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시간과 물량의 확보, 요식업의 필수 인간애

전 업종을 통틀어 정말 몇 안 되는 단골 가운데 카페가 하나 있었다. 열심히 다니다가 어느 날 발을 끊게 되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고지한 시간대로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운데 손님이 별로 안 와서 일찍 닫고 직원 회식을 하느라 일찍 닫고… SNS 채널을 활용한 공지 시스템이 없었으므로 갔다가 그냥 발걸음을 돌린다거나, 정말 커피가 마시고 싶어 멀리에서 택시를 타고 찾아가며 전화를 했더니 일찍 닫는다는 이야기를 듣는 등의 일을 세 번인가 겪고 났더니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아졌다.

그렇게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 어딘가에 다시 문을 연 것도 같지만 관심이 없고 찾아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을 겪으며 업장주가 장사 혹은 사람을 먹이는 일에 사실 관심이 없노라고 믿게 되었다.

나는 요식 서비스업의 핵심이 약속의 이행이라 믿는다. 이렇게 쓰니 엄청난 것 같지만 별 게 아니다. 고지한 영업에 찾아가면 반드시 먹을 수 있다는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업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매자를 반드시 먹일 수 있을 만큼의 재료 및 역량을 갖춰 놓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디저트나 라면 가게를 중심으로 ‘물량 조기 소진시까지 영업’의 전략을 쓰는 음식점이 많다. 이런 곳들을 볼 때마다 나는 궁금해진다. 고지해 놓은 영업 시간을 한 번도 지킬 수 없을 만큼 물량이 조기 소진된다면 업장은 사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영업 시간과 판매 물량은 일종의 공존공생하는 관계이다. 시간대를 정해 놓았다면 그동안은 손님이 찾아와서 헛걸음질하는 일이 없도록 물량을 충분히 갖춰놓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어떤 사정이든 지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영업 시간 또한 그에 맞춰 현실적으로 공지해야 한다.

누군가는 혼자 영업하는 업장 등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사실 물량 혹은 일정 수준의 ‘부피’를 갖추는 것 또한 생산자의 중요한 능력이다. 만일 이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만들 수는 있어도 장사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고 보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수련이 충분히 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예약 판매 / 물량 조기 소진 가능’이라 공지해 놓는 음식점을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일정 부피를 갖추려는 의향 조차 아예 갖추지 않는다면, 그래서 정말 소량의 제품만 갖춰 놓는다면 높은 완성도와 맛을 이뤄낼 확률도 높아지니 사실 진짜 실력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실무자들과 실제로 나눈 이야기이다.

그래서 영업 시간은 대체 어떻게 정하는 게 맞느냐 물으면 그 또한 사실 아주 간단하다. 상식에 기대면 된다. 웬만한 음식은 끼니로 먹으니 아침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점심과 저녁을 포함한 시간대가 자연스레 영업 시간이 된다. 그 시간 가운데 ‘브레이크 타임’을 뺀 나머지 시간에 물량이 없어 손님이 못 먹고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이고 그런 업장은 장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이라 간주해도 무방하다. 말하자면 희소성을 가치 제고 전략으로 삼는 업장은 프로로서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이런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식 밥집이 물량이 없어 손님을 돌려 보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중식당은 어떤가? 파인 다이닝은? 이것저것 다 빼고 나면 정말 몇몇 식종의 업장에서 희소성을 무기로 손님을 볼모로 잡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 상황이 과연 해당 음식의 종주국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나? 먹이는 게 좋아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생산자는 손님을 빈 배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그런 상황은 수치니까. 그런 게 바로 업종에 필요한 인간애이다. 요식-서비스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간애도 없는 이들이 만드는 음식이 과연 맛은 있을까? ‘물량 소진, 영업 조기 마감’은 영예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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