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본사의 ‘체바’ 치즈케이크와 모든 것의 다운그레이드
올해는 목표를 하나 세웠다. 맛없는 음식은 끝까지 먹지 말자. 여태껏 그러지 않았다. 그릇에 담겼든 포장 단위든 완결된 형식으로 나오는 음식을 끝까지 다 먹어야 포만감까지 포함해 먹는 경험에 대해 알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프리카에서는 애들이 밥을 굶는다는데’의 만트라에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노출된 탓도 있다(미국의 또래들은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애들이 밥을 굶는다는데’라고 말했다고…).
하여간 올해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처음 시험에 들게 한 음식이 바로 CJ 본사(정식 명칭은 ‘CJ 제일제당 센터’)의 뚜레주르에서 먹은 ‘체바(체리 바닐라-점원이 그렇게 줄여 부르는 걸 들었다)’ 치즈케이크였다. 마침 근처에서 업무가 있었고 시간이 남은 데다가 케이크가 몹시 먹고 싶은 상태였으므로 진열장을 들여다 보았는데… 먹고 싶은 게 없었다. 딱 봐도 ‘우리는 사실 맛 같은 건 목표로 삼지 않는다구’라는 메시지가 너무 강한 가운데 ‘그렇다면 최대한 단순한 걸 먹자’라는 생각에 저 치즈 케이크를 골랐다.
그리고 받은 게 플라스틱 포크. 참고로 케이크는 7,000원이었다. 설거지나 관리가 귀찮다면 아예 접시도 일회용을 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즈케이크의 기술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닌데 이런 가격을 받는다면 최소한 금속 포크 정도는 내야 하지 않닐까? 형편 없는 포크는 비단 격 뿐만 아니라 실제 먹는 경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치즈케이크가 소위 ‘꾸덕꾸덕’하므로 잘 잘리지 않는데, 그렇다고 나이프를 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준다면 플라스틱일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대체로 케이크가 부드러움의 미덕을 실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결국 이런 수준의 포크는 이곳에서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 케이크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케이크의 몸통은 참을 수 있었다. 꾸덕꾸덕한 것에 비해서는 풍성함이 썩 두드러지지 않아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다소 의심스러웠지만 적어도 먹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올린 콩포트는 보는 순간 설마 싶었지만 입에 넣으니 절로 웃음이 나오는 양태였다. 뭐가 불만인가. 일단 이건 콩포트라고 보기 어렵다. 구글에 ‘compote’를 검색해보자. 많고많은 이미지가 나오는데 거의 대부분이 비슷한 양태를 지니고 있다. 국물이 좀 자작한 가운데 덩어리가 다소 살아 있는 과일 조림이다. 그에 비해 이것은 그저 덩어리에 가깝다.
그것이 과연 이 치즈케이크를 더 잘 먹는데 영향을 미치는 걸까? 당연히 그렇다. 막대한 양의 크림치즈와 결착제인 계란을 써 만든 치즈케이크는 무겁고 끈끈할 수 있다. 이런 질감에 콩포트는 일종의 소스 역할을 맡는다. 뻑뻑함도 덜어주고 다른 차원의 맛도 가세한다. 그래서 한 조각의 치즈케이를 좀 더 맛있게 만들어 준다. 여기 올라온 콩포트 아닌 콩포트는 그런 역할을 전혀 못한다. 뻑뻑한 케이크에 체리의 살짝 질긴 껍질이 가세하면 오히려 질감은 더 나빠진다.
물론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다. 콩포트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드나?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이제 10년 가까이 이런 음식을 먹고 나니 요즘은 그렇게 웃고 넘기지 못하겠다. 의도가 아예 없었다면, 생각이 없어서 이렇게 만들고 있다면 그냥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이제 이 모든 것에는 아주 철저한 의도가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먹는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상품으로서의 음식 생산이나 유통, 보관 등의 편의 추구 말이다.
생각해보자. 정말 치즈케이크의 무거움과 뻑뻑함을 덜어줄 콩포트를 만들었다. 일단 흐를 것이므로 케이크 위에 보기 좋게 올려 진열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사진의 덩어리처럼 조형미를 추구할 수도 없다. 수분으로 인한 케이크 질감의 열화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콩포트를 따로 보관했다가 주문에 맞춰 케이크 위에 일정량을 끼얹어 주면 되지 않을까? 물론 된다. 그리고 정말 구매자가 케이크를 케이크 답게 먹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다만 추가 노동이나 저장 공간 등을 마련해야 한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케이크는 당신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아니, 배려라는 말은 어째 공짜로 베풀어 달라는 뉘앙스가 풍기니 집어 치우자. 이런 케이크는 기본적으로 당신이 낸 돈 만큼의 가치에 조금이라도 장단을 맞추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문제는 당신도 이제는 이런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소비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어쨌든 소비를 통해 욕구를 해소하고 싶으니 있는 것에 손을 뻗는다. 그렇게 두 욕구가 맞물려 모든 것이 ‘다운그레이드’ 된다. 난 한국의 ‘천만영화’ 신화를 볼 때마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정말 원해서 보는 게 아니다. 있으니까 본다. 음식이라고 다를까.
음식에서 ‘A는 B다’라고 규정하는 작업에 반감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 마치 이러한 규정 작업이 존재하지도 않는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 믿는 걸까? 그런데 규정 작업의 대상은 일종의 문법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논리와 이유가 배어 있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다양성의 확보 및 배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논리와 이유 말이다. 하다못해 이 사소하디 사소한 콩포트 따위도 소스로 다른 디저트를 거들기 위해 현재의 양태를 띄는 방향으로 조리된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 대해 생각하는 음식을 찾아보기가 어려우니까 계속해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7,000원짜리 케이크를 먹어도 자르는데 쓰기조차 어려운 플라스틱 포크를 내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자극적인 글쓰기로 관심을 끌려는 광대처럼 느껴지는 건 뭘까요?
뚜레쥬르를 한국 대표베이커리인 양…공장표 프랜차이즈 식품을 너무 과한 격을 씌워놓고 한국 어쩌고…
자극적인 단어선택으로 읽는 이를 흥분하게 만들 의도였다면 80점 정도로 성공했다고 해두고 싶네요.
100점 주세요 ㅠㅠ
절대평가라 곤란합니다. 죄송…
빠들 좀 있으시니 모자란 점수는 거기서 채우심이….
컴포트를 먹어본적 없으니 컴포트를 못만드는건 특1급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냉동 중국산 농어를 브란지노라고 파는 마당에 무슨ㅋㅋㅋㅋ
콤포트를 콤포트로 올릴수 없는 이유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1) 디저트의 단맛에 대해 심히 부정적인 입맛과 2) 보기에 (정확히 말하면 인스타용 사진으로 올리기에) 예쁜 디저트에 환호하는 성향이 한 역할을 차지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국물이 자작한 과일조림을 끼얹는다면 필히 ‘너무 달다’는 비평에 직면할 것이고, (그 비싼) 체리 알갱이의 온전한 형태가 안 보인다면 사진찍기에 과히 예뻐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너무 구구절절 맞는말을 적절하게 표현해주셔서 속이 시원하네요. 이런 글이 불만만 느끼는 분들이 이해가 잘 안가네요…
브랜드 상품에 부여한 굉장한 의미(기대)
뭔가 생활의 (시간적) 여유가 느껴집니다
불특정 대중을 겨냥한 대기업의 브랜드 상품은 이런 비판이 더욱 필요하죠. 당신같은 생각이라면 업계에 발전은 없습니다. 결국 기업 배만불려주는 노예가 되고싶으세요? 무식한 댓글인거 아셨으면 자삭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