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포장 족발의 폐해

주말에 충동적으로 족발을 시켰다. 많고 많은 가게 가운데 수육을 같이 팔지 않으며 차가운 족발을 판다고 내세운 곳을 골랐는데 실패였다. 간이 굉장히 약한 건 따로 양념을 해도 되니까 최대한 넘길 수 있는데(참고로 연두를 쓰면 맛있다), 껍질이 질기고 딱딱해서 먹기가 즐겁지 않았다. 껍질이 왜 이렇게 딱딱할까? 족발의 표면을 잘 살펴보니 전체에 진공포장으로 오그라든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찌보면 살코기보다 껍질의 분해에 더 품이 들어간다고 말할 수 있는 음식이 족발이다. 대신 잘 익히고 잘 식히면 겉은 폭신하고 부드럽지만 가운데에는 약간의 씹는 맛이 남아 있는, 모순된 질감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따뜻한 족발이 대세라는 말도 안되는 현실 속에서도 가끔 이런 껍질을 만날 수 있어서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반면, 이처럼 차가우면서도 관리를 잘못해서 전체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아니, 사실 관리를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겠다. 진공포장으로 쪼그라든 족발은 어쩌면 관리를 너무 잘한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족발이 오래 외기에 노출되면 겉이 마를 수 있으므로 플라스틱 랩으로 싸기도 하는데, 요즘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갔는지 아니면 아예 완제품을 사오는지 진공포장을 시켜 놓는다. 족발에 철벽을 세워 놓으니 안 마르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껍질은 압축되어 딱딱해지는 한편 살코기는 이미 과조리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판매자의 쉬운 관리를 위해 족발, 그리고 소비자가 희생되는 결과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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