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물을 빌려 우는 스폰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 가운데 하나인 금요일 저녁의 야근과 피곤해서라기보다는 이상하게도 기운이 없어서 2/3로 줄여야만 했던 운동까지 마치고 돌아온 늦은 저녁, 집 문을 열고 들어서 불을 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남의 눈물을 빨아들일 수 없음을 슬퍼하는 스폰지의 눈물없는 마른 울음소리였어요. 꺽꺽대면서 말하기를, 이제는 언젠가 다가올 울고 싶은 만큼 슬픈 날을 위해 아껴두고 아껴두고 또 아껴두었던 눈물샘까지 다 남의 눈물로 가득차서 제 눈물조차 담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녀석이 안쓰러워서 좀 짜줄까, 잠깐 생각하다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너무 기운이 없어서 제대로 짜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손가락으로 집어 지금은 빈 압력밥통에 넣고 뚜껑을 닫아버렸죠. 그래야 일해야 될 것 같은 주말을 위해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더든요. 사실은 너무 꺽꺽거리면서 말을 해서 이 녀석이 울고 싶은데 자기 눈물샘이 차버려서 눈물을 못 만들어서 못 울어서 슬프다는 건지, 아니면 단지 다른 사람들의 눈물을 더 이상 빨아들일 수 없는 상태인 것이 안쓰러워서 우는건지 정확하게 구분을 못하겠더라구요. 일단 밥통속에서 면벽수도 좀 하면서 슬픔을 가라앉히게 한 다음에 내일 물어봐야죠. 만약 고민의 원인이 전자라면 그냥 남의 눈물을 빌려 울면 되는 것이고, 후자라면 인간도 그만큼 못할테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요도 없는 것을 뭐 모든 고민과 번뇌를 다 어깨에 짊어지고 가겠다고 고뇌를 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게다가 나처럼 일요일에 일하러 회사 가지 않아도 되는 주제에… 배가 부르면 사람이나 스폰지나 다 똑같아지나봐요.

 by bluexmas | 2007/10/27 13:54 |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카렌 at 2007/10/27 13:59 

역시 남부의 낭만남..

 Commented at 2007/10/28 00: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소냐 at 2007/10/28 01:01 

일요일에 회사…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

블루엑스마스님이 갑자기 스폰지밥으로 느껴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8 14:28 

카렌님: 이 글은 낭만을 노래하기 위한 건 아닌데요-_-;;;

비공개님: 그렇답니다…

소냐님: 뭐 금요일에 쉬던지 하겠죠. 근데 스폰지밥도 야근하나요? 가끔은 그 스폰지밥 친구 불가사리가 너무 싫던데 멍청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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