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늦은 야근

오늘은 운동도 안 하는 날이고 해서, 일찍 도망쳐서 밥도 좀 제대로 차려 먹고 소파에서 뭉개다가 요즘 한참 매진중인 인생재건계획에 시간을 좀 할애하려 했는데, 잘못 걸려서 열두시 좀 못 되어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피곤한 건 별 상관 없는데 해야 될 일을 못해서…

원래 회사라는 곳에서는 그런걸까요. 저는 경험이 정말 별로 없어서 개념도 없는데, 사람들은 일을 자기 아랫사람한테 주면서, 그 방법까지도 자기가 정확하게 원하는대로 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가 일을 시키면서 A->B를 향해 갈때, 그 중간 과정 열 개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전부 다 말하면 가끔 대체 무슨 일을 시키는 건가 전혀 감을 못 잡을때가 있어요. 그러나 그 자리를 비켜 혼자 생각해보면, 사실 뭐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닐 때가 너무 많아서… 하지만 제가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해해서 일을 제 방법대로 한다고 그걸 누군가에게 노출시키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제가 속한 곳에서는 바로 태클이 들어오더라구요. 제 입장에서는, 그냥 목적지만 알려줘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아요. 그러나 뭐 저보고 말 엄청 안 듣는다고 한 마디씩들 하겠죠 뭐(말했잖아요. 저는 조직의 사생아라고, 뭐 내지는 Black Sheep이랄까…).

…사실은 아침에 사고낼 뻔 했어요. 80마일로 달리는데, 앞에서 차들이 갑자기 속도를 확 줄여서, 저도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앞의 차를 받을 뻔 했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앞 차가 다른 차선으로 도망가서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죠. 저는 잠시 당황했는데, 그때까지도 일어나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별 느낌이 없었던데다가, ‘사고 나면 지각하는데’ 라는 생각 밖에는 없었어요.

가끔, 다른 사람들은 라지 피자를 시키면 몇 쪽이나 먹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저녁때 야근하면서 회사 돈으로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저는 보통 두 쪽 먹고 도망치거든요. 더 안 먹으려고… 물론 주말에는 한 판 사서 다섯 쪽까지 먹어본 적도 있지만. 파파 존스도 예전에는 맛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그렇더라구요. 미국에 처음 왔을때에는 파파 존스를 몰라서, 피자 헛에 갔더랬어요. 가끔 점심때 가면 피자 부페도 있었는데, 피넛버터와 젤리 피자도 있었고 뭐 온갖 말도 안 되는 디저트 피자들이 있었죠. 파파 존스를 알고 나서는 절대 안 가지만… 그리고 파파 존스도 피자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잘 안 사먹게 되더라구요. 하여간 야근할때 회사 돈으로 시키는 정크푸드를 배 터질때까지 먹고 컴 앞에 바로 앉았을때의 고통도 정말 만만치 않아요. 회사 생활에 게으른 직장인들은 죽어서 반드시 야근지옥에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오전 여덟시 반 부터 저녁 다섯시 반까지 ‘정규 근무 시간’, 그리고 그만큼 야근… 저녁은 시켜는 주지만 중량당 최고의 칼로리를 지닌 음식으로만… 트랜스 팻 우대, 일하면서 먹기+먹고 30분 동안 절대 책상 앞 못 떠나기…

저는 차라리 유황지옥에 간다고 말할거에요. 가서 계란이나 구워먹게…

아, 저 술 마시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은 머나먼 타향에서의 착취생활에 지친 한 무명의 삼십대 중반 남자가 계속되는 착취에 지친 나머지 술로 그 애환을 달래는 장면을 보고 계신거에요. 밤이라 수염도 막 자라고 얼굴도 완전 엉망이라죠. 그나저나 지난번에 큰 맘 먹고 산 보드카는 세상에 Grey Goose보다 더 맹맹하네요. 이건 보드카가 아니고 물이에요. 주말에 원샷해서 비운 다음에 100 proof 짜리로 다시 사야겠네요. 열심히 마시고 취해서 ‘당신을 키운 건 팔 할이 바람, 내 피는 팔 할이 알코올, 혹시 재활센터 번호 아는거 있어?’ 라고 주정도 부리고…

 by bluexmas | 2007/08/22 13:59 | Lif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Eiren at 2007/08/22 14:07 

