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버거의 노래

100 짜리 고베 쇠고기 버거

일요일 오후에 서점에서 잡지를 뒤적이다가 어딘가에서 꽤 유명한 요리사이자 작가인 Anthony Bourdain(100% 확신은 못하지만 아마도 그였던 것으로 기억…)이 $100짜리 고베 버거를 놓고 “아니 마블링 때문에 맛있는 고기를 갈아서 본질조차 망각하게 만들어 놓은 버거를 $100불에 파는 놈이나 먹는 놈이나 다 미친거 아냐?” 라고 비꼬아댔다는 기사를 읽고 고백하건데 가슴이 뜨끔해졌습니다. 저도 아주 가끔 동네의 Bistro/Pub에 가서 고베 버거를 시켜 먹고는 “아따 역시 고베 비프라 살살 녹는구마잉~!” 을 연발했던 촌스러운 기억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희 동네의 버거는 기사에서 언급된 것에 비하면 착하도록 저렴한 $16이라서 사실은 죄책감이 덜했습니다. 가난한 월급쟁이가 뭐 그 정도면 감지덕지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고기 헹군 물을 끓여서 $1 정도 염가로 공급한다면 그걸 선택하겠건만, 아직 거기까지 찾는 사람은 없는 모양입니다(너무했나…).

하여간, 워낙 촌동네에 사는지라 뭐 스테이크 먹기에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버거가 나왔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어느 동네에는 스테이크도 아닌 버거가 $100 이라니 약간은 말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3월에 뉴욕에 갔을때 뭐 맨하탄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Chelsea Market 건너편의 Olmstead Steak House에서 Surf ‘n Turf를 미친척하고 먹었는데, 거기의 고베 쇠고기 스테이크도 $80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이 마당에, $100짜리 버거라니… 그렇지 않아도 마사지와 맥주 사료 등등으로 럭셔리하게 길러지는 놈들인데, 아마 $100 짜리 버거를 위한 고기를 공급하는 놈들은 사람처럼 말도 하고 뭐 글도 쓸 줄 아는 고베중의 고베, 최정예만을 잡는 모양입니다(무슨 비밀결사 자살특공대 선발하는 분위기군요-_-;;).

하긴 고기가 워낙 연하니까 갈아서 버거를 만들어도 그냥 쇠고기로 만든 버거보다 훨씬 맛있기는 하겠지만, 사실 Bourdain이 한 얘기가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꽃등심이나 갈비살 같은 고기도 결국 맛있는 이유가 고기 사이사이에 낀 마블링 때문일텐데, 그게 최고로 발달했다는 고베 쇠고기를 갈아버린다면 결국 고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겠죠. 지난 겨울의 미국 서해안 일주때는 샌프란시스코의 Golden Gate Garden 앞에 있는 Evisu라는 일식집에서 육회로 고베 쇠고기를 먹었는데, 같이 먹는 사람 입마개를 씌워놓고 혼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더군요. 그러나 아마도 미국에 공급되는 고베 쇠고기는 대부분 Wagyu종을 미국 내에서 키운 것일 확률이 큽니다.

아틀란타 산(産) 미친 버거, Ghetto Burger

어차피 이것저것 다 합치면 1000 칼로리가 넘는 버거, 먹고 동맥에 기름칠하는 마당에 미친듯이 후하게 칠해보자는 취지에서 미국 각지에서 미친듯 날뛰는 미친 버거들 가운데 최근 USA Today(역시 100%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모두 기억에 의존하는 거라서…)인가에서 미국 최고의 버거들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는 남부의 자랑, 아틀란타의 Ghetto Burger가 있습니다. 뭐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상당히 뒷골목스러운데,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대체 몇 파운드인지도 모르는 패티와 각종 내용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대체 고기를 갈아서 만든 버거인지, 아니면 버거를 억지로 꾸역꾸역 먹여서 토하게 한 다음 그걸 다시 뭉쳐서 버거를 만든 것인지 사실 잘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알려지기 전에 읽었던 기사들에서는 실제로 패티가 몇 파운드인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주인 아주머니가 항상 내키는대로 만드는지라… 저는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되는 팔자인지라 차마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버거 사진은 http://bighugelabs.com/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밖에 제가 주워들은 각종 미친 버거들 가운데는 LA의 패티만 2.5 파운드(=1kg)짜리 버거도 있고, 뭐 백만가지 다른 토핑을 얹을 수 있는 버거 등등이 있는데, 아마 그 가운데 최고는 햄버거 빵으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잘 팔려 국민들의 동맥경화를 장려한다는 Krispy Kreme을 썼다는 버거가 아닐까 싶습니다(뭐 거의 각 주 마다 최소 한 집 씩은 이 미친 짓을 하는 모양). 참고로 크리스피 크림 도너츠 하나만 해도 300 칼로리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의 뭐 동맥에 욕실 거울 시공용 빠데(putty)를 밀어 넣는 격이죠.

