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의 영화들(5)

14. Flightplan (09/18/05)

예고편을 보고, 정말 기대 많이 했습니다. 조디 포스터에,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 그리고 액션 및 머리 싸움 등등… 그리하여 개봉하기가 무섭게 저를 극장으로 향하게 했던 이 영화는 이것 저것 다 건드려보다가 결국은 아무 것도 되지 못한 영화가 된채로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감독이 기본적으로 조디 포스터에 너무 의지하려고 한 나머지 영화의 나머지 부분을 더 다듬는데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깔아준 멍석 위에서 마음껏 춤사위를 펼쳐보야야만 할 중견배우(게다가 지적인 연기파!)인 조디 포스터는 정작 지나치게 모성애 코드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저의 공감을 얻는데에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악역이었음이 밝혀지는 기내 보안관 Carson (Peter Sarsgaard 분)은 반전을 좀 더 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골랐다면 모를까, 시치미 뚝 떼고 끝까지 착한 척 하기에도, 또한 갑자기 홱 돌아서서 악당이 되기에도 뭔가 부족한 모습을 영화 내내 흘립니다. 영화 전체로는 오히려 약간은 무능하지만 할 말도 다 하고 할 일도 결국 다 하는 기장 (Sean Bean)의 연기가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을 무렵, 결국 아이가 비행기 내부에 숨겨져 있음이 밝혀지지만, 식스 센스 이후로 반전이 관객들 뺨 때리는 정도는 우습게 아는 요즘 영화판에서 이 정도의 반전이라면 그저 코웃음 한 번 쳐 줄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정말이지 간만에 입장료를 물러 달라고 할만큼의 실망감이 역류하는 위산처럼 잘도 밀려와 속을 쓰리게 만드는 그런 졸작이었던 것입니다.

15. Lord of War (09/25/05)

그 전 주에 Flightplan을 보고 냅다 실망감을 느꼈으니 제대로 된 액션을 한 편 보자고 마음 굳게 먹고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단지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기 때문에 고른 이 영화는 애초에 액션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액션물을 보는 정신자세로 감상을 시작한 저를 무척이나 괴롭혔습니다. 대체 영화를 제대로 고르지 못한다는 말 조차 이제는 만성으로 굳어져버려 흥행배우와는 거리가 멀어진 듯(적어도 저에게는 너무나도 심각하게, 케빈 코스트너랑 의형제도 곧 맺는다죠?)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 영화에서 사뭇 진지하게 아프리카 내전에 유입되는 서방 내지는 냉전시대 소련의 잔재로 남은 무기의 폐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 합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애초에 너무나 진지한 것이었기 때문에 저같은 무식쟁이가 그렇게 헐렁한 자세로 보려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진작에 알았다면 저도 아예 보려고 하지 않던가 조금 더 바른 마음가짐으로 보았을 것 입니다. 솔직히 별로 재미없었지만 영화 자체가 나빴다기 보다는 청중의 자세가 틀려먹었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었을 법한 그런 영화입니다.

16. Wallace and Gromit- The Curse of Were-Rabbit (10/08/05)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예전에 비디오로 보았던 전편이 생각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말마따나 ‘Chicken Run’도 재미있었지만 아드만 스튜디오하면 역시 월레스 앤 그로밋인 것입니다. 정말이지 삽질 중의 삽질을 요구하는 클레이메이션의 제작과정이나 기타 스토리의 흥미로움을 생각할 때 하나의 장편 만화영화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상의 새로움 없이 너무 길게 늘여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말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한 시간 20분 내내 월레스랑 그로밋이 아무런 스토리 없이 하얀 바탕화면에서 춤만 추었더라도 저는 입장료를 치르고 이 영화를 보았을 것입니다. 스토리와 상관없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자질구레한 유머의 조각(극중의 신부님이 즐겨보는 잡지가 수녀 레슬링 Nun Wrestling 에 관한 것임은 하나의 좋은 예입니다)과 반들반들한 월레스의 얼굴 곳곳에 배겨 나오는 지문은 이 만화 영화가 빤들빤들한 컴퓨터 그래픽물이 판치는 이 세상에 사람 손으로 빚어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잘 일깨워줍니다. 돼지코 토끼들은 너무 귀여워서 인형으로 나온다면 하나쯤 갖고 싶습니다(이 영화에서의 거대토끼는 개인적으로 영화 ‘Hulk’의 컴퓨터 그래픽 작업물보다 훨 나은 것 같습니다).

17. Serenity (10/15/05)

영화를 보았음에도 너무 아는 바가 없어 imdb를 뒤져보니 ‘Buffy: The Vampire Slayer’을 감독했다는 Joss Whedon감독의 작품인 이 SF물은 계속 찾아본 바로는 TV Series ‘Firefly’를 영화화한 것인 모양입니다(이렇게 제가 아는게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다해도 영화를 즐기기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줄거리는 간략하게 올리기도 귀찮아서 생략합니다. 단지 초능력(내지는 뭐 초인정도랄까요?) 소녀와 그의 오빠와 나머지 무리들이 Serenity라는 이름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떠도는데 인류가 식인종으로 변하도록 만드는 실험에 관련된 행성에 도착하여 초능력 소녀와 연관된 수수께끼를 풀려고도 하다가 싸움도 하다가 속편도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로 끝나는 그런 SF 영화입니다다. 제가 예전에 올린 ‘Aeon Flux‘ 의 리뷰에 영화 자체의 시각적인 설정에 대해 짧게 언급했습니다.

 by bluexmas | 2006/01/04 13:56 | Movi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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