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베리 베리 스트로베리-딸기 뷔페의 긍정과 부정 사이

최근 한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물어보았다. 올해 딸기가 유난히 맛있다는 느낌인데 어떠시냐고. 그도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렇다면 딸기뷔페에 한 번 가봐도 되겠군, 생각이 들어 아차산에 올랐다. 길어질 수록 재미 없을 것이므로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일단 좋았던 점부터. 생딸기로 ‘떡칠’하는 경향이 적었으며 짠맛 중심의 끼니 음식도 적당히 있어 인간의 생리적인 경향에 맞춰 짠 음식에서 단 음식으로 넘어가며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제 나빴던 점.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쌀국수였다. 딸기쌀국수 같은 걸 기대했으나 그냥 평범한 음식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가운데서도 핵심이 되어야 할 디저트는 썩 맛있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디저트에서 가장 나빴던 것은 핵심에서도 중심이어 할 케이크류였다. 지나치게 안일하달까. 어떤 디저트에든 ‘생딸기면 올리면 된다’는 멘탈리티는 기본일 수 밖에 없으므로 그런가보다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 나머지, 즉 케이크와 크림이 너무 맛없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다면 케이크는 색깔만 다를 뿐 같은 맛이 났고, 속을 채운 크림은 식물성 지방 특유의 혀와 입천장을 감싸는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딸기가 없어도 괜찮으니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마음로 갔는데 슬펐다.

생딸기를 얹은 케이크류가 맛이 없고 쌀국수를 비롯한 짠맛 위주의 음식이 그럭저럭 먹을만 하고, 또 딸기가 딱히 보이지 않는 디저트도 그냥 먹자면 먹을 수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결국 생딸기를 어떻게든 눈에 보이게 꼽사리 끼워 넣으려는 디저트가 가장 별로였다는 의미인데… 이제 한국의 딸기뷔페 세계도 이 점을 인정하고 한데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대책회의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늘 말하지만 디저트는 인위적인 가공의 세계이다. 따라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딸기 생과일을 그냥 욱여 넣는 디저트는 맛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정 그렇게 딸기를 딸기딸기하게 딸기하고 싶다면 사진의 조형물 같은 것보다 퐁당과 딸기 케이크 및 크림을 이용해 커다란 딸기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어 뷔페의 중심으로 삼으면 된다. 그 정도면 디저트의 세계에서 엄청나게 고난이도도 아닌데… 호텔의 디저트 인력이 그 정도를 못할 리가 없지 않을까?

한편 생과일을 활용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요즘은 딸기를 품종 별로 파는 경향도 많이 흔해졌으니 호텔 같은 곳에서 식재료 한 가지로 뷔페를 열어 1인당 68,000원을 받는다면 품종별 딸기 시식 같은 것도 가능해야 마땅하다. 아니면 똑같은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고 퇴장하는 이용자에게 선물로 딸기 패키지 같은 걸 줄 수도 있다. 종류 별로 다른 딸기도 좋고, 호텔에서 구할 수 있는 것 가운데 최고 품질의 딸기를 한두 개라도 포장해서 들려 보낼 수 있다.

이제 나도 십 년 동안 많이 보정되어 웬만한 경우에는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간다. 맛이 없어도 좋고 다 좋은데 들이는 돈도 그렇고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만 하는 출처에서 안일한 결과물을 내놓을 때엔 여전히 실망하고 낙담한다. 이제 호텔 딸기 뷔페 같은 데서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나의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식의 세계에 존재하는, 우주의 별처럼 많고 많은 가능성 가운데 우리는 정말 일부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만 거듭해 쓰고 있다. 그것이 시대와 환경에 맞는지 아닌지도 한 번쯤 검토해보지 않고서. 치르는 돈에 그런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면 얼마나 더 써야만 할까?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한국의 식문화 당면과제’와 ‘한국 호텔 레스토랑의 현실’, 그리고 ‘한국 호텔 디저트의 완성도’의 세 겹 필터로 보장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사족: 호텔 로비에서 벌어지는 뷔페답게 피아노 연주가 등장했으나 공간의 음향이 좋을 수가 없는 상태에 사람이 내는 소리가 커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슬픈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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