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 우유 2종-덜 구린 것과 부담스러운 것

서울유업의 저지 우유가 마켓 컬리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제품 페이지에 딸린 덧글을 보니 작년 12월부터 팔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맛은… 저지우유는 홀스타인보다 풍성하지만 덜 구리다. 한국에서 우유 품질의 차별화를 시도할 때 강조하는 ‘결국 구려지는 진함’과 확연히 다르다. 구려지는 진한 홀스타인 우유의 경우 뒷맛이 끝도 없이 늘어지기 일쑤인데 저지는 대체로 진하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 끊어준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더 섬세하고, 진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이 저지”밀크”가 그런 맛을 내 주느냐고? 적어도 서울유업의 일반 홀스타인보다는 훨씬 나은데, 기묘하게도 정말 어린 시절 먹었던 유리병 우유의 기억을 떠올렸다. 유리병에 종이 딱지를 올려 밀봉한 구석기 시대의 우유 말이다. 지금까지 먹었던 저지 우유와 비교하면 ‘음 서울우유 같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건 그냥 멘탈의 문제인지 아니면 소의 방목 환경 등의 여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1리터에 6,900원으로 일단 쌀 수가 없는데다가 ‘영국 왕실에서 선택한 우유’라는 병의 홍보 문구를 읽고 있노라면 ‘아니 영국 귀족님들이 드시는 우유를 왜 동양의 평민이…?’라며 묘한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데, 매일유업의 저온 살균 우유가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확실히 일상의 우유로 편입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배달 제품으로 내놓는다면 먹을 용의가 있다.

저지 우유가 대체 무엇이 다른가 궁금하다면 수입된 멸균 제품을 마셔보는 것도 좋겠다. 다만 멸균 우유이므로 마실 때 보정이 좀 필요하다. 우유를 멸균하면 익은 맛이 또렷하게 나서 거의 다른 음료수의 영역에 발을 걸치려 든다고 보는데, 이 우유는 그런 변화가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평범하지 않은 걸 평범하게 만들려다가 이도저도 안되고 상처를 받은 느낌이랄까? 멸균 공정으로 인해 대체로 납작해지는 우유의 특성이 상당 부분 남아서 저항하고 있는데 평소에 우유의 맛에 불편함을 느꼈던 이라면 꽤 부담스럽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우유의 현실을 감안하면 소비자의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서 의미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일상의 우유로 삼아야 할지는 역시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