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의 맛

그렇다, 나는 한 마리에 8만원짜리 생선을 구이로 먹었다. ‘아니, 생선 한 마리에 8만원이라고?!’라는 반응을 위해 첨언하자면 1. 생선 한 마리는 성인 네 명이 먹을 수 있을 만큼 크다, 2. 생선을 주문하면 밥과 반찬이 딸려 나오니 결국 생선구이 정식을 1인당 2만원에 먹는 셈이다.

그렇게 따지면 돼지갈비 1인분이 대략 1만 5~6천원이니 외식비로 터무니 없다고 할 수 없는데 조리가 아쉬웠다. 반쯤 말린 생선을 브로일러에서 초벌구이하고 연탄불로 옮겨 마저 굽는데 대락 1시간이 걸린다. 반건조 생선이라면 사실 살균 수준으로만 조리해서 먹어도 될 텐데 1시간을 구워대니 결과물에는 촉촉함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랬는데도 살에서 올라오는 감칠맛을 느끼면서 ‘이게 과연 맞는 길일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앞에서는 카메라가 돌아가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그랬다. 나라면 별 다른 간이나 양념을 하지 않고 일단 생선을 찐 다음 맛을 보고 나머지 요소를 더해 먹을 것 같다.

습관의 산물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조리법을 비단 이곳에서만 고수하는 건 아니다. 일전에 통영에서도 크기가 비슷한 도미를 구이로 시켰는데 생물이었음에도 수분이 하나도 안 남을 때까지 구워 내와서 슬퍼했었다. 큰 생선들이 이렇다면 작은 것들은 더 기대를 할 수가 없다. 많은 음식점에서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생선을 구워 내는데 이게 또 바닷것에만 국한되느냐, 그렇다고만 할 수 없는 게 닭을 보면… 돼지는… 또 소는… 그렇다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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