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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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 바대로 리뷰 두 번째 편을 올린다. 이전 글을 못 읽은 분이라면  1편을 참고하시면 된다. 더 간단하게 쓴 영어 리뷰도 있다.

4. 리스트에서 빠진 두 군데

미쉐린 가이드의 선택에 딱히 의심을 품고 싶지는 않지만, 두 군데가 빠진 건 다소 회의적이다. 첫 번째는 레스쁘아다. 그만하면 완성도 높은 음식을 꾸준히 오랫동안 냈다고 생각하는지라 심지어 빕 구르망 리스트(물론 가이드에 의하면면 ‘35,000원 이하’로 기준을 잡아 놓았으니 감안은 해야 한다)에서조차 빠졌다는 사실엔, 글쎄. 물론 예전 글에서 레스쁘아의 평가가 일종의 리트머스지일 거라 예측은 했지만 별을 겨냥한 것이었다. 너무 프렌치여서, 또는 셰프가 앞 글에서 언급한 양식 셰프 3인방보다 젊어서 그런 걸까?

또 다른 음식점은 우래옥이다. 한편 서비스가 문제였을까 생각해보지만 봉피양 본점은 물론 정인면옥이나 필동면옥 등이 빕 구르망을 받은 걸 보면, 동의 또는 찬반의 문제를 떠나 내가 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조사관이 보았을까 궁금해진다. 레스쁘아야 그렇다 쳐도, 솔직히 이쪽은 의구심이 무럭무럭 피어오르지는 않는다.

5. 가이드 

그래서 발매와 동시에 가이드를 받아서 죽 넘겨 보았다. 일단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점은 가격(20,000원)에 못 미치는 책 자체의 완성도다. 한마디로 조악하다. 물론 가이드북이라면 콘텐츠 자체가 더 중요하겠지만 채 250쪽이 못 되는, 종이는 물론 인쇄 상태 등등도 그다지 좋지 않은 책을 굳이 이 가격에 팔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등의 광고도 종종 등장하는데 정녕 이만큼 받아야 하는가.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1,000쪽 짜리 유럽 가이드가 (비록 할인가지만) 19.99달러다. 인쇄상태와 별개로 사진 또한 조악하다.

한편 가장 궁금했던 건 소개 문구였다. 과연 한국 레스토랑을 영어로 어떻게 소개할지 궁금했다. 한국어와 한 면에 동시에 실려 있는데, 온도차가 다소 크다고 느꼈다. 한국어로는 감성에 바탕한 과장이 조금 깃든, 전형적인 한국 매체 분위기지만 영어로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과연 이 일종의 괴리가 기획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다. 말하자면 한국어로는 찬사, 영어로는 정보 위주다.

6. 가이드를 둘러싼 논란

그래서 가이드를 한 번 죽 넘겨 보면 ‘아, 이게 외부인의 시각으로 보는 서울(또는 한국) 음식문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서울에 오면 이런 걸 먹어라’라는 일종의 선별된 제안일텐데 별 리스트만 보았을 때와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반적인 열악함 가운데 이 정도 뽑았으면 그럭저럭 먹을 수는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나는 언제나 소수 아니었던가. 예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공교롭게도 “적폐의 절정”에서 출범했는데, 전반적으로 웃긴 기사들이 가이드 보는 통상적 시각을 말해준다. 일단 가격 논쟁이 그렇다. 돈이 아까운 경우는 물론 너무 많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파인 다이닝은 비싸지 않다. 되려 너무 비싸지 않아서 노동 착취 등 부작용을 심화시킨다고 볼 정도다.

별 셋 받은 라연이 20만원 대인데, 대개 미쉐린 별 세 개 레스토랑은 300달러대에서 시작한다. 와인 짝짓기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나마 싸게 먹을 수 있지만 아니라면(코스 자체가 너무 길다면 각 음식마다 와인을 짝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최소한 100%의 술값과 그 둘의 합에 최소 20%에 달하는 팁까지 계산에 미리 넣어야 한다. 입이 닳도록 말하지만 술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체로 욕을 먹으며 팁은 존재하지 않는 게 한국 파인 다이닝의 칙칙한 현실이다. 그럼 그냥 음식값만 20만원대로 덜렁 내고 미슐랭 별 세 개 짜리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 아닌가? 비싼 음식이 돈 값 못함을 따지는 일과 음식 자체가 비싸다고 따지는 일은 별개다. 전자는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후자는 특히 매체에서 제기하는 문제라면 선정적이며 무지하다. 가격에 대해 불만 품기야 각자의 자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음식 문화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니다. 맞다, 난 입이 아프다. 