사고가 안 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80마일로 달리고 계셨다니까 사고가 났다면-식의 가정은 상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에요; 평소보다 훨씬 더 피곤하고 긴 하루가 되셨을 듯 하여, 오늘 밤은 꿈도 안 꾸고 푹=주무시길 기원합니다^^

 Commented by D-cat at 2007/08/22 18:27 

ㅎㅎ^^ 야근때문에 고생이시군요. 힘내세요~ 화이팅!

사고가 안나서 다행이예요;; 사고 나면 큰일큰일.

저는 라지 사이즈는 2쪽 먹고 보통 그만 두지만 가끔은 반판 다 먹어버릴때도 있어요.

그러면 주위 분들이 식겁해요;ㅅ;

 Commented at 2007/08/22 20: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8/22 22: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08/22 22:44 

이거 셀카신가요…이야, 팔 진짜 기신가 봐요…^^. 저는 어제 포테이토칩 반봉지를 먹고 자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펐던지. 저녁을 조금먹겠다고 그러다가는 결국 배가 고파져서 와구와구 먹게되버리네요…

 Commented at 2007/08/22 23: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8/23 10: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23 12:22 

Eiren님: 타이어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죠-_-;;; 아마 밖에서 보면 차량 스턴트처럼 보였는지 옆차들이 엄지손가락을 올려주면서… 가운데손가락이 아닌게 어디래요-_-;; 어젯밤은 덕분에 잘 잤답니다^^

D-Cat님: 파파존스 피자 한 쪽에 400칼로리정도 하니까, 반 판이면 성인 여성 1일 표준 칼로리와 별 차이 없겠어요… 무섭군요.

비공개 1님: 비공개 덧글은 모든 블로거들의 로망인거 모르셨나요?^^ 저는 항상 비공개 덧글에 공개이나 비밀스런 덧글을 다는 걸 좋아하죠…뭔가 그 비밀이 오고 가는 듯한,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_-;; 스캐너는 1650 맞아요. 좋은 녀석인데 지금은 USB 탯줄을 프린터 3호에게 빼았겨서 잠시 가사상태에요.

비공개 2님: 저는 비공개 2님이 미워요! 언제나 존재감만으로도 염장을 팍팍 질러주셔서…T_T 누구는 너무 행복해서도 고민한다고 저도 듣기는 했어요. 잘 지내시죠? 고구마는 껍데기를 은박지에 미리 싸야 타지 않을 것 같아요. 유황불이면 뜨겁잖아요.

blackout님: 팔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에 와서는 늘 팔이 제일 많이 남아서 괴롭답니다. 에버크롬비 남방은 스몰 입어도 팔이 손만큼 길어요. 저는 2004년 이후로 제 집을 칩 금지구역으로 선정해서 감자칩은 먹어본 기억이 없답니다.

비공개 3님: 원하시는 정보는 예전에 이미 드린 것 같은데… 그래도 곧 다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공개 4님: 오늘 아령에 손가락을 찧고는 이제 운동도 조심해서 해야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환멸이라는 단어는 회사의 도플갱어가 아닐까요?

 Commented at 2007/08/23 13: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8/23 13: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asic at 2007/08/24 13:16  

운전은 항상 조심. 알콜도 조심. ^^ 꼭 술이 우유처럼 보이는지라. 왠지 모르게 운동후의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 애매모호한 샷인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26 07:24 

비공개 1님: 그렇게 저를 시험하려 드시다니…^^;;

비공개 2님: 저도 회사에는 개인 전화 번호를 알리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그러나 전화 와도 안 받아요^^

basic님: 그래도 우유를 술보다 더 많이 마시니까 괜찮아요^^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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