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La Land-마음 속에 품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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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 생각 없이 봤다. 좋아하는 두 배우-엠마 스톤은 데뷔 초창기부터 좋아했다-가 출연하고, 제목을 보아 로스앤젤리스 이야기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 그래서 볼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위플래시> 감독의 후속작인 줄도 몰랐다. 심지어 뮤지컬이 가미된 줄도 몰랐을 것이다. 어쨌든 주인 마음대로 운영한다는 어딘가를 취재 나섰다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허탕치고 앱을 뒤져보니 바로 앞의 극장에서 10분 내 상영이라 보게 되었다.

‘엘에이’는 아주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게 10년도 더 지났을 것이다. 산타모니카의 어느 모텔에서 소공동 순두부에 전화를 걸어 영업 시간을 물었다가 ‘저희 24시간인데요’라는 답을 듣고 놀라서 끊었던 기억이 난다. 모노 레일을 타고 게티 센터-정말 추악하지 않은가-에도 올라갔다. 교차로에 일괄 적용하는 비보호 좌회전-파란 불에 두 대, 노란 불에 한 대였던가-은 잠깐이라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누군가를 굳이 만날 일이 생겨서 오렌지 카운티까지 꾸역꾸역 갔다가 금방 해가 지는 바람에 칠흑같이 어두운 하이웨이 1을 타고 이대로 죽는 것 아닌가 두려움에 벌벌 떨기도 했다. 그러니까 계절이 겨울이었는데, 이 영화의 시작에서 보여주듯 엘에이의 겨울은 추운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그저 조금 아스라하달까. 물론 비교할 수 있는 여름에 가보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다. 하여간 왠지 그런 감정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그러면서 많은 곳을 건드린다.

감상을 조목조목 늘어 놓을 정신은 아니어서 결론만 이야기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품어 놓고 싶은 영화였다. 여러 번 보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한 번 보았더라도 그 기억을 언제나 잊지 않고 한 구석에 잘 보관해 놓았다가, 위로든 위안이든 받고 싶을 때 한두 장면 쯤 꺼내어 기억 속에서 돌려 보고 싶은 영화라는 말이다. 이것은 영화를 좋거나 감동적인 것으로 분류하는 것과 조금 다른 상황이다. 좋더라도 굳이 계속 기억할 필요를 못 느끼는 영화도 있고, 엄청나게 좋지 않았더라도 계속 기억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물론 영화는 좋기도 좋았고 그래서 기억하고 싶다. 다만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에 내가 처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좋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없는 것처럼 여기고 살았던 많은 기억을 이 영화가 건드렸다. 다시 살 수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삶이라고 해도 좋다. 두 시간이 넘어가므로 중간중간 조금씩 지루해지는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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