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rates of Caribbean-At the World’s End (2007) – 120+48의 번잡한 마무리

영화에서 속편에게 전편의 존재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미 전편에서 서사구조 대부분의 설명(등장인물, 큰 줄거리 등등)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 그런 부분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시간 사십 팔 분이라는 길고도 긴 러닝타임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해적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편은 정말 거창하게 마무리를 짓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지 그 길고 긴 러닝타임이 모자랄 정도의 새로운 스토리를 불어 넣는 바람에 기대했던 흡인력을 상실한 채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사실 이런 영화에서 관객이 줄거리를 예상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지난 두 편을 보았기 때문에 적어도 관객은 3편의 대부분이 죽은 잭 스패로우를 구하고 마지막에는 어떻게든 데이비 존스와 동인도 회사로 대표되는 전성기의 영국, 그리고 나머지 해적들과의 갈등이 해결되리라는 기대 내지는 예상을 이미 품고 극장으로 향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화는 그렇게 관객들이 예상한 줄거리에 나름의 디테일을 제공해줘야 될 의무가 있습니다. 영화의 장르가 어드밴쳐/액션이기 때문에 안무처럼 잘 짜여진 볼거리가 그 디테일의 대부분을 차지하겠지요. 아마 거기까지만 해줘도 영화는 제 몫을 다 했을 터인데, 그것보다 더 많은 비율로 첨가된 3편의 줄거리 및 거기에 딸린 등장인물들은 영화를 너무 산만하게 만듭니다. 예고편에서 기대했던 주윤발의 등장은 생각보다 너무 비중이 적다는 느낌이었고, 해적대표들의 회의와 거기에 잭 스패로우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키스 리처드는 영화의 양념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우여곡절끝에 주윤발의 선장 자리를 물려받고 해적왕이 된 카이라 나이틀리는 다같이 싸울 것을 조종용하여 모두를 데리고 바다에 나가지만 전투는 단지 Flying Dutchman과 Black Pearl 사이의 것에 불과하고 나머지 해적들은 전투가 끝난 뒤 환호성을 지르기 위해서 멀리멀리서부터 찾아왔을 뿐입니다.

거기에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까지 실제 주인공인 잭 스패로우의 비중은 그를 배신한 바보사 선장보다도 못하다는 느낌뿐이고, 능글맞은 캐릭터만 드러내는 나머지 대체 저 인간을 구하러 모두를 희생해서 세계의 끝까지 가야될 필요가 있었는지 회의가 들 정도였습니다. 차라리 2편의 마지막에서 부활하여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바보사 선장의 활약이 생각보다도 훨씬 두드러져 보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잔가지에 불과한 줄거리들이 정리되고 바다에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하면, 영화는 그제서야 기대했던 모습을 드러내면서 저로 하여금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습니다. 아마 저만큼이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구경만 해야했던 나머지 해적들이나 영국해군도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3편의 예고편을 자꾸 보다보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들어서 1,2편을 DVD로 빌려다가 예습하고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걸 단지 디즈니 영화라고 극장에서 보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꼈었는데, 3편은 그 아쉬움을 허무함으로 승화시키는 번잡스러움이 덕지덕지 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좀 가지를 쳐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뿐입니다.

덧글

1. 영화를 보고서 머리를 자를까, 해서 미장원에 앉아 우리나라 잡지를 보는데, 거기에 영화 기사가 나오면서 ‘주윤발은 이 영화에서 사오 펭 역할을 맡아서 ‘열연’ 을….’ ‘출연’은 했어도 ‘열연’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열연할 기회조차 안 주고 죽였는데 열연은 무슨 얼어죽을.. 전형적인 여고생잡지 기사라 역시 그렇더군요. 영화는 봤나?

2.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 편이 있을 것 같은 암시를 주는데, 정보를 찾을 수는 없군요.

3. 언제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앉아 있기 지쳐서 나갔더니 중요한 장면을 놓쳤더군요.

 

 by bluexmas | 2007/05/28 14:02 | Movi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카렌 at 2007/05/28 18:11 

맞아요, 저 인간을 저렇게까지 구해야 하나 싶음 -_- 대동감이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9 12:07 

그렇죠! 자니 뎁 이번 편에서는 별로였어요. 그나저나 카렌님 블로그의 그 멋진 누나들 사진 때문에 어제 밤에 잠을 못 잤다니까요, 투덜투덜.

그나저나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Commented by basic at 2007/05/29 13:39 

실망 많이 했어요. ㅠㅠ

 Commented at 2007/05/29 14: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9 14:43 

basic님: 다들 실망한 분위기에요. 그냥 즐기기에 디즈니 답지 않게 너무 복잡하게 만든게 탈이죠 뭐.

비공개님: 공부 너무 열심히 하시는거 아니에요? 때로 기분전환도 필요하답니다. 제 경험으로는…^^

 Commented by 카렌 at 2007/05/29 16:00 

이역만리에서 잠을 못 이루시다니 비극이네요 어쩌면 좋지^-^; 핫;

 Commented at 2007/05/30 05: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30 13:18 

카렌님: 그러게 말이에요. 책임지세요!

비공개님: 원래 저도 학교 있을때 그런 인생이라서 그 기분 너무너무 잘 안답니다. 결국 어느 정도 그런 것들이 학교를 접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죠.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버릇이 있어서, 괜찮아요. 그리고 보면 그렇게 잘 나가는 사람들은 소수랍니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Commented at 2007/05/31 12: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31 13:41 

비공개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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