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벅스 ‘콜드브루 라임’과 설눈의 냉면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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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설눈의 냉면에 식초를 쳐 먹었다. 한국 음식점의 식초라는 게 무슨 맛인지 알기에 차마 면에 뿌려 먹을 수는 없었고 (오늘도 이것이 ‘정통 평양식’이라고 따라하고 계신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국물에 더해 보았다. 혹시 이 한없이 무맛에 가까운 국물이 식초를 더하면 표정이 좀 생길까? 생기기는 생겼으나 유쾌한 종류는 아니었다. 맛없는 국물과 맛없는 식초가 만나면 다른 맛없는 국물이 될 뿐, 표정 뿐만 아니라 ‘바디’도 없는 국물에 싸구려 식초를 더하면 밍밍한데 끝에서는 불쾌한 신맛이 나는, 원래 국물보다도 못한 무엇인가가 되어 버린다. 잘라 줄 대상이 없는 신맛이 어리둥절해서 ‘나 왜 불렀어?’라고 묻는 상황이랄까.

그런 가운데 이 신기한 국물맛에 기시감을 느껴,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니 바로 그 전 주에도 불행하게도 비슷한 음료를 마신 것이었다. 바로 후쿠오카 스타벅스의 ‘콜드 브루 라임’이었다. 이름이 말해주는 조합만 놓고 보면 사실 이상할 이유가 거의 없다. 시트러스의 맛과 향을 지닌 커피가 있으니 거기에 라임의 맛과 향을 묶어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커피도 라임도 둘 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어서 만나니 역시 괴식이 되어 버렸다.

일단 커피는 밍밍한 가운데 일본+스타벅스의 시너지를 내는 쓴맛이 두드러지고 여기에 상큼하지 않고 뭉툭한 향의 라임이 역시 쓴맛을 눈치 없이 디민다. 말하자면 재미 없는 친구가 여는 재미 없는 파티에 눈치 없는 친구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가서 혼자 술 취해서 지랄발광하며 춤추는 느낌이랄까. 다행히 재미 없는 친구가 연다고 해서 많이 찾아오지는 않았으니 공간이 남아 눈치 없는 친구의 지랄 발광에도 술이 쏟아지거나 잔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바라보기에는 괴로운 형국, 그것이 바로 일본 스타벅스의 콜드브루 라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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