집에서 만들어 먹는 버거

사실 버거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무척 쉬운 음식입니다. 갈은 고기를 사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뭉쳐 패티를 만들어서 얼려 놓았다가 구워서 빵에 끼워 먹으면 되니까요. 다들 아시는 것처럼 햄버거 패티는 지방이 어느 정도 섞인 고기로 만들어야 구워 놓았을때 마르지 않고 부드러운데, 책을 낸 요리사들마다 서로 다른 부위를 애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sirloin과 chuck을 1:1 비율로 섞어서 만드는게 제일 맛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니면 brisket도 좋다고… 뭐 이렇게 부위별로 갈린 고기를 사다가 그릇에 담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섞은 다음, 야구공보다 약간 큰 크기로 뭉친 다음에 왼손바닥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가볍게 쳐 가면서 납작하게 만들면 바로 패티가 완성됩니다. 고기가 잘 뭉쳐지게 하려고 계란을 넣는 경우도 많다던데, 어느 정도 지방이 있는 고기를 섞으면 고기만으로도 잘 뭉쳐지니까 굳이 계란까지 섞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기를 굴리거나 누를때 힘을 주면 고기가 뭉쳐서 구웠을때 너무 단단해질 확률이 크니까, 힘을 빼고 빠른 시간내에 1.5cm정도의 두께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만든 패티는 300g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빵보다 10% 넓게 만들면 구워졌을때 패티가 수축되더라도 빵과 같은 사이즈가 됩니다. 가끔 고기가 너무 수축되어서 버거가 탑처럼 높아지면 토핑을 얹기도 불편하거든요.

이렇게 패티를 만들었으면 굽는게 중요한데,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로 얻은 방법은 이렇습니다.

1. 팬을 뜨겁게 달굽니다. 가장 센 불에서 적어도 5분? Non-Stick 코팅이 된 팬이면 좋고, 아니면 기름을 아주 살짝 둘러줍니다. 물론 처음부터 기름을 넣으면 탈 확률이 높으니까 팬이 어느 정도 이상 달궈진 다음, 고기를 올려 놓기 거의 직전에 둘러주는게 좋습니다.

2. 센불인 상태에서 패티를 올려 놓고, 1분-1분 30초 정도를 익혀줍니다. 가끔씩 팬을 흔들어서 고기가 들러 붙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렇게 처음에 센 불에서 고기를 익히기 시작해서 패티의 겉면을 바삭바삭하게 만들어 주는게 포인트입니다.

3.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불을 중간과 최고의 중간 지점에 놓고 4분 30초-6분 30초 정도 익혀줍니다. 물론 다른 고기도 마찬가지지만, 버거를 구울때의 원칙은 단 한 번만 뒤집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의 시간을 다 합해보면패티 면당 6분-8분의 조리 시간이 나오는데, 이건 패티를 Medium정도로 익히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항상 7분 정도가 적당한 것 같고, Medium이상이면 너무 단단해서 맛이 없어집니다.

4. 한 면을 다 구웠으면 뒤집에서 2, 3번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5. 다 구워진 다음에는 불에서 내려서 패티에서 1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줍니다. 바로 먹으면 너무 뜨거운데다가 육즙이 그대로 줄줄 흘러서 맛이 반감될 확률이 높습니다.

