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이름문답

프랑스 파리 근교의 어느 시골집에서 가족들과 더부살이 하는 쥐 레미는, 쥐임에도 불구하고 천부적인 요리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기치 않던 불상사들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파리로 흘러들어온 레미는 우연히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잡게 되고, 흥미진진한 Ratatouille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사실 픽사에게 성공 및 흥행가도에 ‘재기’ 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걸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죽을때까지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밖에 없는 구린 스토리의 전작 ‘Cars’ 를 생각해볼 때, 이번 Ratatouille에 감히 ‘재기’ 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벌써 이 만화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정말 Cars에 너무 실망해서, 다시는 픽사의 만화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으니까요. 요즘처럼 쏟아지는 컴퓨터 만화 영화의 물결 속에서 픽사의 작품은 슈렉을 빼고(그러나 슈렉도 이번에 정말 처참하게 말아먹었죠. 바로 ‘Cars’가 지닌 것과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유일하게 보는 것들이었으니 사실 저의 실망감은 조금 과장을 보태 배신감과도 다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매주말마다 가는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면서 약간의 세뇌를 당할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저의 관심 분야인 음식(내지는 식도락)이 주제라니 돈을 버리는 셈치고서라도 결국에는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해서 보게 된 Ratatouille는 장황한 설명이 필요없이 지금까지 픽사가 발표했던 것 중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이렇게 말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Monster’s Inc. 보다 약간 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왜냐면 Monster’s Inc. 의 등장인물들이 좀 더 상상력에 기반한 것들이니까요. Ratatouille는 쥐가 의인화 되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로 일관하는데 반해서…). 하여간 이 만화영화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습니다. 일단 기술력은 언제나 컴퓨터 그래픽 만화영화의 주춧돌이 되는 것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잘 발달되고 개성적인 등장인물(내지는 동물?) 들에, 아주 큰 반전 따위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빈틈없이 촘촘하게 짜여진 줄거리 구조, 거기에 액션 영화만큼이나 박진감 넘치고 잘 구성된 액션(?), 그리고 살아 있는 각종 디테일들까지, 무엇하나 나무랄데 없이 꽉 찬 이 만화영화는 한시간 오십여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신나는 전개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영화가 주려고 하는 메시지입니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가 다분히 디즈니의 영향 속에 품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는 하지만, 그 넘쳐나는 식도락의 향연 속에서 정작 가장 귀중한 경험은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사실 각종 식도락을 주제로 한 만화 속에서도 수없이 반복되고 또 최근에 읽었던 윤대녕의 음식 산문집 ‘어머니의 밥상’ 에서 조차도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저는 언제나 그것이 바로 음식 만들기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나름 계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보니, 넘쳐나는 진부함 속에서도 그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강추합니다.

덧글 1: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Ratatouille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먹는 야채스튜의 일종이라고 하네요. 이 Ratatouille는 영화에서 미국의 Comfort Food 내지는 우리나라의 된장찌개처럼 집에서 먹는 음식,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제목에 쓰인 것처럼 영화의 절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덧글 2: 제가 또 이 만화영화에서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유명 연예인이 목소리 출연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그게 너무 넘쳐나서 저는 별로 매력을 못 느끼는데다가 일종의 홍보전략으로 이용된다는 생각이 들어 별로 반기지 않았거든요. 

 by bluexmas | 2007/07/02 10:05 | Movi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boogie at 2007/07/02 10:57 

전 감독이 맘에 드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02 11:04 

그렇군요… 저도 누군가 해서 찾아봤더니 Incredibles도 감독한…

 Commented by 보리 at 2007/07/04 12:51  

어우어우, 재밌었어요. ㅠ.ㅜ DVD 나올 때까지 어케 기다리나 싶어요.

근데, 비행기 안에서 공짜로 봐서 그런지, 저는 Car도 무척이나 재밌게 봤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04 13:07 

너무 재미있죠? Car는 공짜라 재미있으셨을거에요^^;;;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