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호계식-닭 ‘온반’의 가능성

IMG_2908사실은 좀 두려웠다. 혹시 옥동식과 관련 있는 건 아닐까? 상호에서 왠지 그런 느낌이 조금 풍겼다. 요즘도 잊을만하면 몇몇 형들의 블로그에서 링크를 타고 넘어오는 분들이 계시다. 10개월하고도 열흘쯤 지난 것 같은데 제발 이제 좀 ‘렛잇고 옥동식’ 할 수 없을까?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니 제가 셰프님을 아는데’로 운을 띄우는 ‘쉴드’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셰프를 아는데 어쩌라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지? 하여간, 그런 불운한 역사 때문에 1. 혹 이곳이 옥동식과 관계라도 있고 2. 그래서 찾아갔다가 쫓겨나기라도 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살짝 했다.

각설하고, 고명의 일종인 닭껍질 튀김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이것만으로 안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달까. 사소하다면 또 그렇겠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을 생각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이 맛이 없다. 말하자면 큰 그림도 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것들로 주의를 끌 만큼의 세심함 같은 것도 없다. 닭껍질과 더불어 배추가 건더기로서 단조로움을 덜어내고 질감의 대조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수비드로 익힌 계란이 중심을 잡는다… 일단 컨셉트로는 참 흥미로운데 실행이 다소 아쉬워 만족감도 떨어졌다.

1. 국물

묽고 켜도 없다. 닭국물이라고 반드시 이렇게 나오는 건 아니니 의도적인 설정일 텐데, 가장 아쉽다. 한식 국물이 반드시 맑아야 할 이유도 없고, 또한 맑다고해서 반드시 묽을 필요는 없다. 이곳에 다시 가지 않는다면 국물 때문일 것이다.

2. 간

묽고 감칠맛이 떨어지는데 간도 적극적이지 않다. 물론 반찬으로 간을 맞추는 설정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닭무침이 딸려 나오는데, 김과 배춧잎, 부추 등이 주도권을 잡는 이 무침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묽은 국물과 짝을 지어 놓으면 상대를 너무 억누른다.

3. 반찬

닭무침과 함께 김치가 딸려 나오는데, 아예 없어도 좋아 보였다. 사온 것 같은데 완성도가 무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물러서 나머지 음식과의 질감 조화도 나빴다. 굳이 김치를 만들어 올려 놓으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이 맥락에서는 완전히 빠져도 무관해 보인다. 다만 김치가 불어 넣는 신맛이 의미가 있으니, 차라리 닭무침에서 고춧가루와 식초의 매운맛과 신맛을 완전히 덜어내고 다른 신맛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편이 더 깔끔하지 않을까.

4. 배추

배추의 얇은 윗쪽 잎은 무침에, 아삭한 아랫쪽 잎은 국물에 넣는 설정은 좋다. 다만 후자의 경우 조리가 안 된 상태에서 아주 뜨겁지 않은 국물에 개입하므로 질감의 측면에서 다소 겉돈다. 지나치게 생것을 씹는 듯한 기분이라는 말이다. 베트남 쌀국수의 숙주를 생각해보자. 아예 삶은 걸 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국물에 적당히 숨이 죽어 면과 국물에 더 잘 묻어난다.

IMG_29075. 닭다리

‘특 (10,500원, 보통은 8,500원)’에 닭다리가 한 짝 딸려 나오는 설정이 왠지 좀 귀여운데, 현재의 상태보다 좀 더 익어야 한다고 본다. 모양을 잃지 않기 위한 목적이라면 모를까, 살이 좀 더 편하게 뼈에서 딸려 나오면 좋겠다. 국물과 닭다리의 익은 정도에 상관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먹고 나오면서 물어보니 옥동식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그럼 다음 번에 또 찾아갈 수 있…기는 한데 다소 밋밋한 국물이 과연 달라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국물 음식이라면 핵심이 국물일텐데, 이런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건 철저한 의도의 산물이며, 따라서 실행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나치게 강한 맛의 무침이나 김치와 멀겋다고도 할 수 있는 국물 사이의 간극. 비단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접할 때마다 신기하다. 각각 다른 맛이 중심이니 전혀 다른 각각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은 짠맛이, 다른 음식은 단맛이 중심일 수 있지만 그맛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각 시스템의 부피는 비슷해지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각각 의도적으로 억누르거나 부풀린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5 Comments

  • Chelsea says:

    평범한 닭곰탕, 백숙류와 뭐 다른 게 있나? 싶었는데 구성을 보니 한번 들러보고 싶긴 해요.
    기본적으로 국밥류는 두터운 국물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이 좀 아쉽네요.
    배추 밑동도 가볍게 데쳐서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쌀국수 얘기를 하자면, 저도 너무 아삭한 생숙주가 씹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요.

  • CHU says:

    이정도면 호평으로 들리네요

  • Khai says:

    나름 나쁘지 않았던 분식집이 없어지고 생긴 집이라 호기심은 갔었는데 아쉬움도 발전 가능성도 있는 집이군요 온반보다는 닭무침 단춤 유무가 아쉬웠는데 한번 들러 봐야 겠군요 늘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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