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오케이 버거 플러스-2:8 빵의 못생긴 햄버거
2:8 가르마도 아니고 2:8 햄버거 번이라니. 받아들고 웃었다. 빵 하나도 제대로 가르지 못하면서 무슨 햄버거를 팔겠다는 말일까. 7월에 바베큐 취재를 다니면서, 의무처럼 조 맥퍼슨의 펍에 들렀다. 예전 방문에서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할 의무를 느꼈다. 심지어 전화로 영업 여부까지 확인하고 갔다. 열었단다. 찾아가보니 맞다, 열었다. 다만 주인과 상호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당연히 음식도 바뀌었는데, 전혀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 입 먹고 그대로 일어나 돈 내고 나왔다. 말보다 사진 한 장이면 설명이 가능하겠다. 경제적 손실을 제쳐놓더라도 이런 음식은 당신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 사람이 피폐해진다. 트위터에 올리고 나서야 소유권 분쟁 같은 게 있어서 손을 뗐으며 청계천의 오케이 버거 플러스로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 누구와 무슨 분쟁이 있었는지 알 바 아니지만 그 결과는 참으로 대단했다. 그래도 맥퍼슨스 시절엔 먹을 수 있었다. 이건 그럴 수 없었다.
궁금해서 그쪽 볼일 보러 나간 김에 찾아가 보았다. 내가 아는, 여의도 등에 지점이 있는 그 오케이 버거가 맞다. 5월 햄버거 옴니버스 리뷰할 때 먹어 봤다. 일단 패티의 크기를 못 맞추는 것만으로 딱히 신경쓰지 않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버거의 프랜차이즈에 조 맥퍼슨이 굳이 관여할 이유는 있나? 나는 궁금했다. 햄버거와 별개로 오목교의 펍에서도 팔던 바베큐 치킨을 파는 모양인데, 과연 햄버거에 꼽사리 끼워 팔아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메뉴인가? 다들 깊은 뜻이 있으실테니 더 이상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어쨌든 햄버거는 굳이 2:8 빵이 아니더라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다. 촉촉함을 대가로 크러스트를 얻어 다소 마른 패티에 양배추 피클의 수분이 다시 촉촉함을 더한다. 메마른 사이로 축축함이 흐른다. 사이드인 양파링은 엄밀히 말하자면 속이 덜 익었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너무 배가 고픈데 눈에 띄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 돈 버린다는 생각으로 시켜 먹을 펍 음식(pub grub)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수준의 음식에 과연 어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까. 갈수록 그런 생각을 굳혀 가고 있는데 직접 조리하고 운영을 하든 추천을 하든, 외국인이 만드는 음식에도 한국인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완성도가 떨어지고 내실이 없다. 햄버거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잘랐든 납품을 받았든 저 따위로 가른 빵을 쓸 이유가 없다(빵의 생김새를 보건대 전자 같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내부에 저렇게 큰 공동이 있다면 애초에 잘못 만든 빵이다. 2차 발효때 조직이 풀린 것).
그렇다면 대체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의 음식 문화 토양이 너무 나빠서 의욕도 뭣도 있어도 이런 수준 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일까? 실력은 충분히 있는데 한국 수준을 감안하면 이만큼만 만들어도 팔릴 테니 잘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실력도 뭐도 아무 것도 없는데 그냥 한국에서 외국인이 만든다면 이런 수준이면 팔릴 거라고 확신하고 무모하게 덤벼드는 것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간데, 이런 수준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이가 영어 원어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식에 가까운 비공식적 한국 음식 홍보자 역할을 하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자국민만으로 부족해서 외국인까지 동원해서 점점 더 깊은 맛없음의 심해로 파고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괜찮은 집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아니다, 아직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 모든 맛없음에 일조하는 굴착자들이시여, 분발하시압.
아, 단언컨대 여태 본 모든 버거 중 최악. 어떻게 저렇게 번을 가를 수 있죠? 한번이라도 버거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과연 저럴 수 있을까요. 게다가 패티-체다와 양배추 ‘피클’의 온도 차는… 대체 뭘 믿고 저렇게 피클을 많이 올렸을까요. 아니 왜 식감도 안 맞는 양배추 피클을 쓰는 걸까요. 레터스-토마토보다 싸서? 그럼 저 버거의 가격은 얼만가요?
윗님, 저런 치즈맛 물질은 “체다”라고 부르시면 아니 되옵니다. ㅎㅎ
미국에서는 법에 저촉됩니다.
영국인들 또한 노발대발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