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Bye, Boss

뭐 이렇게 해야 되는지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보스로 모셔왔던 사람이 회사를 떠난다는데 그동안 밥줄 지켜줬던 데에 대한 감사인사라도 해야될 것 같아 와인을 한 병 샀습니다. 정말 마음이 막 내키고 떠나서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면 뭐 못 사도 Veuve Clicquot정도는 되었을지도 모르겠으나…솔직히 거기까지 가지는 않더군요. 뭐 떠나는 사람에 대한 어떤 감정보다는 사람이 떠난 이후에 벌어질 이런저런 상황이 벌써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지라 과연 어떻게 제 자신을 적응시켜야 할지, 생각이 날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산 와인은 Cabernet와 Merlot를 반반 섞은거라는데 보스께서 와인을 많이 드셨다면 뭐 날 뭘로 보고 싸구려를 샀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래봐야 내가 주말마다 마시는 것들보다는 약간 나은데 뭐 같이 일하는 동안 월급 별로 올려주지도 않았으니 그런가보다 하겠죠.

이 양반이 떠난다고 해서 송별회식 대신에 볼링을 치러 갔는데, 정말 딱 20년만에 처음 쳐보는 볼링이라 그런지 정말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못 쳐서 먹은 점심도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멀쩡하게 굴렸다고 생각해도 공이 자꾸 스핀을 먹어서 오른쪽으로 휘는 바람에 gutter만 연발, 혼자서 팀의 점수를 마구 깎아먹다가 결국 마지막에 스트라이크로 아주 간신히 체면치레만 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재미있더군요. 회사 사람들 아니고 친한 친구들이랑 치면 훨씬 더 재미있을 듯.

하여간 이제 큰 사공님이 떠나신 마을에는 큰 사공님의 은총을 입어 회사 생활 편하게 하셨던 작은, 그러나 나이 많은 사공님께서 홀로 남아 비효율 잔업의 무주공산을 당분간 쓸쓸히 지키실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과연 작은 사공님께서 큰 사공님 없이 어떻게 험한 역류를 헤치고 배를 다시 또 산으로 멋지게 몰고 가실지,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하네요.

 by bluexmas | 2007/10/25 12:05 | Lif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소냐 at 2007/10/25 13:12 

유학 나오기 전에 잠깐 서울의 외국인 회사에서 번역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는데, 보스가 떠나고 새사람이 오고 그런거 회사 분위기에 절대적인, 엄청난 영향을 주던데요… 블루엑스마스님께는 어떤 여파(?)가 미치는 사건인지 모르겠네요.

볼링 쳐본지 전 한 7-8년 된듯.. 그래도 기분상 20년은 된 듯해요…

 Commented by Eiren at 2007/10/25 16:27 

카드 예쁘군요! 설마 선물인데 이런 싸구려를-하실까요. 저는 볼링 전–혀 못 친답니다;;; 옛날 옛적 연구소 아르바이트 할 때 끌려간 적 있었는데 옆에서 구경하는 게 제일 재밌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6 13:35 

소냐님: 벌써 여파가 엄청나게 미치고 있답니다. 짜증이 슬슬 나네요.

Eiren님: 1초만에 고른 카든데 뭐 그래도 괜찮더라구요. 볼링은…차마 점수도 밝힐 수 없는 수준이에요. 그래도 재미는 있었지만…

 Commented by 소냐 at 2007/10/27 01:53 

여파가 미치고 계시군요!

작은 사공님이 역부족이신것 때문인가요? 왠지 “비효율 잔업”이란 말이 눈길을 끄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10/27 13:58 

네, 여파가 엄청납니다. 당나귀와 토끼와 노새들이 모두모두 모여서 박쥐를 불쏘시개 삼아 피운 모닥불을 둘러싸고 강강수월래를 날이 밝을때까지 추고 있네요. 그것도 초생달 휘영청 밝은 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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