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족발의 문제

백화점에서 족발을 사면서 ‘최대한 얇게 썰어 달라’고 부탁하고 다른 음식을 사러 갔는데 집에 와서 뜯어보니 푸짐하고도 두껍게 썰어 놓았다. 그리하여 임플랜트 10년차가 넘는 40대 후반의 중년은 족발 한 접시를 쥐포처럼 질겅질겅 한참 씹어 먹었다. 껍질이 너무나도 질긴 탓이었다.

여러모로 족발에 관심이 많다. 극명하게 다른 부위가 역시 극명하게 켜™를 이루고 있는 고기인지라 조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의 족발은 대체로 크게 고민 없이 조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콜라겐 덩어리인 껍질(껍데기 아님)을 어떻게 조리해서 손님에게 내놓겠다는 비전을 읽을 수가 없다.

특히 따뜻한 족발이 대세가 된 요즘은 한층 더 심하다. 따뜻할 때 통하는 껍질의 질감은 차게 식으면 최악의 경우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질겨진다. 일단 분해를 완전히 하고 나면 식어도 먹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껍질과 살 모두가 뼈에서 저항 없이 떨어져 나오는 수준까지 익혀야 한다. 조리가 오래 걸리기도 할 뿐더러 흐물거리는 것을 제대로 건사해서 완전히 식힐 만큼의 인내심이 없으므로 족발집에서는 이렇게 조리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적절한 온도로 적절한 시간 동안 조리한 뒤 또한 적절하게 휴식시킨다. 조리는 사실 이게 전부인데 일단 적절함을 찾을 의지가 없는 데다가 급해서 휴식을 안 시킨다. 수육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갓 삶아낸 것을 살코기가 부스러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썬다. 한국의 식문화에서는 온도의 공감대가 적절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은데 이게 과연 교육이나 계몽을 통해 향상 가능한 사안인지 모르겠다. 그나마 펄펄 끓는 국물이나 불판의 고기 등은 발암 가능성 등 건강을 향한 위협을 수단 삼아 일정 수준 교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의 온족발처럼 온도 자체만으로는 지극히 정상이라 느낄 수 있는 음식은 앞으로도 계속 대세의 지위를 확장시켜 나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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