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새벽

지난 10여년 간, 새벽은 저에게 좋은 친구였었습니다. 너무나 육체적인 학문을 전공으로 삼은 탓에 늘 새벽까지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데다가, 본디도 아침형 인간은 아니어서 새벽 두 시를 넘겨 해 뜨기 전까지의 시간에 깨어 있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으니까요. 하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싫어도 아침형 인간으로 스스로를 탈바꿈시켜야만 했고, 그러다보니 새벽을 만나는 경우가 많이 드물어졌었습니다. 습관이라는게 워낙 무서운데다가, 정말이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모든 생활이 그렇게 무서운 습관으로만 이루어져서, 자정을 넘기기 무섭게 잠자리에 들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동안은 정말 오랜만에 마음껏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누렸습니다. 특별히 할 일도 없긴 했지만, 또 있더라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저 미디어 플레이어로 음악을 틀어놓고는 등받이가 머리까지 오는 의자에 기대어 ‘다가오는 졸음’ 이라 이름 붙여진 화면의 움직임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졸음이 다가올때까지… 그러다 때로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뀌어 찾아오는 동네의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기도 했구요. 그래서 어제와 오늘은 시차 아닌 시차덕에 약간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던 새벽 덕분에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다가오는 주말도 3일 연속 휴일이니까,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by bluexmas | 2005/12/28 14:00 |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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