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e & Sebastian-The Life Pursuit (2006)

사실 ‘If you’re feeling sinister(1996)’ 앨범이 잘 나가던 당시, 저는 군 복무로 인한 음악듣기의 공백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었기 때문에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따라서 이들이 왜 그렇게 인기를 얻었는지 동시대적으로 공감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서야 손에 넣었던 이 앨범은, 바로 얼마 전까지도 밤샘 작업때 가장 먼저 듣는 앨범이었습니다. 보통 프리젠테이션 직전의 밤샘은 이런저런 이유로 신경이 날카로와서 처음 몇 시간 동안은 몰입하기가 힘들었었는데, 이 앨범을 들으면 곧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하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이런 음악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던 벨 앤 세바스찬이었기 때문에, 앨범이 막 나온 지난 화요일 점심시간에 급하게 타워레코드까지 차를 몰고 가서 씨디를 사서는 재생시키자마자 튀어 나오는 Act of Apostle의 밝고 통통튀는 사운드는 정말이지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광팬이 아니므로 sinister 앨범 말고는 제대로 듣지도 않아왔던 저였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를 제대로 좇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침잠하는 포크 사운드가 이렇게 활기찬 복고풍 팝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처음에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뭐 열심히 주워들은 바로는 전작 ‘ Dear Catastophe Waitress’ 의 사운드가 이 앨범의 전조라던데, 제가 직접 다 들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들은 것처럼 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저에게는 이들이 컬트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이 sinister 앨범과 같지 않다고 해서 불만을 느낄 이유도 없고, 따라서 음악이 좋다면 그대로 좋아해주면 되는 것인데, 이 앨범은 좋아해주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곡들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곡들은 정말 강박적으로 업비트이며 스튜어트 머독은 우울증 치료를 막 마치고 나온 양 상쾌하게 노래를 불러 제낍니다. 더 들뜬 코러스마저 끌고 다니면서… 거기에다가 카우벨과 탬버린, 워킹 베이스가 멍석을 깔고 그 위를 해몬드 올갠과 일렉트릭 기타가 신나게 달려주는 이 앨범은 sinister 앨범과 쌍으로 마련해서 이 앨범은 아침 출근길에, sinister 앨범은 자기 전 저녁때 들어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사야 될 판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 두 장의 앨범 사이를 메꿔주는 앨범들을 사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참, 제가 산 앨범은 초판 한정으로 새 앨범의 곡들 가운데 여섯 곡을 BBC 프로그램에서 연주한 실황이 담겨 있습니다. 디지팩에 DVD, 내용은 없지만 의외로 두꺼운 부클렛을 담은 이 앨범 팩키지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제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Matador 레이블이 로드러너 마냥 메이저가 된 것인지, 아니면 벨 앤 세바스찬이 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밴드가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틀란타에는 들르지 않는다니 직접 볼 기회는 다음을 노려야 할 것 같습니다.

 by bluexmas | 2006/02/10 13:05 | Music | 트랙백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