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동네 라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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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글을 올린 동네 라멘집에 비하면 이곳은 좀 더 현대적이면서도 정돈되고 차분한 분위기다. 10석쯤 딸린 ‘다찌’가 전부다. 메뉴도 아주 간단해서 기본 라멘(7,000원)과 1,000원에 양념이 딸려 나오는 매운 라멘이 전부다. 고명의 추가도 없고 교자에 생맥주, 사케 정도가 끝이다. 면의 삶기도 선택할 수 없다.  (아래 ‘NOTE’ 참조) 애초에 철저하게 1인 운영을 염두에 둔 것인가 짐작하게 되는 설정이다.

아주 깔끔한 주방이나 두 대의 냉장고에 달아 놓은 온도계에서 세심함의 가능성을 엿보는 가운데, 라멘은 한편 흡족하고 한편 아쉽다. 저온으로 조리해 부드러운 차슈를 필두로 맛의 지향점을 일정 수준 이해할 수 있는 가운데, 1인 운영이 원하는 만큼의 세심함을 좇을 수 없다는 현실을 다소 분명하게 보여준다.

IMG_1393 특히 아쉬운 요소는 부분의 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온도다. 라멘이나 냉면 같은 국물+면 음식의 온도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여러번 언급한 바 있는데, 무엇보다 핵심 열원-이 경우는 당연히 국물-이 전체를 아우를 때 다른 요소가 두드러지게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조율을 잘 해야 맛을 잃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기름기가 많은 국물의 온도가 낮아진다거나, 계란 등이 지나치게 차갑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경우가 부정적인 영향이다.

주문+설거지 정도의 인력만 있어도 섬세함이 좀 더 살아나지 않을까. 다른 동네 라멘집의 이후 방문에서 라멘 자체보다 곁들이 음식의 떨어지는 완성도에 실망한지라 이런 설정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물리적인 역량이 달릴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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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2월 27일 점심에 재방문했는데 1. 위에서 언급한 별도의 직원이 존재했으며 2. 고명이나 면 추가가 가능했다. 내가 잘못 보았던 것(위의 사진 참조). 이 글에서 언급한 아쉬움이 좀 더 상쇄된 라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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