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커피

IMG_8657짧게 쓰자. 참고로 나는 19대 대통령의 지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커피컵을 하나씩 들고 걷는 사진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 광경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인간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굳이 인간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정치인이 대통령인 상황에서 살았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장면의 울림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슬퍼지기 직전에 생각을 멈추었다. 앞으로 또 어떤 국면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고 낙관도 어렵지만 적어도 4년, 길게는 9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불행했다. 물론 나도 일원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대통령이 일회용 컵으로 커피를 마신다고 비난했다. 다회용 용기에 담은 전통차라도 마셔야 모범이라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과연 다회용 용기가 언제나 환경친화적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단순하고 비좁게 전통의 선을 그으려는 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외국의 음료라고 하기에 커피는 너무 익숙하다. 냉동 건조 커피까지 따지면 몇 십년이고 비단 한국만 이런 상황도 아니다. 1960년대의 ‘고지라’ 시리즈를 보면 사이폰이 끓어 오르는 카페에서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에 비하면 이제서야 스페셜티 커피 이야기를 하는 우리는 늦은 셈이다.

상품가치가 있는 작물이 국내 생산되지 않지만 커피는 비단 생산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되려 생산국과 거리가 먼 곳에서 맛이 완성된다. 늘 말하지만 생산지는 농장이지만 커피의 맛이 완성되는 곳은 대개 도시다. 밤이 긴 북유럽 같은 곳 말이다. 카페인도 카페인이지만 맛과 향이 지역과 문화를 초월하는 호소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전통의 영역을 굳이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전통인 것에만 열어줄 필요가 있을까? 비록 커피가 한국의 고유 작물이 아니라고 해도 즐겨 마시게 된다면 전통차와 편가르기를 할 게 아니라, 커피의 한국적인 전통을 찾는 편이 차라리 음식 문화의 다양화에 도움되지 않을까?

앞에서 언급했듯 커피의 맛은 생산지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생두를 굽는 지역과 설비, 사람 등등에 의해 원두에 최종적인 맛이 밴다. 게다가 커피는 그나마 유행을 타면서 가장 많이 나아진 분야다. 한국 커피의 전통 같은 개념은 충분히 존재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렇게 원시적인 이분법이 *원래* 전통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발전 모두를 막을 수 있음을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자에겐 경쟁력을 갖춰주지 못하고, 후자에겐 있던 경쟁력을 빼앗아 간다. 이런 사안이 유독 헛갈린다면 다음의 사실을 상기하면 된다. 한국은 서양에서 개발한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개발 및 생산해 수출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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