두 번째는 공정성 문제다. 1편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미쉐린이 딱히 더 공정한 과정을 거쳤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예상했지만 별을 못 받았거나 수록조차 안 된 레스토랑이나 그 ‘패트론’이라면 불만을 품을 수 있다고 본다.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적폐의 절정”인 작금의 현실에서 과연 이 가이드의 출범 과정 어디에선가 영향은 받지 않았을까 의심을 완전히 떨쳐버리기도 굉장히 어렵다. 애초에 음식 바닥 사람들과 왕래가 거의 없다시피한 나조차 서로 다른 두 경로에서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그걸 확인하는 건 내 일이 아니고 그럴 능력도 생각도 없다. 다만 몇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누가 어떻게 선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가이드는 한국에서 만든 것보다는 낫다. 기본으로 공정하지 않을 뿐더러 선택조차 형편 없는 게 국산 가이드북의 현주소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미쉐린이 공정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면 비교대상 및 정도까지 도마에 올리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서 공정함을 미덕으로 삼는 가이드가 한국에 존재하는가? 한국만의 가이드를 자꾸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편 이런 가운데 ‘광주요 운영 레스토랑이 로비했다’라는 주장(또는 어림 짐작 speculation, 그의 말을 빌자면)을 펼치는 1세계인이 계셔서 웃었다. 광주요가 뭘 했는지 솔직히 관심 없고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또한 광주요 계열 음식에 별로 관심도 없다. 그보다 이런 수준으로 못 생긴 햄버거를 파시는(또는 관여하시는) 분이 ‘그저 예쁘게만 만든 음식’이라고 비난하시면 곤란하다. 햄버거 하나도 예쁘게 못 만드는 자신을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2.5세계에서 1세계인이 받는 특혜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으면 난처하다.

7. ‘한국적인 기준’의 문제

그래서 가장 큰 문제라고 여기는 건 돌고 돌아 ‘한국적인 기준’이다. ‘외국의 기준으로 뽑았다’는 말은 참으로 쉽게 할 수 있다. 그럼 대체 한국적인 기준이라는 건 정체가 뭔가. 한국에 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게 존재는 하나? 그렇다면 왜 기준 제시와 더불어 음식을 평가하면 ‘입맛은 주관적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결론을 내리려 들까. 미쉐린이든 뭐든 외국의 선정 주체가 싫다면 ‘한국의 기준이 존재하는데’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기준 자체를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런 게 존재하는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근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글로 정리된 수준이라도 좋다. 나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한국엔 ‘한국 것이니 좋다’라는 한국 내부의 논리 밖에 없다. 대체 얼마나 설득력 있겠는가. 한국 아니라 어디라도 마찬가지다.

그게 결국 미쉐린 가이드 진출이 남긴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리스트를 뽑아 책을 만든다고 능사가 아니다. 중요한 건 기준이고, 그 바탕이 되는 논리다. 미쉐린은 이 가이드를 100년 동안 만들어왔다. 이들의 평가와 선정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주체가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다른 기준과 시각을 제시하고 그걸 바탕으로 음식을 평가했다. 미쉐린이 싫어도 상관 없고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아도 상관 없으며 외국 기준이라 마음에 안 들어도 전혀 상관 없다. 그래서 당신의 기준, 더 나아가 논리는 무엇인가.  외국의 것인 미쉐린의 기준으로 한국 식문화가 평가 받는 이 상황에 너무나도 우려가 된다면, 상호와 숫자와 위치가 잔뜩 담긴 리스트를 뽑기 전에 대체 어떤 기준을 정확하게 세울지 부터 고민해야 한다. 한국엔 그런 고민이 없다. 그냥 리스트를 만든다. 참고로 ‘한국적인 이론 설립’을 목표로 내세운 학계의 움직임은 딱히 성공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고 알고 있다. 식문화는 성공하고 있나?

8. 결론

별 받은 레스토랑에 단점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권숙수는 개업 이후 메뉴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제철 재료의 투입 등으로 작은 변화는 있지만 접근이 너무 바뀌지 않는다. 한편 라연은 개념과 실행 모두가 훌륭하지만 (미쉐린이 보거나 말거나) 서비스가 나쁘고 와인 짝짓기도 지난 여름에야 급조하듯 시작했다. 다들 나아져야 한다고 본다. 별 셋이면 그 자체가 목적지인 레스토랑인데, 과연 라연이 그런 레스토랑의 수준일까? 내가 한국인이라 그렇게 보지는 않지만 아니라고 본다.

그걸 감안하면 미슐랭은 최소한 최악은 면했다. 사실 운신의 폭이 넓을 수 없다고 보았는데 최소한 별을 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이라도 높이 산다. 서울 가이드 덕분에 미슐랭을 더 믿음직스럽게 보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서울 가이드 때문에 미슐랭을 지금까지보다 더 부정적으로 볼 것 같지도 않다. 그럼 긍정적인 것 아닐까.

2 Comments

  • 임호섭 says:

    글 잘봤습니다.별 관심 없으실것 같지만 청계천 오케이버거 오너가 맥퍼슨이 아니라 일본인 아닌가요? 즉, 현재 저 못생긴 버거와 연관된 사람이 맥퍼슨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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