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ndhouse(2007)-웃음이 깔아놓은 주단을 밟고 가는 폭력의 길

벌써 몇 번이나 시도했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영화 개봉 전후에 읽었었던 모든 인터뷰와 기사들을 모아모아서 제대로 된 글을 한 번 써보겠노라고 마음만 먹었던 것도 벌써 여러달, 좀 있으면 DVD마저 나올 것 같은 분위긴데 이러다가 결국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나마 글을 남겨 놓기로 드디어 마음 먹게 된 것입니다.

영화에 깡무식인 저와는 다른 영화 매니아분들이라면 다들 아시는 것처럼, Grindhouse는 각종 무시무시한 장르의 영화들을 모아서 밤새도록 틀어주는 극장, 내지는 상영하는 그 자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결국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 두 감독의 목적은 결국 영화 장르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 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되고, 그쪽 장르에 문외한인 제가 뭔가 판단을 내린다는게 좀 어불성설이기는 해도 재미를 추구하는 매체로서의 영화로는 정말 거의 만점짜리였다는 생각입니다.

하여간 그렇게 장르의 분위기에 충실하게 위해서 로드리게즈는 좀비를, 타란티노는 카폭을 소재로 선택했는데, 결국 이 소재에 따라 영화가 선사하는 카타르시스의 구조는 어느 정도 구분이 됩니다. 일단, 로드리게즈의 좀비물 ‘Planet Terror’가 가진  카타르시스의 구조는 뭐랄까, 여러 개체의 카타르시스 입자들이 무분별하게 퍼져 있는 것 같지만,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보면 그 입자들이 하나의 흐름처럼 모여서 결말이라는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역시 말로 표현하려니 좀 무리가 있는데 그림을 그리자니 오늘 밤에는 좀 귀찮군요-_-;;;)? 다들 아시겠지만, 좀비가 가진 공포의 근원은 우선은 전염성이고, 두번째는 그 전염성으로 인한 예측불가성과 편재성(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많이 쓰이는 그 ‘유비쿼터스 ubiquitous.’ 전 그게 싫어서 늘 omnipresent를 대신 쓰지만…)이니만큼, 갈수록 개체의 수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부터 무한대로 증가하는 좀비물의 카타르시스는 나름 흥미진진하지만 때로 좀비의 처진 걸음걸이처럼 조금은 느릿느릿하고, 또 약간은 밋밋하다는 느낌마저도 줍니다.

반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가 죽여주는(정말로 죽여줍니다, 사람마저…) 타란티노의 ‘Death Proof’의 그것은 정말 철저하게 선형적입니다. 이것은 물론 자동차 액션이라는 소재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줄거리의 전개마저도 마지막의 절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되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카타르시스의 속도 및 강도는 충격적이라는 느낌마저 주었던 것입니다. 사실 영화의 거의 2/3 정도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여자들의 수다떨기라서, 대체 이 영화는 뭘 보여주고 싶어서 이러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지만, 마지막 장면이 지나가고 나면 그때서야 그 지루함을 견뎌낸 대가가 무엇임을 깨닫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장르를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해 고심한 노력이 보이지만 의외로 별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일단 철저히 재현된 B급 영화의 시각적인 조악함(예측 가능한 것처럼 로드리게즈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 영화를 삭아 보이게 만들었더군요)이 살육장면의 현실성을 희석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영화 전체에 덕지덕지 처발라진 유머가 어느 정도는 그 공포스러움마저 압도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나 두 편 모두에 출연한 타란티노의 능글맞은 연기는 정말… 하여간 그래서 저는, 나이 먹어도 여전히 소심한 겁쟁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쳐 놓은 조악함과 유머의 안전망 뒷편에 느긋하게 자리잡고 앉아 계속해서 낄낄대고 웃으며 영화를 즐겼습니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영화가 개봉되는 모양인데, 두 편이 함께 방영되는 건지, 아니면 잘려서 따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혹 잘려서 나온다면 솔직히 보지 마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느낌에 이 영화는 두 편이 하나로서 완전해지는 것이었고, 또 두 편의 사이사이에 놓칠 수 없는, 영화의 재미를 북돋아 주는 요소들이 끼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Death Proof가 주는 영화 끝 부분에서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최고지만, 아마 Planet Terror를 보지 않고 보게 된다면 조금은 밋밋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저는 DVD가 나오면 꼭 사서 보고 다시 글을 정리해서 올려보고 싶습니다. 이상하게 이 영화에는 생각이 많아져서 계속해서 글이 두서가 없어지는군요.

하여간 이 영화, 재미있었습니다.

 by bluexmas | 2007/08/04 13:41 | Movi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8/04 14:34 

올 가을쯤에 개봉되지요.

역시나 영화는 잘려서 개봉되는데다가

플래닛 테러는 개봉 미정으로 알고 있어요. -_-

더욱이 열받는건 이놈의 포스터가…에휴

아무리 티져라해도 흑흑.

http://urutora.egloos.com/483449

 Commented by 소냐 at 2007/08/05 03:39 

이 영화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그로스하고 또 그로테스크한 영화던데요.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연상시키는… 로드리게즈나 타란티노나 그 일관성 하고는.. 장르에 대한 오마쥬 그 자체인 거 같아요.

전 재미있었다기.. 보다는, 보다가 그 강렬한 이미지들에 오감이 지쳐빠져서 극장 의자에 눌어붙어있었던 기억이…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8/06 09:39 

핑크님: 그 포스터, 정말 어이없네요. Mary Elizabeth Winstead, 영화에서 정말 예쁘게 나오지만, 역할은 거의 미미하거든요…

소냐님: 저도 이 장르의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는데, 그런 제가 보아도 제대로 된 오마쥬구만, 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더라구요. 저는 두 감독 모두의 열성적은 팬은 아니거든요. 영화는 대부분 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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