6. 고기가 구워지는 마지막 2-3분의 시간 동안 버터를 살짝 두른 빵을 팬에 올려 버거가 닿을 면을 바삭바삭하게 만들어줍니다. 햄버거 빵은 부드러울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일반 햄버거 빵도 좋지만 약간 단 맛이 나는 Brioche도 개인적으로는 좋아합니다. 뭐 동맥경화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신다면 크리스피 크림이 최고의 선택이겠죠? -_-;;;

7. 10분을 참았으면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이 사정없이 먹습니다. 토핑은 뭐 내키는대로 얹어 먹으면 되는데, 저는 토마토와 양파만 넣어 먹습니다. 토마토를 얹을 때 위에 바닷소금을 살짝 뿌려주면 더 맛있습니다.

쓰다보니 버거가 먹고 싶어져서, 주말에는 집들이 할 때 만들어뒀다가 남은 패티를 꺼내서 먹어야 될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버거를 사먹는게 연례행사처럼 되어 버렸는데, 저는 주로 Johnny Rocket이나, 남부만 빼고 동중서부에 다 있는 Red Robin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버거를 좋아합니다. 

 by bluexmas | 2007/04/25 12:53 | Tast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Vincent at 2007/04/25 13:25 

밸리 타고 왔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침이 줄줄 흐르는 것이…저녁으로 버거를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가우리한아 at 2007/04/25 13:29 

버거가 아니라 괴물이군요.ㄷㄷㄷ

 Commented by xmaskid at 2007/04/25 14:53 

파인애플을 그릴에 구워서 넣어먹으면 맛있어요~

 Commented by 단미 at 2007/04/25 20:43 

고기만 뭉치면 딱딱하니까 다진 양파를 버터에 볶은다음 식혀서 거기다 계란과 고기 빵가루로 물기를 조절해서 쪼물쪼물.. 끈기가 생기면 뭉쳐서 구워 보세요. 보다 부드럽고 향도 좋답니다.

 Commented by basic at 2007/04/26 00:49 

음?; 버거는 왠지 돈 주고 사먹으면 아까운 기분이에요. 입이 촌스러워서 그런지 그냥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는 버거가 그 가격에 딱맞는 그런 맛이랄까나; 아님 아직 진짜 맛나는 버거를 못 먹어봐서 그럴까나;

 Commented at 2007/04/26 09: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4/26 13:02 

Vincent님: 집에서 해 드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가우리한아님: 마치 예전 괴수 대백과 사전에 나오는 공해괴수 같지 않나요? 올챙이에 정크푸드를 너무 많이 먹여서 돌연변이가 된…

xmaskid님: 네 맞아요! 제가 귀찮아서 안 썼는데 파는 버거 가운데에는 테리야키 소스랑 파인애플을 넣은 녀석을 제일 좋아하지요. Banzai Burger라고 있어요. 원래 파인애플이 고기와 잘 어울리고 또 소화를 돕는다고 하지요.

단미님: 저는 아무것도 안 넣는 걸 좋아하는지라…

basic님: 그래서 저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답니다. 파는 건 믿을 수 없어서… 입이 촌스럽기로 말하면 저를 따를 사람이… 요즘은 먹는게 고사리랑 시금치, 도라지 뿐인데, 이만하면 충분히 촌스러운거겠죠?^^

비공개님: 미친 버거를 많이 먹어서 그런게 아닐까요? ^^ 저야 즐겨주시면 감지덕지니까 자주 들러주세요.

 Commented by xmaskid at 2007/04/27 21:48 

오, Red Robin말하시는거죠?? 저도 거기가면 Banzai버거만 먹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4/28 13:22 

네, Red Robin… 남부에는 없어서 어디 여행 갈때마다 먹곤 하죠. 1월에 시애틀에서 먹었는데 버거랑 어니언 링, 셰이크까지 해서 2천 칼로리 저녁을 먹고 테이블에 엎어져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새해 첫 날부터 한 끼에 2천 칼로리 먹은 자신이 미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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