/26 14:34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에요 사실… 제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답답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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