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1)-일상에 스며드는 글쓰기

답답함이 쌓이다 못해 쓴다.

“자아가 깨어” 창작이 하고 싶어졌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았는데 잘 안 됐고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던가. 그래서 제안을 했다.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서 아무거나 쓰라고. 오늘 먹은 밥이 맛있었다거나, 기분이 별로였다거나 하여간 뭐라도 좋다고 했다. 다만 한 번 글을 쓰기 시작했으면 아무리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반드시 발행을 시켜 완성을 하라고. 그걸 주 5회, 1년 동안 할 수 있으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이후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어서 그 사람이 시도를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하는 게 아니라 경험에 비춰 보자면 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게 되냐고? 아니면 필요한 거냐고? 되고 또 필요하다. 바로 내가 살아 있는 예니까.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쓴지 5년 만에 전업으로 글을 쓰게됐고 17년차인 요즘도 주 3~5회는 글을 쓴다. 그렇게 계속해서 써야 힘이 빠지고 글쓰기와 쓰는 나를 의식하지 않는다.

글쓰기에 대해 이런 시각을 품고 있다 보니 요즘 쏟아져 나오는 책이나 강연 등등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생산자의 생계 수단 쪽에 너무나 무게추가 기울어진 듯 보이기 때문이다. 창작 분야는 기본적으로 교재가 산지사방에 그냥 노출되어 있다. 막말로 글을 쓰고 싶으면 많고 많은 책을 읽는게 누군가의 강연을 듣는 것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어차피 나다니엘 호손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그에게 글쓰기를 배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글을 너무나 잘 써서 닮고 싶은 작가는 이미 죽었거나 대부분의 사람들과 멀리 거리를 두고 있어 개인적으로 가까이 갈 수는 없는 대신 많은 작업물을 이미 내놓아서 충분히 참고가 가능하다. 따라서 부지런히 읽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뭐라도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시점에 두 연습이 한 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당신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그래도 배움의 과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전혀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익 균형을 감안하면, 현재의 많고 많은 배움의 과정은 전자 쪽으로 너무 기울어지는 것 같다고 볼 뿐이다. 같은 생산자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무엇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는 가운데 쓰고 싶은 책이 아직도 잔뜩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말 만약 누군가가 나처럼 글을 쓰고 싶다면, 그래서 공부하고 싶다면 이미 낸 여섯 권의 단행본과 매체에 기고, 그리고 3천점 이후로 세기를 멈춰 버린 글을 읽으면 될 일이다.

그래서 다른 필자들의 글쓰기 강연 광고 등을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쓸 글이 없나요? 쓸 책이 없나요? 어딘가 매체에 연재해서 만든 원고로 책 한 권 내고 그걸로 개인 브랜드를 간신히 세워 강연을 하는 건 아닌가요? 블로그나 홈페이지는 있나요? 매일 글을 쓰나요? 글쓰기가 많이 힘든가요? 왜 힘들죠?

한편 이런 방향으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배우더라도 실제로 쓰는 건 본인이 반드시 해야만 하고, 그 동기와 에너지가 자발적일 때에만 글쓰는 사람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다. 말하자면 누구에겐가 배우면서 숙제로 어떻게든 뭔가 잠깐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발적인 에너지가 없다면 과정이 끝나는 순간 당신은 끝이다.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쓸 의욕이 없는 사람이 대체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 나도 몰랐던 잠재력을 발견하고 칭찬을 받으며 의욕을 계속 키울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배움은 몇백 몇천을 들여 다니는 대학에서조차도 쉽지 않았든 것을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글을 쓰고 싶다면 일단 그냥 써야 한다. 글쓰기 책을 찾거나 수업을 알아보기 전에 당장 컴퓨터에 앉아서 블로그를 만들고 뭔가를 쓰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안된다. 반드시 글이 우선이고 누적된 게 한눈에 들어오는 플랫폼을 찾자.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거지발싸개 같아서 도저히 노출을 못 시키겠더라도 꾹 참고 쓰자. 발행 버튼을 누르고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킨 자신을 칭찬하자. 그걸 매일 하자. 시간대를 정해놓고 하면 더 좋다. 글이 너무 쓰기 싫거나 내 글이 참혹하다고 느껴진다면 그냥 그렇다고 글을 써서 완성을 시키자. 그렇게 글쓰기를 조금씩 녹여내어 내 일상에 스며들도록 만들어보자. 지금 당장 시작하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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