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음식점 ‘버프’의 사례-라멘과 우동집

IMG_0932집에서 10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각각 라멘집과 우동집이 생겼다. 이쯤되면 동네 ‘버프’를 줄 수 있다. 너무 가까우니 웬만한 수준이라면 그럭저럭 먹을 수 있으며 심지어 재방문도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이 경우 어쩌면 실행보다는 개념 차원의 맛에 더 의미를 줄 수 있다.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도 좋으니 맛이 각각의 음식에 기대할 수 있는 좌표 및 오차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는 말이다.

라멘과 우동 양쪽 모두 일정 수준 그런 가운데, 끼니 해결처로서의 가능성은 라멘집 쪽이 더 높아 보인다. 일본의 그것을 닮은, 혹은 닮고 싶어하는 라멘이 7,000원부터 시작인데 개념과 실행 양쪽 측면에서 심하게 떨어져 다시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들지 않았다. 가라아게 등의, 포만감도 적당히 채워줄 수 있는 곁들이 메뉴도 적절하다. 계란과 차슈는 둘 다 그다지 좋지 않지만, 바로 이럴때 동네의 ‘버프’가 간극을 그럭저럭 메워준다.

계란은 딱히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국물에 담겨서도 좀 차갑고,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흰자의 살점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그래도 이만하면 대세에는 지장 없다. 다만 차슈는 대세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기름기 없는 부위로 만들었으면 최대한 얇게 저며야 되는데 그렇지 않아서 딱딱하다.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나, 먹는 이가 싫어할까봐 그런 것 같은데 심지어 0.5cm 정도의 두께에서도 딱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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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동집은 ‘버프’를 생각하고 두 번째 찾아간 자리에서 바로 ‘너프’되는 아픔을 겪었다. 무엇보다 메뉴가 다양하지도 않은 가운데 한 끼의 완결성을 일정 수준 지니기에 역부족이다. 면을 어떻게든 메울 수 있는 부카케를 제외하면 나머지 메뉴는 끼니보다 간식에 가까운 양인데, 부재료가 딱히 도와주는 상황도 아니다. 곁들이 메뉴도 마찬가지다. 점심엔 어디에선가 사온다고 하는 꼬마김밥을, 저녁에는 새우튀김을 내는데 둘 다 맛이나 포만감 어느 측면에서도 제 역할을 딱히 못한다.

이런 상황에는 가격의 제한이 한 몫 하는 듯 보인다. 우동 한 그릇에 4,500~5,000원이다. 동네 장사라고는 하지만 직접 뽑는 면을 그 가격에 팔아도 될까? 설사 맛이 괜찮더라도 모든 메뉴가 굉장히 어중간한 지점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저녁에는 술장사를 염두에 두었는지 맥주 두 종류-아사히와 국산 맥주 한 가지였는데 하여간 둘 다 희망이 없다- 등을 갖췄으나 실제로 안주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작은 새우튀김 뿐이다. 우동국물에 소주? 그쯤 되면 사실 동네든 아니든 도움이 되는 손님은 아닐테니 가능성을 접어 두는 게 좋다고 본다.

한편 맛은 그대로 두고 보면 꽤 멀쩡하지만 두려움이 배어 나온다는 느낌이다. 쑥갓이나 묻지도 않고 무조건 더해 나오는 고춧가루, 오뎅 우동의 국물에 더한다는 청양고추 등은 직접 면을 뽑는 이 가게의 정체성에 큰 보탬이 되어 보이지 않는다. ‘우동’이 한국 음식인가? 만약 한국식 우동이 존재한다면 면을 뽑는가? 이 두 가지만 생각해 봐도 이 우동이 고민 끝에 바람직하지 않은 지점을 찍고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 밖에 없어진다. 게다가 그런 면이 5,000원이라면? 연습을 한 뒤 큰 상권으로 진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너무 힘들이는 건 아닐까. (이 밖에 운영 등의 측면에서 재방문을 막을 만큼의 아쉬운 점을 느꼈으나 쓰기 귀찮으니 생략하겠다.)

반찬 백만 가지가 딸려 나오는 밥집 등등 밖에 없는 동네에서 저녁 메뉴의 다양화에 공헌할 수 있는 음식이라면 웬만하면 좋다. 엄청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 일상의 음식이란 결국 그런 게 아니겠는가. 지리적인 이점 등의 ‘버프’를 받고도  적당한 끼니의 역할을 못하는 음식이라면 어느 측면에서 그런지 뜯어 보는 작업도 필요하다. 각각 놓고 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우연히 두 군데가 비슷한 시기에 생겨서 한번에 들여다보니 나름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2 Comments

  • R says: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 시오가 생각외로 맛있더라구요. 라멘가게가 기라성같이 많은 홍대/합정 라인에서라면 안통했을거 같긴 한데…서울 서남부가 워낙 이런게 없으니; 저도 집에서 털레털레 걸어가서 이정도 라면을 먹을수 있다면 삶의 질이 2g쯤은 올라갈거 같은데 저희동네 사정으로는 요원해 보이네요.

  • 동네주민 says:

    우동집은 포장마차 우동을 컨셉으로 한다고 하더라구요. 면도 기계로 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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