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의 바다를 꿈꾸며

뭐 살다가 때가 되면 기나긴 삶의 여정에 지쳐서, 또한 기억력 감퇴로 인한 자신이라는 존재의 망각으로 죽음이라는 것이 그다지 두려워지지 않으리라는 강한 믿음으로 하루하루 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죽음의 방문이 내일로 예정되어 있고 그 사실에 두려워하고 있다면, 차디찬 보드카의 바다 속으로 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죽도록 추운 날씨라도 도수가 강한 보드카는 찐득찐득해질뿐, 꽁꽁 얼지는 않을테니, 물가에 신발을 벗어 나란히 두고 한발짝 한발짝 깊은 곳을 향해 가다가, 발이 닿지 않을때쯤 되면 물 위에 뜬다는 기분으로 눕는거죠. 하여간 그렇게 찐득한 보드카의 바다 위에 떠서 흘러 들어오는 물 아닌 보드카를 사양하지 않고 열심히 마시다 보면 곧 자신이 이제 세상을 떠날 차례라는 사실을 잊어버릴지도 몰라요. 말했던 것처럼 차가운 보드카는 찐득찐득하니까 천천히 가라앉게 될거에요.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록 수온은 차가와지겠지만 이미 얼큰하게 보드카에 취했을테니 몸도 마음도 처음 물, 아니 보드카에 발을 담갔을때보다 훨씬 따뜻하지 않을까요. 그것봐요. 세상은 알고보면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었다니까요… 차가운 기억일랑은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았을때 함께 벗어두었던 양말 속에 꼭꼭 뭉쳐 두고, 아름답고 따뜻한 기억만 가지고 떠나세요.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가라앉다 보면, 바다에 이르렀을 때쯤엔 이미 편안하게 잠들어 있을거에요.

그럼, 좋은 꿈 꾸세요.

 by bluexmas | 2007/08/08 13:41 |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at 2007/08/08 14: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eoeun han at 2007/08/09 12:39  

세상에서 젤루젤루 멋진 달력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09 12:57 

비공개님: 저도 이 글을 쓰다가 바이칼 호 생각이 났는데 뭔가 분위기가 안 맞는 것 같아서 언급을 하지 않았지요. 어머님이 베이킹을 하시나보네요. 그랑 마녜를 쓰시다니… 너무 비싸서 저는 좀 싼 트리플 섹으로 대체를 하지만…보드카는 뭐 그냥 무색무취(물론 약간의 알콜냄새)무미의 술이랍니다. 하여간 어차피 삶은 살면 그냥 치이는게 기정사실이라서… 줄의 끝에서는 언제나 무방비상태일 수 밖에 없죠.

seoeun님: 그렇죠? 저도 동의는 하는데 아직도 6월이라니 참… 그나저나 닉네임 하나 지어드려야 되는건 아닌가 몰라요. 빈티지 농담처럼, 아버님 댁에는 보일러, seoeun님에게는 닉네임을(죄송해요 썰렁해서 -_-;;;)~

 Commented by hotcha at 2008/01/04 17:32 

누군가의 글을 읽다가 누군가의 덧글을 타고 흘러흘러 왔죠. 희안하게도 내가 처음 흘끔거리며 둘러보았던 그 방이 누구의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연말에 보드카를 마시면서 보드카에 관한 느낌을 썼던 기억은 생생해요. 보드카를 좋아하는 이유는 순전히..아니 89%쯤은 그 술이 한국의 막소주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죠.

참..맨 앞의 글이던가요?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은 저만 가진 것이 아니었어요. 휴유~ 한숨을 놓았다고 해야 할까요?

종종 들를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1/05 01:42 

반갑습니다. 숨은 덧글찾기중이었어요. 사실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다음 부터는 소주는 마시지 않아요. 단맛이 너무 인공적이라는 느낌이에요 이젠… 그리고 서울엘 가니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이효리가 벗고 흔드는 사진을 토할 것 같아서 처음처럼은 더 마시기 싫더군요. 제가 예전에 올린 보드카 포스팅이 어디 있을거에요. 보드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시는 것도^^

얼굴 마주보고 얘기할때도 ‘나를 너무 많이 보여주는 건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 따를 때가 있는데, 이런 공간에서 오죽하려구요? 하지만 자주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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