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동방명주-“옛날식” 간짜장의 인과관계

IMG_8905몸풀기를 위해 간단하게 간짜장에 대한 글을 한 편 써보자. 맛있는 간짜장, 그거 참 흔치 않은 존재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 요인이 맞물린다. 떨어진 한국식 중식의 위상에 그와 맞물려 떨어진 가격대에, 파스타류에서 볼 수 있는 선호 질감의 변화까지… 그래서 사실 엄청난 음식은 아니건만 별 기대 없이 사는 가운데, 충무로를 지나가다 빨간 간판을 보았다. 종종 지나다니는데 이제서야 본 것. 검색을 해보니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일단 간짜장이 괜찮아보여 가봤다.

대체 괜찮은 간짜장이란 무엇인가.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1. 맛: 다른 일반 음식에도 세우는 기준이지만 일단 달지 않아야 한다. 이런 데서 파는 짜장은 일단 달다는 이유만으로 탈락. 살짝 씁쓸함이 돌면 더 좋다.
  2. 점도/질감: 묽거나 너무 걸쭉하지 않다. 좀 뻑뻑한 편이 차라리 낫다. 빈말이 아니라, 제대로 만든 라구의 점도와 흡사하다. 이 짜장은 반짝이는 것이 물녹말을 좀 넣은 것 같은데 안 넣는 편을 선호한다.
  3. 재료의 크기: 각 변 1cm 수준을 선호한다. 재료의 크기는 조리 시간과 익히는 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파를 기준으로 삼자면 잘게 다지면 숨이 완전히 죽어 버리고, 크면 지나치게 아삭거린다. 투명하지만 아삭함이 살짝 남아 있도록 볶은 양파는 훌륭하다. 고기, 삼선 등이 없어도 상관 없다. 양파만 잘 익혀도 맛있다. 재료의 첨가 여부/종류보다 조리 상태가 더 중요하다.
  4. 면: 소다 첨가 자체에 개의치 않는다. 문제는 정도다. 주방에서 막 나왔을때 좀 딱딱하더라도 1/3쯤 먹은 시점에서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하면 괜찮다. 세몰리나로 만든 것처럼 처음부터 먹을 때까지 딱딱한 면은 그 자체로도 맛이 없지만 소스와 어우러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없다.

충무로 지하철 역 계단을 허위허위 올라가(가까운데 건널목이 없다) 먹은 간짜장은 위의 조건에 얼추 들어 맞았다. 삼선간짜장의 경우 해산물의 조리 상태를 보면 접근 방식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새우가 과조리 되지는 않아 연한데 차갑다면 삶아 두었다가 마지막에 고명처럼 얹은 것. 이곳에서는 놀랍게도(?!) 짜장에서 오징어-그 괴상한 질감의 어묵이 아닌-을 발굴할 수 있었는데 아주 살짝 과조리된 것이 짜장과 함께 볶았다는 방증이라 뿌듯-_-했다. 다만 면은 좀 딱딱한 편. 맛있지 않았다. 소다 첨가로 인한 산화 때문에 면이 꽤 노란색인듯.

대략 만족스럽게 먹고 계산하면서 사장님한테 ‘맛있다’며 말을 걸어 보았는데 ‘우리가 하는 것은 옛날식’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러한 조리 형태가 굳이 옛날식으로 분류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결국 저 위에서 언급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 옛날식이든 뭐든 이곳의 간짜장이 간짜장 같은 형국으로 존재하는 건 8,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이라고 본다. (평양)냉면이 지고 다닐 수 밖에 없는 굴레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서민 음식이기 어려운 것들의 현실과 이상-이지만 오히려 질이 낮은-사이의 괴리를 보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비싼 음식도 그렇지만 다양성이나 삶의 작은 즐거움 등을 감안하면 아주 싸지는 않아도 적절한 완성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음식이 더 많이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따질때 이런 음식이 일단 6,000원의 벽을 넘어 7-8,000원대에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IMG_8904 (1)한편 멀쩡한 간짜장과 달리 탕수육은 대참사 수준이었다. 딱히 좋을 것 없는 튀김이 흥건한 소스에서 완전히 질식사. 반쯤 파헤치며 먹다가 남겼다. 찍먹파를 논파하고 싶은 부먹파에게 빌미를 제공하기에 딱 맞는 수준. 다른 요리를 확인하러 가고 싶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당분간 없어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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